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행복해지는 방법

프리타타

by grape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기세를 이어 최근 새로 방영을 시작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쿡(Cook)방의 원조로서, 게스트들의 냉장고에서 즉석으로 가져온 재료로 15분 요리대결을 펼친다. 어느 날 재방송을 보는데 '프리타타'라는 요리가 나왔다. 갖은 채소를 볶은 다음 달걀물을 넣고 부쳐내는 이탈리아식 오믈렛. 뭔가 어려운 재료나 조리법이 나오면 시도조차 못할 것 같아 아쉬웠겠지만. 프리타타라면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레시피를 찾아보니 매우 다양했다. 시금치 프리타타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자투리 채소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레시피도 많았다. 이날 밤, 우리집 냉장고에는 어떤 재료들이 있는지 스캔했다. 프랑크소시지, 양파, 감자, 대파 등이 있었다. 아쉽긴 했지만 부족함도 없는 라인업이었다. 감칠맛과 식감을 살릴 양파와 감자, 풍미를 더할 대파, 그리고 육류인 소시지도 있었다. 여러 레시피들의 공통점만을 살려서 내 멋대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내일 점심 메뉴는 프리타타다!' 내일 먹을 메뉴를 정하고 나니 미리 행복해졌다.


먼저 재료들을 손질한다. 예전에는 요리할 때 뭔가 서두르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괜히 느긋하게 굴었다. 내심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15분 만에 어떻게 음식을 완성할까. 나는 손질만 해도 그 배는 드는데. 역시 전문가들은 다르구나.



감자는 껍질을 벗겨 편으로 썬다. 익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양파와 대파도 채 썬다. 프랑크소시지는 원래 레인지업으로 조리하는 형태로 꼬치가 끼워져 있었다. 그 꼬치를 제거한 다음 작은 도막으로 썰었다. 재료들은 모두 씹는 식감을 낼 정도로 약간씩 두껍게 썰었다. 그리고 달걀물을 만든다. 달걀에 우유를 넣고 풀어준 다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둔다.



이제 재료를 볶을 차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부터 먼저 볶는다. 양파가 어느 정도 익으면 감자를 넣는다. 감자가 눌어붙지 않도록 잘 뒤집어 가며 함께 볶아준다. 그러다가 프라이팬 위에 뚜껑을 덮고 잠시 더 익혀준다.


이때 익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참 애매했다. 짧으면 감자가 익지 않을 테고, 또 오래 두면 양파까지 탈지 모른다. 참고했던 레시피에는 '감자가 70% 정도 익을 때까지'라고 했는데. 그 70%를 어떻게 확인해야 한단 말인가. 나의 감을 믿으며, 나머지 재료인 대파와 소시지를 넣고 볶아줬다.



내심 시금치가 없는 게 아쉬워서 샐러드 채소도 씻어뒀었다. 생으로 먹는 게 좋았겠지만 무작정 넣어버렸다. 마지막에 푸릇한 색을 가진 재료가 들어가니 비주얼은 제법 알록달록했다.



그렇게 볶은 재료에 달걀물을 부어준다. 이때 불을 줄여 천천히 익도록 한다. 바닥을 슬쩍 뒤져가며 타지 않고 잘 익었는지 확인한 다음,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뿌려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뚜껑을 덮어 익힌다. 나는 뚜껑을 덮은 뒤 약 1분 정도 약불에 뒀고, 이후에는 불을 끄고 잔열에 익도록 했다. 음식이 탈까 봐 내내 조마조마했다.


플레이팅 할 것 없이 프라이팬 통째로 식탁 위에 올렸다. 예쁜 팬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 아쉬움은 프리타타 완성의 기쁨으로 날아가버렸다. 숟가락으로 적당히 잘라 떠 보자, 모차렐라 치즈가 주욱 늘어났다. 맛있게 먹으면서는 다음에 또 어떤 재료를 넣어볼까 벌써 생각하고 있었다. 토마토나 버섯도 당연히 좋겠고, 자극적인 맛을 위해 고추를 넣어보는 것도 좋겠다면서.


프리타타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조마조마하고 인내심이 필요했다. 역시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구나.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도 못 느끼겠지.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먹고 싶게 만든 식욕, 그리고 그것을 직접 만들도록 나선 나의 행동력까지 스스로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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