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버려진다는 것은

by 니체

공터에 버려져 자빠름하게 앉은 암갈색 낡은
가죽소파의 주검은 그 낯빛이 아른하다
어린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서서, 아득히
먼 산을 바라보는 어미소의 무구한 눈빛처럼
부침이 심한 아비집 고욤나무 아래서
저물도록 내게 등을 내어준 어머니의 그것과 닮은 품이다

한번도 스스로의 몸을 앉혀본 적 없이
닳아진 무릎이 노을에 기대어, 버려진
후에야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은
유폐된 기억의 몸을 나와 홀로된다는 것

골 깊은 산중에서 붙잡힌 산짐승이
사나운 올가미로부터 벗어나, 바위 틈에 숨어
잘려나간 제 한쪽 발목의 상처를 혀로 핥듯
끓어오르는 고요한 선홍빛 절망이 오래도록
새까맣게 탄 흉중에 통점으로 남아 있다

버려진다는 것은
비오는 저녁 허름한 고물상
어둔 뒷마당 한컨에서
물 먹은 폐지더미처럼 숨죽이며, 저만치
닿지 않는 누군가의 발길을 기다리는
헐한 열망의 마음이 빗물처럼 고이는 것이다

오래지 않아 몸은 정오의 햇살을 걸어나가고
그 무진한 빛 속에서
잠든 뿌리가 허어옇게 부스러지듯
버려진다는 것은
아주 옛적의 주인 잃은 편지 같아서
너무 오래되어 띄엄띄엄, 읽혀지지 않는
슬픈 이름만 같아서

ㅡ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2016 시와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