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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Feb 12. 2023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다> 글배우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한 카페를 찾았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아담했다. 벽의 일부는 천정까지 닿는 서가였고, 책들이 가득 꽂혀있었다. 알고 보니 북카페였다. 서가 가까이 있는 자리가 비어서 앉았는데, 책마다 도서관에서나 보던 분류기호들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 도서관인가?'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책을 빌려주기도 한단다. (더 놀라운 건 꼭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책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친구와는 서가를 나란히 둘러보다가, 서로 인상적인 제목의 책들을 꺼내 펼쳐보기도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일을 하면서 보게 된 베스트셀러 정보를 들먹거리며 조금 아는 척도 해보고. 친구는 몇 권의 책을 고르더니 빌려봐야겠다고 했다. 나는 읽고 있던 책이 있어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펼쳐 읽어보았다.


잠시 후,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나 이 책 빌려도 돼?" 북카페와 친구의 직장이 가까웠으므로, 대신 반납을 부탁해도 되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또, 예상치 못한 한 권의 책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글배우 작가의 이름은 자주 들어보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때는 더 크게 오프라인 서점의 공간을 차지했던 'SNS 작가의 책'들. 말랑한 문체로 이 시대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짧은 글들의 모음집. 각자의 취향 차이가 있으니, 사실 나는 이런 책들에 크게 눈길이 가지 않았다. 뻔한 이야기들을 그저 저마다의 화법으로 정리해 옮겨놓은 책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영향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나 또한 그렇게 '오그라드는 감성'으로 글을 쓸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자주 찾아보진 않더라도, 서점을 둘러보며 시간이 남거나 누군가를 기다려야 할 때 궁금해서 들여다보던 책들. 글배우 작가의 책들이 그 대표적인 유형이었다.


먼저 제목의 의미가 뚜렷하게 보이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그동안 내게 막연했던 생각들이 객관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멍청한, 쓸데없는 고민으로 힘들어한다는 생각에 묘한 위로를 얻었다.


당장 내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아도, 내 상황을 조금이라도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이렇게 보일 수 있구나' 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똑같구나 하면서. 가끔은 이런 책도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 인생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부정적이게만 흘러가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도록 네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거거든.
_'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까, 안정적인 일을 해야 할까' 150쪽


ㄴ나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강하다. 내가 나 자신을 믿어주어야 한다. 지금 무기력하다고, 내일도 무기력할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되도록 내가 나를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 오늘과 다른 내일이 찾아오고, 내일의 나 또한 더 나아질 것이다.



우리는 때론 안전한 곳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 할 때도 있어.

안전한 곳이 나를 괴롭게 한다면.

스스로 판단했을 때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 여정이 너에게 너무 버겁고 두렵고 무섭지 않기를
응원할게.
_'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147쪽


ㄴ나는 경험을 무척 중요시한다. 새로운 것을 찾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익숙하고 안정적인 것을 선호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에 움찔거릴 때마다, 내 안 깊숙이 있는 '새로움을 기대하는 마음'을 꺼내보려고 노력한다. 계속 멈춰있는 건 또 싫으니까. 새로운 곳에 나아갈 때, 나 스스로를 응원할 수 있기를.



...나의 행복을 타인으로 채우려고 하면 안 됩니다.
...당신의 행복을 스스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_'내가 사람들과 어울리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140쪽
우리의 행복을 정확히 얘기하자면
'무엇을 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그때의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을 때
행복을 느낍니다.

그것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자유입니다.
_'우리의 행복은 '자유'에 있습니다.' 185쪽


ㄴ행복에 대해서 사람들은 꾸준히 탐구하고 고민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여기 표현된 정의에 가장 공감한다. 남에게서 찾을 수 없는 것, 내 자유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 내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그때 순간마다 행복을 발견하고, 놓치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럴 때는 '영역이 넓은' 게 도움이 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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