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표류기

장미

by 니체

그대를 사랑하고도 상처로 아픈
내 마음 먹먹합니다

그대 눈이 향하는 곳에 맑은 창을 들이고
그대 깊은 잠을 위해 홀로 깨어 돌보는 새벽
두 손 가득히 첫이슬을 모아
그대의 마른 목을 적시고
따순 햇살을 끌어 그대를 입혔던 날들

그대는 붉은 웃음 뒤에 독한 가시를 품고 내 안에 아뜩한 절벽 하나 세웠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얼마나 황홀한 전율인가요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상처로 아파 눈 못 뜬다 해도
오직 그대에게 가기 위해 나는 아파하나니

오, 뜨거운 모순이여 아름다운 배반이여
나의 사랑은
상처로 크는 열병
내 마음 먹먹하도록
그대를 사랑하나니

ㅡ반달 표류기

<현대시학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