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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대 자동차 회사, 마루티스즈키 이야기

by Pavittra


스즈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오토바이 회사이긴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토요타, 혼다, 닛산 등에 치이며 4위권을 달리고 있다. 중국에서의 판매량도 그저그러해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였으며, 글로벌하게도 그렇게 뛰어난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로 명목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마루티스즈키라는 걸출한 해외 자회사의 인도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생산량과 판매량 때문일 것이다. 스즈키는 22년 글로벌 기준 320만대를 생산하였는데, 이중 192만대가 인도에서 생산되어 인도는 스즈키의 60%를 차지하는 중요한 생산기지이다. 판매는 글로벌 297만대 중 161만대를 인도에서 달성했다.

인도에서 한국의 현대차, 기아자동차가 매우 잘한다고 하지만 인도의 엄연한 최대 자동차 회사는 마루티스즈키이다. 가장 점유율이 높았던 1998년도에는 83%를 육박하였고, 몇년 전까지만 해도 50% 이상을 차지하였다. 지금은 현대, 타타, 마힌드라 등 많은 경쟁업체들의 질주로 40%대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경쟁자들이 마루티스즈키를 따라 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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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티스즈키의 역사를 살펴보려면 1970년대 인디라간디 총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인디라간디에게는 라지브 (*인도 총리 엮임) 와 산재이 두명의 아들이 있었다. 인디라간디는 기계와 자동차, 비행기 등에 관심이 많더 산재이간디를 특히 아꼈는데, 한때는 형이었던 라지브간디를 넘어 총리를 이어 받을 것이라고 평가받기도 하였다. 산재이간디는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 롤스로이스에서 3년동안 일했고, 카레이서 경험도 있었으며 실제로 파일럿 자격증을 취득해 비행기를 운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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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인디라는 영국에서 돌아온 산재이간디의 꿈을 이뤄주기위해 국영 자동차 회사인 ‘Maruti Motor Limited’를 세우고 산재이를 사장 자리에 앉힌다. 이 뿐만 아니고 당시 인도에 자동차는 매우 고가의 상품으로 일부 부자들만 가지고 있어 인디라간디는 모든 국민이 탈 수 있는 Affordable한 자동차를 만들고자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산재이간디는 제품 생산을 위해 해외 업체의 기술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러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합작회사 제안을 하였다. 폭스바겐의 비틀 모델을 인도에서 만들고 싶어 제안했지만 폭스바겐은 거절한다. 이후 다른 여러 자동차사들도 모두 좋은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1975년, 인도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어 많은 혼란이 있었고 마루티 국민차 프로젝트도 함께 중단되었다. 1980년 인디라간디가 다시 권력에 돌아왔을때 마루티 국민차 프로젝트를 재개하였지만 산재이는 비행기 운행 도중 사망하여 더이상 세상에 없는 상태였다. 인디라간디는 당시 공기업 개혁의 아버지라고 불린 Dr. V. Krishnamurthy를 사장으로 앉히고 국민차 프로젝트를 재개하였다. 당시 회사명도 ‘Maruti Udyog Ltd’ (마루티 인더스트리)로 변경 되었다. 이후 다시 합작 법인을 위해 해외업체를 찾던 중 운명적으로 일본의 스즈키를 만나게 된다. 국영기업 마루티와 일본기업 스즈키가 만나 1982년 드디어 마루티스즈키가 탄생하게 되었다. 스즈키는 처음에 26%의 지분을 보유하였는데, 이후 점차적으로 지분을 늘려가며 2013년에는 56.13%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기존에 정부 지분은 모두 매각되어 민영화 되었다. 2003년도에 주식 상장을 하였는데, 당시 가격에 주당 125루피에서 시작하였다 그 주식이 23년 11월 17일 종가 기준 10,529루피이다. 20년만에 어마어마한 성장률이다.


이후 마루티스즈키는 수많은 모델과 인도 국민에게 가장 적합하고 저렴한 모델들을 공급하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한다. 총 생산능력 225만대 수준으로 인도에서도 돋보적인 1위이다. 재밌는 것은 225만대 중 75만대는 마루티스즈키가 아닌 2014년 설립된 Suzuki Motor Gujarat (줄여서 SMG) 라는 일본 스즈키의 100% 자회사인데, 마루티스즈키의 위탁 생산 역할로 운영되어왔다. 즉 SMG는 차량 생산만 하고 생산된 차량은 전량 마루티스즈키가 구매하는 구조이다. 구자라트에 위치한 우리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기도 하다. 업무상 SMG에 자주 방문하는데 SMG 인원들은 마루티스즈키와 다른 회사로 여기고 일본 본사의 100% 자회사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혹시나 마루티스즈키라고 얘기하면 “우리는 마루티스즈키가 아니고 스즈키이다!”라고 불쾌감을 표시할 정도이다. 일본 본사에서는 마루티스즈키와 SMG가 생산 효율성에 대해 경쟁을 유발하여 동시에 성장하고자 별도 법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왠지 석연치 않다. 하지만 2023년 8월 마루티스즈키는 SMG를 24년 3월까지 합병한다고 발표하며 인도는 마루티스즈키 한개 법인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마루티스즈키의 CEO는 오랜기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 1981년 회사 창립 멤버로 함께서 R.C. Bhargava 이나 일본 본사에서도 MD/CEO 직급으로 책임자를 파견하는데 23년 현재 Hisashi Takeuchi가 함께 하고있다. 그는 22년 인도 경제지 비지니스 투데이와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마켓쉐어를 다시 50% 로 높히는 부분, 전기차에 대해 고민, 토요타와의 협력 등 에 대해서 많은 의견을 내놓았다. 인도 시장이 Bharat (인도의 힌디어 표현)과 India로 나눠어져 있다고 얘기하며 보급형 시장과 고급 시장을 두루 공략 하겠다고 의지를 표현했다. 인도와서 가장 힘든게 머였냐고 물어보니 인도 영어를 Catch Up하는게 가장 힘들었다고 얘기하는 것도 재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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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상반기 마루티스즈키는 IR 공시를 통해 새로운 비젼인 ‘Maruti Suzuki 3.0’을 발표하였다. 주요 골자는 현재 225만대 수준인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400만대로 끌어올릴 예정이며 이를 위해 1차적으로 델리 인근 카르코다 지역에 25년까지 1백만대 규모 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또한 인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추어 31년까지 친환경 차량 비율을 대폭 확대한다는 비젼을 내놓았다. 총 400만대 중 전기차 15%, 하이브리드 25%를 생산하고 나머지는 에탄올, CNG등 기타 친환경 차량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 총 28개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며, 이중 6개의 전기차 모델도 런칭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사실 그동안 마루티스즈키는 전기차 부분에서는 경쟁자들에 비해 매우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계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더욱 밀고 있고, 인도의 충전 인프라 및 도로사정을 감안하여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왔다. 하지만 시대의 부름이라고 할까? 결국 스즈키도 세상을 거스르지 못하고 24년 9월 첫 전기차를 인도에 선보인다. YY8이라는 코드명으로 구자라트 스즈키 공장에서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전기차가 성공하느냐에 따라 마루티스즈키의 새로운 10년이 결정될 것 같다. 우리 철강제품도 매월 몇만톤씩 공급되고 YY8에도 적용된다. 흥미로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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