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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버스에는 누가 타는 걸까

by 만재소녀


출근길에 공항버스 정류장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한국에서 출근을 하는데 저 사람들은 여행을 가는구나. 경제가 어렵다는데 여행 가는 사람 참 많네,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버스를 기다린다고 다 여행을 가는 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매일 아침 공항버스로 출근을 하며 알게 되었다.


경기 남부에서부터 서울을 가로질러 강서에 있는 김포공항으로 출근을 한다. 이직 전에는 지하철로 출퇴근을 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체력이 달아 공항버스를 탄다. 그렇게 매일 아침 공항버스를 타니 얻은 것이 둘 있다. 하나는 몸이 편한 출근길과 다른 하나는 공항으로 가는 다양한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재미다.


가장 많은 사람은 역시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메고 타는 여행객들이다. 그들의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로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푸른 바다가 있는 제주도일 수도 아니면 몇 없는 김포공항 출발 해외 그 어디 일 수도 있다. 그들의 발길이 어디로 닿던 여행을 떠나는 이의 얼굴은 그들의 마음만큼 가볍다. 부러우면서도 사람들의 환한 표정과 설렘 가득한 대화를 들으면 괜스레 나까지 들뜬다. 여행의 시작은 공항버스를 타고 나의 집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찰나의 행복일지라도 여행은 그 자체로 기쁨이다. 그리고 출근길의 나는 여행길에 있는 그들의 행복에 잠시 전염된다.


두 번째는 짐가방을 들고 타지만 누가 봐도 출장을 가는 사람이다. 앞서 말한 여행객들과는 달리 그들의 옷은 지금 당장 출근해도 어색하지 않은 복장이다. 필경 단거리 혹은 짧은 여정의 출장을 가는 사람일 거다. 한국은 모든 지역이 하루 생활권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는 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기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항을 시작점으로 봤을 때 제주도가 여느 내륙보다 접근성이 좋은 것 같다. 김포공항에서 분당까지 지하철을 타는 시간이 같은 곳에서 제주도까지 가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절대적 거리는 물론 제주도가 확연히 멀지만 시간의 체감상 그러하다.


마지막은 바로 나처럼 출근하는 사람이다. 나, 너, 우리들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버스를 탄다. 앉는 자리도 정해져 있다. 버스 기사님들과는 눈인사를 한다. 그분들의 스케줄 상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금세 패턴이 돌아오는지 낯이 익숙해졌다. 기사님들도 가끔은, "예매하셨죠?"라며 친근하게 말을 거신다. 출근하는 나를 기억하고 혹여 예매하지 않았을까 봐 확인해주시는 걸 거다.


이밖에도 공항에 누군가를 데리러 가는 사람, 김포나 인천 근처에 일이 있는데 가장 편한 이동수단이 공항버스라서 그 버스를 타는 사람, 목적은 각양각색이다. 사람들이 공항버스를 타는 이유는 수십, 수백 개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입장이 되기 전까지는 몰랐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어떤 연유로 그 기나긴 줄에 서있는지. 짧은 깨달음이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구나. 내가 생각했던 세상이, 나의 시야로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 삶은 공부처럼 알면 알수록 나의 무지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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