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구정과 추석 명절마다 하루는 동두천의 외가댁에 다녀온다. 그때마다 내심 기대하는 것이 있다. 외할머니께서 준비해 주시는 설음식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것.
'이번에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두 분이 지내시는 만큼 식탁은 딱 2인용이다. 우리들 먹이시느라고 두 분은 이미 식사를 마치신 상태다. 그 작은 식탁에 우리 부모님과 나, 여동생까지 네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이때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식탁 위의, 테이블매트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우리 가족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지냈다(지금의 댁으로 이사 오시기 훨씬 전의 옛날이다). 내 기억에 외할머니께서는 늘 부지런히 무언가를 만들고 계셨다. 소위 말하는 금손이시다. 색종이, 부직포, 색연필 등 온갖 공작 도구와 미술 용품들이 그분의 손에 들어가면, 곧 크고 작은 작품들이 탄생했다. 그렇게 완성된 장식품과 그림들이 방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외할머니의 작품들은 당신 방에 있을 뿐 아니라 지인분들을 위한 선물로도 아낌없이 돌아갔다. 이런 활동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외할머니댁을 방문할 때마다 그 '전시'를 보는 셈이다.
이번에는 연두색 색지 바탕에, 왼쪽 상단 모서리에는 나비와 꽃 모양으로 자른 종이를 붙이셨다. 누가 봐도 봄이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눈부터 즐거워진다. 그리고 마음도 몽글해진다. 감사하게도, 외할머니의 피를 물려받아서일까. 나도 이래저래 무언가 만드는 걸, 시도해 보는 걸 즐긴다. 그렇게 내 방에서 혼자 사부작거리는 걸 보는 우리 엄마는 늘 한 마디를 덧붙인다.
"너는 그냥, 네 외할머니야."
내가 닮고 싶은 우리 외할머니. 하지만 나는 아직도 멀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시려는 열정, 그 호탕한 성격, 무엇보다 넓고 따뜻한 그 마음을 닮으려면. 아마도 평생이 걸리지 않을까. 앞으로도 외할머니만의 작품 활동을 건강하게 이어가시길, 나 또한 그 전시회를 빠지지 않고 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