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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좋아하는 이유

서울 중구 '스윙'

by grape

카페를 찾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좋아하는 음료 혹은 디저트가 있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지인과의 약속 장소로 활용하거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음료 한 잔의 비용만 내면 다른 시간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카페라고.


내 방 책상이 앉고 싶은 곳, 집중이 잘 되는 곳이면 정말 좋겠지만. 내 방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게 되도록 꾸며야겠다는 생각만 몇 번이나 했다. 무엇보다 집과 내 방은 쉬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도 색다른 곳을 찾아가야 하는 것. 새삼 깨달은 본능이자 고집이었다.


특히 '스윙'은 동네에서 멀지 않아 금방 갈 수 있는 장점을 갖춘 곳이다. 지도 어플을 보며 찾아가는데 새삼 놀랐다. 가깝지만 그동안 전혀 몰랐던 길로 안내했기 때문이다. '동네 가까이에 이런 길이 있었구나.'



오렌지빛 조명으로 아늑함이 배가 되는 곳. 낮까지는 카페로, 저녁부터 밤까지는 바(Bar)로도 운영되는 곳이다. 입구에는 로스팅 머신, 카운터에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위스키 보틀들이 놓여 있었다. 머신과 보틀들이 내는 빛으로 카운터는 반짝반짝했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다니. 뭔가 신비롭기까지 했다.



여러 이유로 나에게 '스윙'은 오전부터 와야 하는 곳이다. 늦은 시간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고, 술에도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스키에 내심 눈길이 갔다. 저녁 이후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 위스키를 알아야 이곳을 제대로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운터는 물론 테이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만의 특별함은 고양이도 있다는 것. 이 친구가 머무는 집 또한 손님이 앉는 자리 한쪽에 버젓이 있다. 그야말로 카페의 일부인 듯. 손님들도 불편한 내색 없이 자연스레 착석한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해야 할 일도 했지만, 다른 손님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직원과 자연스럽게 스몰토크를 나누는 손님, 테이크아웃이 일상인 듯 몇 마디만으로 주문하고 기다리는 손님, 근처 학원에 자녀를 데려다주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학부모 손님들까지. 주변과 다른 신비로움을 내뿜는 곳이었지만, 그 안의 풍경은 어느 곳보다도 정겨웠다.



집에서 멍 때리는 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새로운 공간을 찾아 멍 때리는 건 경험으로 여겨진다. 이게 공간이 가진 힘일까. 내가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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