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 (2020)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인생이 파도를 만난 것 같을 때, 인생의 길에 안개가 끼었을 때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감독도 그랬다. 인생이라는 길에서 물음표가 생기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던 때에 바다로 갔다. 문명이 닿지 않은 사람들이 자연이 만들어낸 흔적을 보고 사냥감을 발견하던 때를 기억하며.
문어와의 인연은 우연히 발견했던 아름다우면서도 특이한 생명체를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다. 바다 바닥에 있는 조개껍질, 소라 껍질 그리고 빛나는 조각들을 온몸에 감싸고 있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형태. 그 생명체를 바라보다 그 속에서 문어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감독은 문어에게 빠져든다.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문어를 찾아 바닷속으로 내려간다.
문어가 대체 뭐길래?라는 생각은 영상을 보면 사라진다. 문어에게 빠져든다. 감독은 문어를 'She'(그녀)라고 표현한다. 마치 사람 친구인 것처럼. 마지막에는 그 문어에게 사랑에 빠졌다고 할 만큼 본인의 삶으로 문어를 끌어들인다. 문어의 삶을 관찰하고 문어의 고통에 공감하며 마지막에는 문어의 죽음에 그리고 새로운 문어의 탄생에 기뻐한다. 감독이 촬영한 문어는 수명이 1년 반 정도라고 한다.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문어를 바라보았으니, 그 문어의 한 평생을 다 보았다고 할 만하다.
감독은 문어를 매일 찾아간다. 그런 인간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문어를 보면서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이상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문어에게도 삶이 있을 텐데. 문어에게도 낯섦이 있고 애착이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리도 수만 년 전에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 중의 하나였을 텐데.
물론 우리가 그들과 동등했을 때에 인간이 행복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때도 그때만의 고민이 있고 굶주림이 있고 결핍이 있었겠지. 그 시절의 고민은 뭔가 조금 더 원초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더 잘살기보다는, 그저 생존의 고민 아니었을런지. 그 시절의 고민과 지금 인류의 고민 중에 뭐가 더 가볍고 무거울지는 모를 일이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인생의 수많은 질문과 고민들. 감독의 말처럼 우리도 자연의 일부일 뿐인데 왜 우리는 이다지도 고민이 많은 걸까. 왜 이리 인생의 퀘스트처럼 하나하나 이루어내야 하는 게 많은지. 그저 지구에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생각하면 이 삶을 찬양하면서 살 수 있을 텐데. 지구의 작은 변화에도 감동하면서, 타인의 생각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내 존재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타인과 너무도 가깝고 이해받기에는 너무도 멀다.
코로나 이후, 잘 다져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직업의 진로에 의문이 생겼다. 일상이 깨져버린 모든 이들, 특히 코로나 피해 업계의 종사자들 다 비슷하겠지. 문어를 보며 맘을 토닥인다. 괜찮다. 그래도 어찌어찌 살아간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지금까지 그러했듯, 나는 또 잘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