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신을 내던져보기

서울 마포구 '비캔드'

by grape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라는 느낌. 살짝 조급하긴 해도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오늘 '비캔드'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 느낌 때문이다.



'비캔드'를 처음 알게 된 건 꽤 오래전이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프렌치토스트 맛집으로 자주 보였다. 맛과 비주얼, 웨이팅 이야기까지. 평일이 자유로운 지금 시기가 아니면 못 갈 것 같았다. 왠지, 곧 나의 루틴이 달라질 것 같은 예감도 들어서.


어쩐지 그리운 곳이 되어버린 망원동으로 향했다. 웨이팅 어플을 써야 한다는 후기도 많아서 틈틈이 그 상황을 확인했다. 그런데 오픈시간이 다 되어도, 원격 웨이팅 시간이 다 되어도 어플에서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



다시 보니, '비캔드'는 내가 전 직장에 다닐 때 자주 지났던 골목에 있었다. 처음 가는 곳이지만 반가운 마음과 함께 매장에 들어섰는데. 아무도 없었다! 웨이팅 이야기로 괜히 겁만 먹은 거였다. (나중에는 점점 사람이 많아졌다)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라는 직원분의 안내가 괜스레 뿌듯했다.


프렌치토스트 브런치 메뉴를 주문했다. 샐러드, 베이컨, 달걀프라이를 곁들인 프렌치토스트. 디저트 메뉴는 식빵을 2층으로 쌓아 더 푸짐해 보였다. 토스트의 양 때문에 잠시 고민했지만, 브런치의 토스트는 1층(?)인 대신 좀 더 두껍다고 하기에 그걸로 결정했다. 꽤나 진지했다.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윽고 아기자기 예쁘게 담겨 나온 프렌치토스트 브런치. 막상 망원동까지 가려니 귀찮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에는 오기 잘했다. 네이버 리뷰로 소금 생크림 서비스도 알뜰하게 받았다. (익숙한 허브향과 함께 독특한 맛이 났다.)



혼자 와서도 상관없었지만, 오늘따라 누군가랑 이야기하면서 먹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지인 언니의 콜백이 왔다. '비캔드'로 향하던 길에 생각나서 내가 먼저 걸었던 통화. 음식을 먹으면서 통화해도 되겠냐고 조심스레 물어봤는데 흔쾌히 받아줬다.


그렇게 언니와 통화를 이어가며 접시를 조금씩 비워갔다. 누군가와 통화하며 음식을 다 먹다니. 그것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여러모로 특별한 맛이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터놓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겨버렸다.



오늘 나는 망원동으로 자신을 내던졌다. 안 그랬으면 계속 집에서 안 움직였을 것이다. 어떻게라도 환기시키려 집밖으로 나온 나 자신을 칭찬한다. '비캔드'의 프렌치토스트도 오늘의 나에게 딱 어울리는 메뉴였다. 오래도록 고대했던 메뉴와 장소였던 만큼 앞으로도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터치(Touch)가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