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밥

슬픈 영화

by 니체

슬픈 영화
ㅡ대인동

별들의 고향 지나 영자의 전성시대가 끝나고, 그때 사라진 대한극장 뒷길에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맨발의 청춘들이 몇장, 추억의 지리시가 되어 침침한 가등 아래 두근두근 암표상처럼 서성이고 있다네
예고편도 없이 너무 쉽게 열려버린 생의 안쪽 문은 다시 잠글 수 없고 얼룩진 꽃무늬 벽지처럼 눅진한 자폐의 얼굴들만 희멀거니 낮달이 되어 떠도는 골목

언제나 밤보다 먼저 찾아온 어둠이 마른 지푸라기처럼 몸을 뒤척이는 살구나무집 쪽방, 때 절은 암막커튼 뒤에서 동시상영되는 영화, <타임>

어룽어룽 달그림자 아래 푸석하게 빛이 바랜 스카프들이 바닥 없는 낡은 뱃전에 기대어 고단한 날개로 닻을 내린 갈매기 항구 너무 무거워서 빠르게 잠겨버린 생이 스스로 결박을 풀지 못해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먼 곳

목울대처럼 캄캄한 골목길 따라 물밀듯 어둠이 내리면 새우등같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밤바다에 하나 둘 집어등을 켜고 정박한 고깃배들, 서로 허름한 어깨를 엮어 가벼운 허기로 출렁이는 이생의 채낚기들, 비 내리는 밤 축축한 타임의 추억을 재생하는 저 비탈진 암벽의 따개비들

깜빡 깜빡이는 희미한 추억 속, 오늘도 쓸쓸한 웃음 날리며 제 인생의 대사를 주문처럼 달달 외는 영자들의 골목 비오는 날의 판초우의같이 젖어 있는, 거기
지붕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