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19년에게
2019년은 변화가 가득했던 해였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었고 생애 처음으로 퇴사와 이직을 했다. 2019년 초에 시작되었던 내면의 변화가 나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2019년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나를 성장시켰다고 생각하는 습관 두 가지가 있다.
눈 뜨자마자 쓰는 아침 일기
아침 일기는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 아티스트 웨이(줄리아 카메론, 2003)의 모닝 페이지를 알게 된 후 저녁에 하던 운동을 아침으로 옮겼고 매일 아침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침에 무슨 글이 나올까 했는데 매일 눈을 뜨자마자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생각을 쏟아냈다. 처음 몇 달 간은 적고 싶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20분이 부족했다. 그렇게 지금껏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메모장에 채웠고 정신적인 자유를 느꼈다. 풀리지 않는 생각의 고리를 풀어낸 해방감이었다.
이 전에도 노트북 메모장에 종종 일기를 쓰긴 했지만 간헐적이었다. 정말 생각이 답답하거나 주말에 가끔 카페에서 적는 게 전부였다. 모닝 페이지를 시작한 후에는 매일 아침 내 생각을 적는다. 쓸 말이 없으면 '오늘은 왜 이렇게 할 말이 없지?'라고 적는다. 그렇게 적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흐름을 타고 속에 있는 고민이나 일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 2019)의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글로 적지 않은 생각은 감정에 불과하다고. 이 말에 동의한다. 이 전에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깊게 고민하지 않고 말했던 적이 많았다. 아니, 내 입에서 나온 대부분의 말이 그러했다. 그런데 아침 일기를 쓰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긴 뒤로는 말에 명확한 근거가 생겼다. 그렇게 내 생각을 말하는 데에 자신감이 붙었다.
아침에 일기를 쓰며 겨울에는 해가 뜰락 말락 하는 새벽녘을 봤고 여름에는 창 밖으로 보이는 울창한 녹음을 봤다. 새벽의 클래식과 새소리의 조합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고 정신을 깨끗하게 한다.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만 하게 된다. 좋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매일 사랑 넘치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자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아침 일기를 쓰고 난 후로 나는 내 감정의 자유를 봤다.
독서 독서 그리고 또 독서
일기가 감정과 생각에 자유를 주었다면 독서는 생각의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원래도 책 읽는 걸 좋아했지만 유난히 올해는 책을 많이 읽었다. 환경의 변화가 가장 컸다. 이직을 하면서 퇴근길에 서점을 들리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7월, 8월에는 집에 가는 길이 더워서 거의 매일 서점에서 한 시간씩 책을 읽다 갔다. 앉은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었던 때도 있고 책을 사서 집에 돌아간 적도 많다.
많은 책을 접하게 되니 독서 습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전을 읽기 시작한 거다. 예전에는 지식을 밀어 넣는 인문학 도서를 많이 읽었다. 여러 철학자의 이론을 삶에 녹아 낸 책, 심리학을 요약해서 요즘 시대에 맞게 적은 책. 서점 한가운데에 배치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내 독서의 타깃이었다. 무언가 책을 내 삶에 받아들이기보다는 '앎'에 치중된 독서였다. 그런데 올해 가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시작으로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그 후로 고전이 어떻게 여전히 사랑받는지 알게 되었다.
고전은 읽으면서 감탄하는 순간이 많다. 생각이 깊어지고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책을 읽다가 한 번씩 책을 내려놓고 메모장에 글을 쓰거나 하늘을 본다. 한 문장 한 문장 다 마음에 새기고 싶기 때문이다. 삶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궁금증이 풀린다. 그때 그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때 나는 어떤 심리상태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답을 준다.
요즘은 회사에서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책을 읽는다. 감정이 붕 뜨거나 업무에 지칠 때,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활자를 읽는다. 현실에서 고개를 돌리고 책을 읽으면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정신을 다른 곳으로 보냈다가 다시 돌아오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마음이 헛헛해지는 회사에서 독서를 통해서 다시 마음을 채우고 정신을 다독인다.
주변의 변화가 많았던 만큼 내면의 변화도 많았던 해였다. 최근에 그런 말을 들었다. 모든 경험은 추억 혹은 교훈이라고. 너무나도 공감하는 말이다. 인생의 모든 사건들은 어떤 식으로든 추억이 되고 추억이 되지 못한 기억은 교훈이 된다. 미래에는 달리 행동할 수 있는 신호등이 되어준다.
몇 시간 후면 2020년이다. 해가 바뀌는 만큼,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더 좋은 습관으로 나의 내면과 외면을 가득 채울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