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물이 든 장다리꽃이 이른 봄볕에 나비처럼 날개를 펴네 겨우내 언 발을 녹이며 푸석하게 마른 무릎을 둥글게 말아얹힌 볕 마루 유난히 추위를 타던 어머니가 무청 시래기같이 비쩍 마른 몸으로 걸터 앉아 있네 지난 동한冬寒에 잎이며 가지며 열매를 다 거둔 후 서둘러 넘어가던 노을길, 가고 없는 날의 외따로이 혼자 남은 가시 줄기에 한오리 살빛이 허공의 찬 이마를 쓸고 있네 여러 해 기워 입은 겉옷처럼 섧고 또 설운 날들이 가고 아주 닳아서 헤진 자리마다 덧대어 기운 자국만큼 질끈 동여맨 세월의 보퉁이를 풀면 길섶마다 어지러이 우거진 한 뙈기 묵정밭이 있어 질경이, 쇠비름, 망아주풀을 돌보던 그이의 둥근 가슴처럼 다 닳아서 낡은 호미자루같이 옹이 진 무릎만큼, 오늘 무꽃이 피는 나의 빈 밭에 두근거리는 나비의 숨결처럼 따스한 이 봄날의 빛 가운데 서면 그리운 이의 눈빛이 한없이 높고 오목하여져서
- 무서운 밥
< 2019- 문학의 전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