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표류기

행려의 시

by 니체



ㅡ낡은 구두 한 컬레


살아도 살았다 할 수 없다면

생은 이미 그대를 떠난 것

떠난 삶을 쫓아가 보아도

돌아보면 그 자리

생은 질질 끌리기만 하더라


안과 밖이 서로를 혹사하면서

어떤 그리움의 섬을 찾아 예까지 왔나

산다는 것은 죽음의 변방을 눈감고

에돌아 나가는 술래다

몽생의 곡예를 부침하며

가장 낮은 자세로 생을 횡단한 사막의 주름


몸도 마음도 모두 구기고 치욕스럽게

닳아질 욕망의 껍데기인데

몇 번씩을 밟히고 넘어져도 다시 고쳐 일어서

온몸으로 쓴 바닥의 자서전

ㅡ반달 표류기

<2023 현대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