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지튼(ZTTN)'
'새로움은 좋아하지만 변화는 싫어한다'
재미 삼아 봤던 어느 심리테스트 결과에 있는 문구였다. 인정하기 싫으면서도 묘한 공감을 느꼈다. 그래, 내가 느끼던 모순을 표현한 문장을 이렇게 만나다니. 식당, 카페, 전시 등 이왕이면 새로운 곳과 경험을 찾는 것을 좋아하면서, 내 계획의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취약한 모습 말이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동네를 다시 찾았다. 바로 망원동. 예전 직장이 있던 곳으로 한때 퇴근하며 떠나보내기 바빴던 곳. 하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에 둔 곳이 있었는지, 시간이 많아지니 어느새 또 생각이 났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돈가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카페로 갔다.
좁은 계단을 올라야 들어갈 수 있는 2층에 자리한 카페. 망원동 직장의 마무리를 얼마 남기지 않았던 시기에 인사팀 차장님, 우리 팀 팀원과 셋이서 점심을 먹고 2차로 갔던 곳이다. 그전에도 종종 디저트만 포장해 오던 곳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찾았던 약 2년 전보다 동네와 거리는 은근히 달라졌는데, 이곳 카페는 그대로였다. 테이블 배치도 거의 변함없이. 깔끔했지만 각 자리의 상태는 극과 극이었다. 한 곳은 창가여서 밝지만 햇볕으로 뜨거웠으며 4인석이었다. 다른 한 곳은 보다 시원하고 2인석이지만 조명이 다소 어두웠다.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2인석으로 앉았다. 아무래도 혼자 4인석을 차지할 용기는 안 났나 보다. 다만 사진은 예쁘게 남기고 싶었기에 아무도 없는 창가를 빌려 슬쩍 찍었다.
하지만 디저트는 통 크게 두 개를 담았다. 에그타르트와 까눌레. 디저트 개수로라도 호사를 누리고 싶었던 걸지도. 내 몸에는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입 안 가득 베어무는 에그타르트와 까눌레를 맛보며 어느새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다른 새로운 카페를 들러볼까 했겠지만. 아무래도 이번 나들이의 목적은 '추억팔이'였다. 다음에 또 언제 올지 모르는 한낮의 망원동. 날씨도 너무 더웠기에 더 그렇게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약 두 시간의 시간을 보냈다.
무언가를 할 계획 없이 들어간 카페였지만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아무 생각 없이 담았던 핸드폰의 사진들을 보면서 그때의 내 상황과 기분을 돌아보기도 하고. 창밖을 보면서 멍도 때려보고.
자꾸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휴식도. 나를 위한 하나의 계획이 되니까. 성취감을 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너무 압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카페를 나와 망리단길 안에 있는 소품샵을 구경하다가, 한 스티커의 문구들을 봤다. "마음을 진단 중입니다." 오늘의 기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담긴 것 같아 기념으로 사고 말았다.
언젠간 다녀오고 싶었던, 숙제처럼 남아있던 동네 망원동. 내가 생각한 모양의 휴식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 여운만은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