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밥

무서운 밥

by 니체


늙은 아버지가 젊은 아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거룩한 일

밥을 먹는다는 것은 행복한 모험

얼얼하게 휘어진 생의 등뼈를 곧게 펴는 일

지는 해를 끌어다 허리춤에 묶고 내일 아침 다시

동편 산봉우리 위로 불끈 밀어 올리는 거대한 힘


뉘엿뉘엿 석양마루 끝에 앉아 여지껏

밥을 먹는 구순九旬의 아버지여

찬 구들에 불 들어가듯 아버지 몸 안으로 뜨신 밥이 드신다

아들이 아버지의 수저에 아직 상하지 않은 해의 싱싱한 속살을 발라

한 점 한 점 꽃잎처럼 얹어 드린다

버짐꽃 핀 구순九旬의 아버지가 수저 쥔 손을 바르라니 떠신다


아버지, 밥이 흔들려요 밥알이 어지러워요


흘린 밥알들이 무릎 위로 쿵하고 주저앉는다

무릎뼈가 삐걱하고 꺾이는 소리

저 천근天斤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아버지여


요단강을 건너는 듯 멀고 고단한 밥의 행렬

평생 밥의 신전을 떠나지 못하고 그 지존의 문을 지키셨던 아버지가

이제 밥의 입구에서 일생의 입질을 회개하시는지

덜덜덜덜 손을 떠신다 삐질삐질 땀 흘리신다


밥상이 온통 노을빛이다



- 무서운 밥

<2019. 문학의 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