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밥

따뜻한 손

by 니체

따뜻한 손



어둠 속에서 잠긴 문이 뒤란 쪽으로 열리네
달이 뜨고 대숲에 자던 바람의 손이 내 찬 이마를 짚고 부스스 일어나는 소리, 지하 단층을 밀어 올리는 마그마처럼 펄펄 끓는 적막의 심박동 소리

누구일까,
그 밤에 울면서 떠나가던 이의 오똑한 슬픔같이 다듬이를 두드리는 손은,

철들기 전 시집간 내 누이 울며 떠난 집, 남겨진 반짇고리같이 둥그런 밤 두근거리며 능소화 어둔 담장에 기대어 남 몰래 꽃불을 켤 때 재 넘어 아랫마을 마실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그을음 낀 기름등잔의 심지를 돋우어 불을 얹고 머위 잎같이 큰 손으로 햇배를 앓는 나를 안아 쓸어주시던 아랫목,

뒤란 가지나무 뾰족한 잎 그림자가 바람에 사그락사그락 창호 문을 스칠 때면 무섬탄 내 눈을 두 손으로 감싸주시고 나는 시금하게 뜬 새우 눈으로 어두운 사위를 둘러보면
멀리 탱자나무 노오란 열매처럼 도란도란
흔들리던 알 전구 희미한 불빛 속으로 목화솜을 타던 아버지가 성큼성큼 걸어와 내 작은 손을 꼬옥 잡아주던

아, 그때 뭉게구름같이
어린 내 몸을 펴주시던 따뜻한 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