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 사실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크지 않다?

그런데 더 빠르게 성장한다?

by Pavittra

얼마 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나왔습니다. 제목이 꽤 도발적이었지요. "India's economy is not as big as economists thought." 인도 경제가 경제학자들이 생각한 것만큼 크지 않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월 27일, 인도 통계부(MoSPI)가 GDP 산출 기준연도를 2011-12년에서 2022-23년으로 바꿨습니다. 무려 10년 만의 대수술이었지요.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인도 경제의 명목 규모가 기존보다 3.3% 줄었습니다. 금액으로 약 11조 루피, 달러로 133억 달러가 한순간에 증발한 셈이지요.


연말이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 경제대국이 될 거라던 장밋빛 전망은 잠시 접어둬야 했습니다. 새 기준으로 FY26 명목 GDP는 345.47조 루피, 달러 환산 3.93조 달러입니다. 기존 추정치였던 357.14조 루피에서 한참 모자라고, 일본의 4.28조 달러와의 격차도 다시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를 단순히 "인도 경제 쪼그라들었다"로 읽으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이번 개편의 본질은 규모 축소가 아니라 측정 정밀도의 업그레이드입니다. 기존 2011-12년 시리즈는 문제가 많았지요. 조직화 부문(organized sector)의 데이터를 비조직화 부문에까지 그대로 확대 적용했고, 비공식 경제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IMF가 인도 GDP 통계에 'C등급'을 준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업데이트가 밀린 건, 2017-18년 가계소비지출조사(HCES) 결과가 소비 감소를 보여주자 정부가 이를 폐기해버린 탓이 컸지요.


새 시리즈는 달라졌습니다. GST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중 디플레이션(double deflation) 기법을 확대 적용했으며, 2022-23년과 2023-24년에 다시 실시한 가계소비지출조사를 반영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인도 경제의 X-ray를 저화질에서 고화질로 바꾼 것이지요.


그리고 고화질로 다시 찍어보니, 인도 경제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FY25 성장률이 기존 6.5%에서 7.1%로 올랐습니다. FY26 전망도 7.4%에서 7.6%로 상향됐지요. 3분기(10~12월) 성장률은 7.8%를 찍었습니다. 제조업이 12.5%로 질주하고 있고, 서비스업 중 무역·호텔·운수·통신 섹터는 10.3%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FY24 성장률은 9.2%에서 7.2%로 대폭 하향됐습니다. 기존 수치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이코노미스트가 이 기사에 붙인 부제가 인상적입니다.


"But it is growing faster."


물론 당장의 현실적 문제도 있습니다.


GDP 분모가 줄었으니 재정적자/GDP 비율이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FY26 재정적자가 4.36%에서 4.51%로 뛰었지요. FY27 목표인 4.3% 달성을 위해서는 명목 성장률이 13~14%는 나와야 하는데, 예산안은 10%로 잡았습니다. 정부부채/GDP 비율도 55.6%에서 57.5%로 상승했습니다. 2031년까지 50%로 낮추겠다는 로드맵이 훨씬 가팔라진 셈이지요.


$4조 경제 달성도 미뤄졌습니다. 올해 안에 일본을 넘기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FY27에 환율과 성장률이 동시에 받쳐줘야 가능한 시나리오가 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GDP 개편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봅니다.


부풀려진 숫자를 스스로 교정했다는 건, 인도 정부가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쪽을 택했다는 뜻이니까요. 단기적으로는 "4위 경제대국" 타이틀이 늦어지고, 재정 산수가 빡빡해지는 비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IMF, 글로벌 투자자, 신용평가기관 입장에서는 이 교정 자체가 인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시그널이 됩니다.


그리고 핵심은 여전히 이것이지요. 기준연도를 바꾸고, 측정 방식을 뜯어고치고, 비공식 경제까지 다시 잡아넣고 나서도 — 성장률은 올라갔습니다. 제조업 12.5%, 서비스업 10.3%, 전체 7.6%.


인도 경제의 체급은 줄었지만, 펀치력은 더 세졌습니다. 이게 이번 GDP 개편의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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