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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Feb 08. 2023

당일치기 가출

서울 중구 '콘웨이커피'

이것저것 기분이 답답할 때는 일단 집을 나서는 것이 최고다. 몸이 안 좋거나 하지 않은 이상. 일단 어떻게든.


오늘도 노트북과 다이어리, 소설책 한 권을 백팩에 넣고 뚜벅뚜벅 나섰다. 지난번 봤을 때는 거리가 있어 귀찮게 느껴졌던 곳을, 오늘은 산책길 마냥 휘적휘적 걸어갔다. 알고 보니 근처에, 예전에 친구가 일해서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다. 그때는 왜 몰랐지 하다가도 반가운 느낌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하나, 그리고 화이트 초콜릿이 토핑 된 얼그레이 마들렌 하나를 주문했다. 에그타르트와 스콘 사이에서도 살짝 고민했지만, 둘 다 너무 배부를 것 같았다.


칼로 마들렌을 자르니 토핑 된 초콜릿이 부서져 지저분해지긴 했지만. 커피와 함께 먹으니 딱이었다. 입 안의 한 조각 디저트가 한 모금 음료와 어우러지는 이 느낌이, 참 좋다.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았다. 콘센트도 있어 노트북을 쓰기에 최적이었다. 오늘 확인해야 할 일들의 순서를 나름 생각하며 왔지만, 막상 앉아서 노트북부터 펴니 뒤죽박죽 되어버렸다.


가족여행 정보를 찾다가, 카톡 기록을 뒤져보다가,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찾아보다가 하면서. 마치 평소에는 보지도 않는 뉴스를 보거나 책상 정리를 하는 시험기간처럼. 시험공부만 아니면 무엇이든 재미있는 그때처럼 손에 닿는 대로 딴짓을 했다.



그래도 기분 전환이 된다. 나만 즐거울지도 모르는 소소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다양한 상상들을 해본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을 가져본다. 카페 문을 나서는 순간 현실로 돌아가버리는 느낌이지만. 현재 이 순간을 즐겨보기로 한다.


내게도 귀가 있다 보니,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이 들려올 때가 있다. 어떨 땐 그 내용들이 나의 현실이나 생각과 너무나 닮아있어 놀라기도 한다.


오늘 나의 기분을 이상하게 지배했던 건 딱 한 가지였다. 그러니 나의 다른 장점으로 나 스스로를 응원하는 수밖에. 이제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소설책을 읽을 거다. 도서관 반납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따가 집에 돌아갈 때는 닭가슴살을 사갈 거다. 이전부터 먹고 싶었던, 입 안에 꽉 차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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