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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Jul 05. 2019

된장에 관한 고백

강된장, 쌈장, 된장소스 만들기까지


인도에 카레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된장이 있다. 카레는 향이 뛰어나 어떤 것도 덮어버린다. 카레 하나면 어떤 요리에도 어울린다. 된장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도 덮어버리고 어떤 요리에도 어울린다. 살균이 뛰어난 카레라면, 발효에 강점인 것이 된장이다.


한식을 알게 된다는 것은, 바로 된장을 이해하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된장의 묘미를 알게 된 것은 요리를 알고 한참 후의 일이다. 처음엔 고작 된장찌개 하나 끓이는 정도였다. 된장찌개도 맛을 제대로 몰랐다. 그저 고기가 들어간 요리나 돼야 맛있는 줄 알았다.


그러고 보면 된장은 채소 요리와 관련이 깊다. 사실 한식은 야채와 채소, 나물을 다루는 데서 요리의 깊이가 달라진다. 고기 요리는 해보면 그렇게 맛의 편차가 크지 않다. 단백질과 지방 자체가 일단 맛을 갖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소는 다르다. 요리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게 난다.


주변의 식당에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나물이나 야채로 된 반찬 맛이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어느 집은 입에 맞는가 하면, 어느 집은 그렇지 못하다. 반면 고기나 생선 메뉴는 맛에 그렇게 차이가 크지 않음을 느낀다. 인류의 먹거리가 수렵에서 채집으로 바뀌고 농경사회가 되면서 진화한 여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전주에 출장 간 일이 있다. 한옥마을 근처에서 접대를 받았다. 한정식 집인데 반찬이 무려 스무 가지가 넘었다. 그중에 나물이 많았는데, 종류도 많지만 맛도 달랐다. 입맛에 맞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근데 그중 고기류인 떡갈비와 생선은 서울에서도 흔히 느껴봄직한 그런 맛이었다.



나물 무침은 된장이 큰 역할을 한다. 조상의 지혜가 대단할 뿐이다. 콩을 통해 단백질을 보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발효된 것이라 영양은 배가된다. 속을 편안히 다스려주는 이유다. 대장의 유익균을 활성화시키는 기능 덕분이다. 나물의 향취는 된장 고유의 향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된장국은 국물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준다. 수분과 영양을 보강해준다. 밥이라는 탄수화물과 잘 어울리는 것이 국이다. 국밥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바로 국의 전통에서 다져졌다. 누군가는 국물이 위액을 희석시킨다고 걱정하지만 소화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국물과 건더기 분리 처리장이 바로 ‘만물의 영장’ 인간의 위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콩을 재배한 것은 초기 철기시대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선사시대에 우리의 땅이었던 부여는 콩의 명산지였다. 콩으로 간장과 된장이 섞인 것과 같은 걸쭉한 장을 담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메주에 소금물을 알맞게 부어 익혀, 장물을 떠내지 않고 그냥 된장을 만들기도 한다.


된장을 만드는 주재료인 콩에는 단백질이 38%나 있고, 리놀산·리놀렌산 등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영양이 우수하다. 된장은 100g당 열량이 128 cal, 단백질 12g, 지방 4.1g, 탄수화물 14.5g, 회분 17.9g, 칼슘 122㎎, 인 141㎎, 철분 5.1㎎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B1과 B2도 0.04㎎, 0.2㎎씩 함유되어 있다.




# 강된장 만들기


강된장은 언뜻 ‘강한’ 된장이란 느낌이 든다. 된장에서 강하다는 뜻은 무엇일까. 사실 된장 자체가 강한 재료다. 그냥 보기에도, 찍어 맛을 봐도 그렇다. 콩이 메주가 되고, 메주가 된장이 되기까지 얼마나 견뎌냈을까. 그 과정 자체가 강하지 않고서는 배겨 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보다 더 강하게 돼야 한다니 얼마나 더 강해야 할까. 강된장을 처음 접한 건 직장에서였다. 도시락을 싸와 먹던 시절, 동료가 강된장을 갖고 왔다. 그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것이었다. 그냥 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였는데, 밥을 비벼 먹어보니 꿀맛이었다. 된장찌개도 쌈장도 아닌 살짝 뻑뻑한 ‘강된장’이었던 것이다.


사실 강된장은 된장찌개를 졸여 만든 음식으로 보면 된다. 쌈과 함께 먹어도 좋고 독립적으로 밥과 비벼먹어도 좋다. 짜지 않게 하는 게 포인트다. 기본적으로 짠 된장을 제대로 넣고 해야 하기에 요리법이 간단치는 않다. 야채를 잘게 많이 쓰고, 두부를 잘 이용하는 게 포인트다.


야채 외에 보통 담백하게 우렁이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돼지고기 다짐육을 써도 훌륭하다. 단백질과 지방이 입맛을 더 돋운다. 육수는 멸치도 괜찮고, 귀찮으면 다시마물을 써도 무난하다. 강된장 하나 잘 준비하면 맛과 영양, 소화흡수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 쌈장 만들기


쌈장 하나만 잘 만들어도 부러울 게 없다. 상추와 깻잎 정도면 훌륭한 한 끼로 손색이 없다. 쌈장은 대개 고추장을 섞어 만든다. 된장:고추장은 2:1 or 3:1 정도다. 된장 느낌이 더 나도록 조절하면 된다. 다진마늘, 참기름, 매실액, 설탕, 통깨를 으깨 넣고, 다진 대파와 양파를 넣으면 좋다. 호두나 땅콩 등 견과류를 갈아서 넣으면 간을 중화시키고 영양도 더 챙길 수 있다.


# 된장소스 만들기


각종 나물을 무쳐먹을 때 유용하다. 나물을 데쳐 그때그때 된장을 써도 되지만 번거로울 수 있다. 나물무침용 된장은 고와야 좋다. 나물에 잘 스며들어야 제격이다. 간장으로 무쳐도 되지만 된장의 풍미를 따라갈 수 없다. 나물의 왕 시금치를 된장소스에 무쳐 먹어보면 금방 알게 된다.


먼저 통깨를 가는소금 한 꼬집을 넣어 믹서기에 곱게 갈아놓는다. 통깨의 양은 많을수록 좋다. 된장과 통깨 가루를 넣고 함께 믹서기에 간다. 이때 뻑뻑하기 때문에 들기름을 조금씩 넣어가며 갈면 좋다. 약간 뻑뻑할 정도로 곱게 갈아 병에 담아 쓰면 된다. 보통 나물 200g에 만든 소스 한 스푼 정도면 계량에 무난하다. 다진마늘, 다진대파, 들기름 한 숟가락 추가로 넣고 무치면 된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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