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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Aug 20. 2019

전화 영어를 시작했다.

끝나지 않는 영어 공부


전화 영어를 시작했다. 어느덧 입사 4년 차, 영어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영어교육과를 나오기도 했고 회사 업무에도 영어로 읽고 써야 할 일이 꽤 많다. 영어는 나에게 늘 좋은 언어였다. 어릴 때부터 거부감이 없었고 특히 대학교 시절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는 늘 사용하고 싶은 언어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살면서 영어로 말할 기회는 많지 않다. 늘 혼자 인터넷 매체나 영상을 통해서 읽고 듣는 게 전부다.


영어 공부에 돈을 쓰는 건 늘 딜레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어교육과까지 나왔는데 영어 학습에 돈을 쓰기는 아깝다. 하지만 언어의 특성상 쓰지 않으면 능력이 소멸된다. 매일 영어를 접해도 막상 외국인과 대화하면 말이 잘 안 나오는 이유다. 영어 공부에 쏟은 시간이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이직한 회사에서 복지 차원의 언어 교육을 제공해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회사의 지원금을 받아 전화영어를 신청했다. 일주일에 두 번, 아침 출근길에 미시건주에 있는 미국인과 10분간 통화를 한다. 강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10분이 금방 지나간다. 친구랑 통화하는 것처럼 부담스러울 줄 알았던 아침 전화영어가 생각보다 훨씬 즐겁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그러하듯 나도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웠다. 영어에 거부감을 덜 느꼈던 이유는 영어를 '학습'함과 동시에 '습득'의 시간도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친구들은 대부분 청담어학원, 정상어학원, 아발론 등 이름도 외우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어학원을 다녔다. 반면에 나는 애니메이션으로 영어를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다량의 애니메이션 DVD를 사 오더니 자막 없이 보라고 했다. 내용이 이해가 안 되면 한국어 자막을 한번 보고 그 후에는 끄라고 했다. 


마침 학원도 다니지 않던 터라 하교 후에 늘 영화를 봤다. 가끔 DVD 조작이 안되면 스케치북에 테이프를 붙여서 자막을 가리고 봤다.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던 그 시간이 영어 감을 키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는 벅스 라이프를 50번도 더 봤고 중학교 때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족히 30번은 봤다. 얼마나 많이 봤는지 초반 30분 정도는 대사를 읊을 지경이었다.


공부로 영어를 배운 게 아니라 그런지 영어가 싫지 않았다. 그리고 '감'이라고 해야 하나, 주어, 동사, 형용사가 뭔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영어 성적은 괜찮게 나왔고 어떤 문장이 자연스럽고 어색한지 ‘그냥’ 알았다. 대학에 입학하고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배운 사실인데 언어 학습을 모국어를 말하게 되는 과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언어, 계속 반복해서 노출되는 언어에 친숙해진다.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내가 처음 영어를 접한 건 10대 때이고 양적인 면에서 한국어에 댈 것이 아니기에 영어를 ‘습득'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습득했더라면 네이티브 정도는 되어야 할 거다.) 그래도 그 언어에 대한 친밀감이 생겼다. 그래서 정규 교육과정에서 접한 주입식 교육도 나쁘지 않게 받아들였다. 어려운 지문을 풀어 나가는 시간이 지식과 언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일거양득, 가성비 좋은 공부였다. 다른 과목도 이런 마음으로 공부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영어는 거부감 없이 잘 배웠지만 이상하게 다른 언어는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제2 외국어로 2년간 중국어도 배워봤고 일본어, 스페인어 심지어 베트남어에도 도전했었다. 그런데 끈기 부족인지 몇 단어 내뱉는 수준에서 늘 공부를 멈추었다. 언어 학습의 방법은 아는데 막상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영어 공부는 끝나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내가 쓸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 두 개뿐일 것 같다. 그래서 영어를 놓지 않으려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총 20분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영어 공부의 연장선이 되기를. 그리고 그 시간이 더 멀리 나아가 나를 계발하는 씨앗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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