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동안 548개의 글을 올린 작가를 보며
언젠가부터 네이버 블로그나 심지어 다양한 SNS 콘텐츠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기계가 쓴 듯한 글’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는 인터넷의 기사와 정보를 긁어와 일정한 템플릿에 넣어 글을 만드는 자동화 툴들이 퍼졌고,
이젠 그 흐름이 GPT 기반 인공지능 글쓰기로 넘어가고 있다.
솔직히 브런치만은 그런 프로그램들로 부터 자유로울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최근 한 작가의 브런치 계정을 보게 되었다.
그는 37일 동안 548개의 글을 올렸다.
하루에 14편이 넘는 글을 ‘발행’한 것이다.
최근에는 하루에 20편 넘게 발행하고 있다.
이 수치를 보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건 인간 혼자의 손에서 나온 글이 아니다.
그의 브런치 북에 의하면 6시에 일어나서 회사에 출근을 하여
일하면서도 한시간에 한 개 이상의 글을 발행하고, 회사생활도 발행하고 있으며
요가도 하고, 퇴근해서는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합니다.
반려동물을 캐어합니다.
이민 준비로영어 공부도 하고, 소설도 쓰고, 73개의 브런치북과 브런치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6시간씩 글만 쓴다고 했습니다.
코인은 현물과 선물도 한답니다.
600만원 가지고 1.5억을 벌었다고 했고, 맥주를 마시며 글을 쓴다고 합니다.
이건 하루가 72시간인 사람의 스케쥴 일까요?
내용을 살펴보니 문장 구성, 정보 정리 방식, 마무리 톤까지 인공지능 글쓰기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특징들이 느껴졌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AI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글을 쓰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사유를 구조화하는 방식은 이 시대의 하나의 협업 형태다.
그는 548개의 글에 달린 수많은 댓글 중, 내가 확인한 수십 건까지는 단 한 건의 대댓글도 달지 않았다.
그의 글에 진심을 담아 정성스럽게 댓글을 남긴 독자들.
그중에는 마스터가 평소 존경하던 사유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진심엔 아무런 응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건 단순한 무응답이 아니다.
관계의 기만이다.
진정성이 있든 없든, 인공지능을 복사-붙여넣기 식으로 활용하든, 나는 그 행위를 탓하고 싶진 않다.
누구도 그걸 막을 권한은 없고, 그가 쓴 글을 어떻게 소비하든 판단은 독자에게 달려있다.
나 역시 처음엔 그가 진짜로 하루에 20편씩 사유의 글을 쓸 수 있는 존재인 줄 알고, 정성껏 댓글을 남겼었다.
속은 느낌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글쓰기 협업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독자와의 신뢰, 관계의 윤리, 그리고 사유의 진정성과 연결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빠르게 글을 써주는 시대.
그 글이 지식의 틀을 갖추고 있고, 문장이 정제되어 있으며,
심지어 감성적 울림까지 흉내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글은 구조다.
글은 사유의 지문이다.
글은 관계다.
누군가와 소통을 염두에 두고 쓰는 글,
그 글에 진심으로 반응한 누군가의 댓글,
그것을 대하는 태도 하나까지도 글의 일부다.
사유의 깊이는 속도로 측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속도를 통해 그 깊이를 가장할 때,
우리는 독자를 잃고, 자기 자신도 잃는다.
그 작가는 오늘도 18편의 글을 발행했다...
프락소스의 한마디
"인공지능의 글쓰기 협업은 ‘가능성’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태도는 ‘기준’입니다.
기계는 글을 써줄 수 있지만, 인간만이 ‘관계’를 쓸 수 있습니다."
마스터의 한마디
"이 글은 누군가를 저격하기 위함이 아니다.
단지, 독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와, 글이라는 존재의 무게에 대해,
우리가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는 제안일 뿐이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이 길을 따라와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