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세 가지 밤

by 만재소녀


방콕의 밤은 여러 가지다. 어딜 가든 다채롭다. 방콕의 매력을 딱 하나만 뽑자면 방콕을 정의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곳을 가든 수백, 수천 개의 경험을 할 수 있다. 방콕의 밤을 보내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행복했다. 늘 추억을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잠들었다. 열 번의 방콕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세 가지 밤을 적는다.




첫 번째, 유럽 스타일 야시장 아시아티크(Asiatique)


처음 방콕 여행을 갔을 때 유명하다는 짜뚜짝 주말 시장에 갔었다. 그런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로컬 시장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곳에 30분 서 있기도 힘들었다. 길거리에 즐비한 상점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너무 더웠고 무엇보다 냄새를 견딜 수가 없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준비된 곳이 있다. 아시아티크다.


아시아티크의 개장 시간은 오후 4시다. 야시장인만큼 저녁 시간이 흥한다. 그래서 해가 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예쁘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게를 둘러싸고 있는 불빛 장식, 곳곳에서 파는 태국의 주전부리, 그리고 태국 특유의 좋은 향까지 아시아티크는 빠지는 것이 없다. 실내를 다 구경하고 나면 강가에 나가야 한다. 선선하게 부는 강가의 바람과 음식점에서 나오는 음악이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타이티(Thai tea) 한 잔 들고 강가에 서 있으면 방콕의 밤이 반짝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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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티크만의 감성이 있다.


두 번째, 루프탑 바(Rooftop bar)


단 돈 10,000원으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답은 방콕 루프탑 바다. '방콕 루프탑 바 추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수 십 개의 글이 나온다. 영어로 검색해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사람들이 방콕을 방문하면 루프탑 바를 꼭 방문한다는 뜻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뷰, 게다가 술까지 먹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유명한 곳들은 보통 50층 이상에 위치해 있다. 30층 건물만 되어도 땅을 내려다보면 아찔한데 50층, 60층 이상 되면 하늘 위에 떠있는 기분이 든다. 가끔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고막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바(Bar)지만 술이 주목적은 아니다. 술은 입장료에 불과하다. 야경을 눈에 담기 위한 값이다. 유명한 곳에 가면 발 디딜 틈이 없다. 한화로는 부담 없는 가격이지만 태국의 평균 임금을 생각했을 때는 비싼 편이다. 아마 한국에서 호텔 루프탑 바를 가는 정도의 부담일 거다. 그래서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 사람 많은 장소가 싫더라도 한 번쯤은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짝반짝 별천지 야경을 눈에 한가득 담아올 수 있다. 머리 위로 비행기가 떠다니고 눈 아래에는 도시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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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에서 바라본 야경


마지막은 배낭여행객의 성지, 카오산로드(Khao san Road)


부모님과 함께 가는 여행이 아니라면 밤의 카오산 로드도 꼭 방문해야 한다. 전 세계의 배낭여행객이 모여있다는 말이 맞다. 대화를 나눠본 외국인들의 국적이 다양했다. 미국, 중국, 스위스, 이스라엘까지! 가끔 카오산로드는 한 물 갔다는 말도 들려온다. 그런데 내가 카오산 로드를 방문했던 모든 해에(2016년 ~ 2019년) 사람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카오산은 카오산만의 느낌이 있다. 북적이지만 기분 좋은 북적임이고, 이국적이면서 아시아스럽고 시끄러우면서 듣기 좋은 소리가 들려온다. 온갖 오감에 자극을 준다.


시끄러운 것이 싫다면 카오산 로드를 한 바퀴 둘러보고 샛길로 빠지면 된다. 새벽 두, 세시까지 음악을 크게 틀고 길거리가 클럽이 되는 곳도 있는 반면에 길을 조금 틀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호스텔이 모여있는 쪽에는 불빛으로 길거리를 예쁘게 꾸며 놓고 좋은 음악들이 나오는 음식점이 많다. 그곳에 앉아 태국 맥주를 한 잔 하면서 방콕의 더운 바람을 맞으면, 그 순간이야 말로 여행자의 밤이다. 서양의 어느 나라에서도, 한국에서 느끼지 못하는 태국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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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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