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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Aug 14. 2024

언제 또 올지 모르니

서울 마포구 '지튼(ZTTN)'

'새로움은 좋아하지만 변화는 싫어한다'


재미 삼아 봤던 어느 심리테스트 결과에 있는 문구였다. 인정하기 싫으면서도 묘한 공감을 느꼈다. 그래, 내가 느끼던 모순을 표현한 문장을 이렇게 만나다니. 식당, 카페, 전시 등 이왕이면 새로운 곳과 경험을 찾는 것을 좋아하면서, 내 계획의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취약한 모습 말이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동네를 다시 찾았다. 바로 망원동. 예전 직장이 있던 곳으로 한때 퇴근하며 떠나보내기 바빴던 곳. 하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에 둔 곳이 있었는지, 시간이 많아지니 어느새 또 생각이 났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돈가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카페로 갔다.



좁은 계단을 올라야 들어갈 수 있는 2층에 자리한 카페. 망원동 직장의 마무리를 얼마 남기지 않았던 시기에 인사팀 차장님, 우리 팀 팀원과 셋이서 점심을 먹고 2차로 갔던 곳이다. 그전에도 종종 디저트만 포장해 오던 곳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찾았던 약 2년 전보다 동네와 거리는 은근히 달라졌는데, 이곳 카페는 그대로였다. 테이블 배치도 거의 변함없이. 깔끔했지만 각 자리의 상태는 극과 극이었다. 한 곳은 창가여서 밝지만 햇볕으로 뜨거웠으며 4인석이었다. 다른 한 곳은 보다 시원하고 2인석이지만 조명이 다소 어두웠다.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2인석으로 앉았다. 아무래도 혼자 4인석을 차지할 용기는 안 났나 보다. 다만 사진은 예쁘게 남기고 싶었기에 아무도 없는 창가를 빌려 슬쩍 찍었다.


하지만 디저트는 통 크게 두 개를 담았다. 에그타르트와 까눌레. 디저트 개수로라도 호사를 누리고 싶었던 걸지도. 내 몸에는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입 안 가득 베어무는 에그타르트와 까눌레를 맛보며 어느새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다른 새로운 카페를 들러볼까 했겠지만. 아무래도 이번 나들이의 목적은 '추억팔이'였다. 다음에 또 언제 올지 모르는 한낮의 망원동. 날씨도 너무 더웠기에 더 그렇게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약 두 시간의 시간을 보냈다.


무언가를 할 계획 없이 들어간 카페였지만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아무 생각 없이 담았던 핸드폰의 사진들을 보면서 그때의 내 상황과 기분을 돌아보기도 하고. 창밖을 보면서 멍도 때려보고.


자꾸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휴식도. 나를 위한 하나의 계획이 되니까. 성취감을 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너무 압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카페를 나와 망리단길 안에 있는 소품샵을 구경하다가, 한 스티커의 문구들을 봤다. "마음을 진단 중입니다." 오늘의 기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담긴 것 같아 기념으로 사고 말았다.



언젠간 다녀오고 싶었던, 숙제처럼 남아있던 동네 망원동. 내가 생각한 모양의 휴식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 여운만은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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