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젓가락 행진곡

by 니체

ㅡ횡단보도에서 듣는 음악



챙이 넓은 캐플린모자를 쓴 젊은 엄마가 노란 병아리가방을 어깨에 맨 어린 사내 아이 손을 붙들고 모데라토로 피아노 건반 위를 둠칫둠칫 걸어 햇빛 속으로 들어간다 호기심 많은 아이의 큰 눈빛이 가닿는 곳마다 반짝이는 별들의 문신,

맞은편 문을 연 공중정원의 앞뜰에 이제 막 피어나 머리에 이슬을 매단 꽃숭어리들이 한껏 멋을낸, 짧은 치마를 받쳐 입고 비바체로 건반 위를 징검돌처럼 뛰어 팔랑거리며 건너온다

가끔씩 중간에서 마주치는 손바닥 화음, 이른 아침 달달한 참새들의 사투리 넌출, 들썩이는 어깨 위에 맑은 햇살을 머금은 물방울 무늬가 삼색 나비날개같이 나풀거렸다

젊은 사내들은 알레그로로 조금은 깊고 빠르게 제 안에 내장된 음을 탐색하듯 허밍으로 귓바뀌를 문지르며 힘차게 건반을 두들겼다

이 아침 광장의 열린 음악회, 노인들의 출연은 첫걸음부터가 사뭇 더딘 것이어서 듬성듬성 알갱이 빠진 옥수수마냥 박자를 빠뜨리기 일쑤였다

노쇠한 몸이 곧추선 마음의 음표를따라 읽지 못하고 침침한 눈으로 굽은 건반을 점자판처럼 더듬거리는 게다 아니, 어쩌면 익히 알고 있는 음악의 선율이 가닿는 가장 높은 인생의 경지를 오래 전에 체득한 아다지오의 노인들은 부러 건반을 천국의 계단으로 사용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른 수숫대처럼 꼭 한 걸음 늦게 오르는 발,

차창 너머로 관객들은 저들이 마지막 계단을 돋움할 때까지 얌전히 앉아 무료한 시선으로 끈질기게 마지막 쓸쓸한 퇴장을 기다리곤 했다

인도에 내려앉는 비둘기들의 날개는 늘 젖어 있다

첫차로 온 촌로가 고사리며 두릅, 서리태, 깻잎, 좁쌀 등속을 모퉁이 난전으로 벌여놓고 쉼표처럼 앉아 물 마른 손 끝으로 모이를 뿌리며 의심이 많은, 눈이 커다란 비둘기에게 마수걸이를 한디

길 한켠 버스정류장 아래 지금 막 도착한 별들의 숨소리, 열주처럼 줄을 서서 차를 기다리는 저 별들의 환승역, 저들 모두는 칸타빌에 산다

수런거리는 광장의 중심을 팽팽하게 당겨 막을 여닫는 신호등은 늘 긴장된 표정으로 서서 시간의 태엽을 감고 있다 막간을 지나는 포르테와 소나타의 방향이 다른 속도로 바람을 일으킬 때 잠시 흔들리는 음표, 어느 비 오는 날 밤엔 취객 하나가 실수로 잘못 배낀 악보를 땟장 가득 실은 타이탄 트럭이 장송곡으로 바꾸어버린 적도 있다


매일 아침 나는 이 별빛 광장의 모모카페에서 칸타타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