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by 니체


ㅡ젊은 날 내가 처음으로 당신에게 보여주었던 숲은

장미의 환영이었다. 그 붉은 화영花影의 잔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 당신은 새를 품은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그 숲을 떠나지 못하고,



어깨를 관통당하고도 조용히 새의 행방을 숨긴 저 무거운 입 안에는

뜨거운 불의 무늬가 들어 있다


숲은 나무를 숨기고

새를 은폐시킨 나무는

비상하는 상처의 무릎팍이 되어

백기를 흔들어도 소용없이 허구한 날

쓰러지는 일이 많았다


번번이 총성은 숲을 뒤흔들고

가지 사이로 난 좁고 투명한 길로

빠져나간 새들의 황망한 발자국과

이파리에 촘촘히 박힌

선지처럼 붉은 비명을

나무는 제 상한 몸으로 덮어

남은 체온을 보태주었다

집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는 시름의 날들

유리걸식하는 어린 새들의 불안한 잠을 위해

제 울음을 참고 가붓하게 서 있는 나무처럼

당신도 한번쯤 혼절한 내 상처의 뒷목을

고이 받쳐주던 투명한 저녁의

통증이었던 적이 있다

욱신거리는 세간의 남루한 어깨를 들어 불면의 깊은 밤을 괴이던

촉촉한 베개가 되어준 적이 있다


저 무성한 잎과 같이 창궐하는

불안이 귀를 열고

우리의 고단한 잠을 뚝, 뚝 부러뜨리는

세상의 무서운 총구 앞에서

뜨거운 말을 삼키고 살아야 했던 당신 안에

느꺼운 날들의 옹이 많은 낙타 무릎이 있다

벼락을 먹은 나무 한 그루 있다


ㅡ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 2016 시와 소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