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라는 말은 왠지 깊고 어두워서 서글퍼지는 말이다
내 몸 안의 뜨거운 실핏줄 속을 오가는 피톨처럼 쓸쓸한 아버지의 주름진 울음주머니
밤새 폭음을 한 중년의 사내가 비틀거리는 걸음을 다잡아 집으로 돌아오는 새벽, 어깨 위에 내리는 찬 이슬처럼 따라오는
너무나도 투명한 생을 진저리치며 오줌발을 터는
낮은 담모퉁이
뜬 눈으로 꼬박 밤을 샌 외등처럼
사내를 기다리는 한 여자의 불면이 가닿은 축축한 베갯머리같이 젖은 담장 밑
오래 전 붙박힌 전봇대에 더부살이하는 달방과
개구리소년들의 아슴한 기억의 몽타주 위를 서성이는 빛바랜 구인광고가 삼백예순 날 긴 목을 빼고 기다리는 목울대처럼 조붓한 민들레 영토
푸른 대문 안 산란한 나무들이
우렁우렁 떡잎을 키워 하늘을 오를 때에 아이들은 태어나고
무럭무럭 자라서 공장엘 가고
어른이 되고 늙어, 먼훗날
곡哭을 짓는 생사의 나들목
밤이면 추운 별들이 어둠을 끌어덮고
또록또록 이를 부딪는 소리 눈처럼 쌓이고
낮은 지붕의 처마 아래 엎드려서
창틀을 닦고 있는 달빛이
눈을 감고도 훤히 드나드는 길
- 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2016.시와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