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혼자

by 니체

혼자라는 말은
꼭두로 서는 외로운 말이다
안과 밖이 잠겨버린 은빛 고요의
동그랗고 투명한 떨림이다
그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단단한 적막을 어떻게 견딜 수 있나

어미새 떠난 빈 둥지처럼
막차가 끊긴 간이역 대합실
흐린 불빛 아래
덩그러니 남은 노숙의 밤처럼
주인 잃고 버려진 낡은 봇짐처럼

언젠가는 우리,
혼자 남는다는 것을 알면서
은행나무 마주하듯 얼굴을 맞대고
서로 웃고 우는 것이다

어깨를 걸고 같은 꿈을 나누어, 나란히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한 이불을 덮고 서로의 숨결을 보태어
천년의 사랑을 기약하는 것이다
어느 날, 그자리
그윽한 눈길 없이 찬바람이 일 때
아, 생은 얼마나 끔찍한 것이냐

빛 바랜 흑백사진처럼, 흐린
기억의 잠에서 깨어난 한밤중
차디찬 윗목같이, 다시는
껴안을 수 없는 그대를
빈 가슴으로 느낄 때
혼자라는 말
수련같이 젖어 있는
내 독한 그리움의 모퉁이
그대 가고 없는 날의
쓸쓸한 골목
ㅡ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2016. 시와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