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말은 반으로 줄이고 두배로 들으라는 늘리라는 뜻이다.
이 말을 참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살다 보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 하는 순간들이 숱하게 찾아온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에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들이 잦아지면 '아차' 싶다. 말을 많이 하는 건 그만큼 나를 많이 내보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말을 아끼고 싶다. 특히나 감정적일 때는 더욱 말을 조심하고 싶다. 말에 감정이 실리는 순간 의도가 왜곡될 수 있고 말의 무게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성적일 때 내 감정을 누르고 말을 아낄 수 있다. 사람들은 종종 술을 마셔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그 이유가 이성으로 침묵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아끼려면 이성적이어야 한다.
보통의 인간관계에서 내 이야기를 줄이고 상대의 말이 듣고 싶은 이유는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그런데 회사의 인간관계에서 말을 아끼고 싶은 이유는 조금 다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상대방과의 논쟁을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리된 의견만 말하기 위해서이다.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하다 보면 방어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경우가 생긴다. 업무를 맡지 않으려 하거나 혹은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고 할 때다. 그런 경우에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말이 강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느끼기에 상대가 방어적인 상태라면 말을 아낀다. 이미 본인의 입장을 정해버린 사람에게 내 의견을 말해봤자 듣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가 내 잘못을 지적하면 흠칫하고 나를 방어할 수 있는 이유들을 찾기 시작한다. 잘못을 지적하는 데 바로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 번째는 위에서 말했듯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경우다. 생각을 말하기 조심스러울 때라고 해도 되겠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인 제임스 클리어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감정에 불과하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 이거다!'라고 외쳤다. 가끔 말하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때가 온다. 말에 논리가 없어지고 산으로 간다. 그런 말들은 나도 내 생각을 모르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에 불과하다. 친구들과는 괜찮지만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잦아지면 좋을 게 없다. 그래서 내가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말을 아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에게 계속 상기시키는 것이다. '말을 아끼자'라고. 이 기본 태도가 없으면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생각과 감정을 말하게 된다. 이 글을 쓴 계기도 그렇다. 최근 들어 말이 많아졌다. 나이가 한 살 더 먹어서 그런지 스스로에게 깜짝 놀랄 정도로 말이 늘었다. 이유를 몰라서 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 생각에 당당해진 건지 아니면 나를 되돌아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한 건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질문받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가 자신에게 집중해주기를 바란다. 연구 결과로도 증명되었다. 하버드 뇌과학 연구팀에 의하면 사람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할 때 돈과 음식으로 얻는 쾌감과 동일한 만족을 얻는다고 한다. (Disclosing information about the self is intrinsically rewarding, PNAS, 2012)
회사에서든 회사 밖에서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좋다. 나는 이미 나를 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미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듣고 싶다. 말이 너무 적어도 문제이지만 그래도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내 생각을 말함으로써 얻는 쾌감보다 상대방의 생각을, 상대의 삶을 듣는 것이 더 흥미롭다. 올 한 해는 입과 귀의 개수처럼 말은 반으로 줄이고 좀 더 많이 듣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