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이스라엘을 만나다. 이 시간에?
이번 주 가장 눈에 띄는 외교 뉴스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모디 총리의 이스라엘 방문입니다. 2월 25~26일, 이틀짜리 일정이었지만 그 무게감은 상당한데요. 양국은 기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한 단계 끌어올렸고, AI·사이버보안·농업·에너지·문화교류를 아우르는 16건의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도 공식화됐고요. 네타냐후는 "더 구체적인 합의를 작업 중"이라고 덧붙였죠.
숫자만 보면 외교 뉴스 하나에 불과할 수 있는데요. 이 방문의 진짜 의미는 타이밍에 있습니다.
이란 핵위기, 그 한복판에 내리다
같은 주, 미국은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싸고 중동에 대규모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특사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제네바에서 이란과 핵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도 바로 이 주간이죠. 트럼프는 "외교로 풀고 싶지만, 이란이 핵을 갖는 건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였고요. "이란은 이미 유럽과 해외 미군기지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했고, 곧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이란-이스라엘-미국, 이 세 축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바로 그 순간에 모디가 텔아비브에 내린 겁니다.
인도와 이란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선택이 더 뚜렷해지는데요. 인도는 이란의 차바하르(Chabahar) 항구를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물류 통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입에서도 이란은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였죠. 그런데도 모디는 이 민감한 시점에 이스라엘을 택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일정의 우연이 아니죠. 인도가 미국-이스라엘 축과의 전략적 정렬에 무게를 싣겠다는 외교적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16건 협정, 숫자 너머의 풍경
방문 내용도 범상치 않았는데요. 방위기술 공동개발 심화가 합의됐고, 인도인 5만 명의 이스라엘 추가 입국이 허용됐습니다. 가자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줄면서 생긴 건설·간병 인력 공백을 인도 인력이 채우는 구조인 거죠. 양국 공동성명에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과 2025년 4월 인도 카슈미르 파할감 테러를 나란히 언급하며 "어떤 형태의 테러도 용납할 수 없다"는 문구가 들어갔고요. 가자 휴전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중재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공식화했습니다.
네타냐후는 이렇게 말했죠. "미래는 혁신하는 자의 것이며, 이스라엘과 인도는 혁신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고대 문명이지만, 미래를 움켜쥘 결의도 확고합니다. 그리고 함께하면 더 잘할 수 있죠." 모디 역시 "이 우정은 민주주의적·인간적 가치의 깊은 토대 위에 세워졌다"고 화답했고요.
인도양에서 지중해까지, 새로운 축이 그려진다
더 큰 그림을 보면, 이 방문은 새로운 지역 축의 형성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인도-이스라엘-UAE-에티오피아-그리스-키프로스를 잇는 라인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는데요. 이 축의 중심에는 IMEC(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라는 무역 회랑이 있습니다. 인도양에서 지중해까지를 잇는 이 경로는 중국의 일대일로(BRI)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요. 모디의 이스라엘 방문은 이 구상에 정치적 추진력을 더한 셈이죠.
한편 파키스탄-터키-카타르를 잇는 또 다른 축은 때로 중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이 지역의 전략적 지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소말릴란드 베르베라(Berbera) 항구 개발을 둘러싼 UAE-에티오피아 연합 대 소말리아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세력 간의 경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경기장에 들어선 인도
과거 인도는 중동 문제에서 비동맹, 관망이 기본 자세였습니다. 그런 인도가 이제 중동 지정학의 설계자(architect) 위치로 올라서고 있는데요. 방위·AI·사이버보안·무역 회랑·노동력 이동까지 — 이번 16건의 협정은 의례적 외교 문서가 아닙니다. 미국-이란 대결 구도 속에서 인도가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를 세계에 보여주는 전략적 메시지인 거죠.
물론 인도 국내에서 비판이 없는 건 아닙니다. 7만 2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가자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격상시킨 것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 일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요. 인도는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해 왔지만, 최근 UN 등 국제 무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죠.
그럼에도 모디 정부의 계산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란 핵위기가 최고조인 주간에 이스라엘을 찾아 관계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이것만으로도 이번 방문이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었음을 충분히 말해주는데요. "인도는 더 이상 중동 지정학의 먼 관찰자가 아니라, 그 설계자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 한 문장이 이번 방문의 본질을 가장 잘 요약해 줍니다. By. 프라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