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동물성 단백질원을 얻기 위해 벌인 가축력
남성에게 고기는 중요한 먹거리다. 우리 집만 보더라도 장인어른과 나는 고기를 좋아하고, 처와 장모님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즐긴다. 처는 구운 것은 좋아해도 물에 들어간 고기는 질색을 한다. 고기는 인간에게 단백질 섭취원으로써 중요했다. 동물성 단백질은 유용하고 필요하기도 하다.
인체에서 ‘단백질’은 필수적인 요소다. 중요한 물질들을 만들거나 운반하고,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과 싸워 몸을 방어한다. 머리카락이나 손톱 · 발톱의 성장과 피부나 뼈와 결합 조직 그리고 혈액의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단백질의 섭취 부족이 심하면 성장이 멈출 수도 있다.
육류 섭취에 가장 간단한 방식은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다. 고기 굽는 행위를 요리로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남자가 고기를 구움으로써 가정의 평화가 도모되기도 한다. 지글지글 고기 한 점의 위안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으랴. 소고기라도 굽게 되는 날은 행복을 저당 잡힌 날이다.
각종 고기를 요리해 보면 느낌도 맛도 다 다르다. 내가 요리를 시작한 계기도 고기 때문이다. 닭도리탕 요리가 그렇게 궁금했다. 사실 나중에 알았지만 ‘닭도리탕’이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닭볶음탕이 맞는 표현이다. 도리는 ‘부분’이란 뜻으로 닭의 손질된 모양을 말한다.
그렇게 닭의 소재로부터 한 남자의 요리가 시작됐다. 닭볶음탕은 지금도 애용하는 요리가 됐다. 요즘 닭요리는 닭갈비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닭다리 순살로 요리하는 게 먹기도 좋고 요리도 편하다. 그저 고기를 밑간 한 후 양배추와 당근, 양파만 갖고 볶아먹으면 된다.
고기는 네 가지 정도로 돌려먹고 있다. 닭, 오리, 돼지, 소고기다. 아마 어느 집이나 비슷할 것이다. 인류가 섭취하고 있는 육류 동물성 단백질은 사실 이보다 더 다양하다. 말, 양, 염소, 토끼, 개, 고양이 등 정말 수도 없다. 그래도 가장 대표적인 가금류가 앞선 네 종류다.
닭고기는 예민한 재료다. 날렵해 다이어트가 절로 생각난다. 닭가슴살은 그래서 먹는 것일까. 닭은 인류가 가장 애용하는 가금류다. 지구 상에 개체 수도 가장 많다. 닭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660억 마리가 도축되고 있다. 그다음이 오리, 돼지, 소 순이다. 무게로만 따진다면 역순이다.
닭은 조류다. 인류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로, 12 지간 동물 중 유일한 새다. 인류는 오래전 농경사회를 하던 시절부터 닭을 키웠다. 닭고기와 달걀을 얻으면서 가축화되기 시작했다. 닭의 영양을 좋게 한 인간은 처음엔 주로 달걀을 얻는 목적이 강했다. 닭고기를 얻기 위해 대량으로 사육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집에 매일 달걀을 공급하는 닭을 키운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발상이었다. 이후로 닭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닭은 해가 뜰 때 우는 습관이 있다. 새벽을 지칭하는 상징성을 띠게 된 배경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는 속담은 그래서 나왔다.
닭은 잘 날아다니는 종도 많다. 전문가들은 공기역학적으로 닭의 날개 구조가 충분히 비행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닭이 완전히 못 날게 된 건 현대 품종 개량 이후부터다. 인간이 닭을 키우게 된 것 자체가 먼 거리를 날아다니며 이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새들에 비해 사육이 쉬웠다.
오리고기는 품위 있는 재료다. 유유자적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 뭔가 있어 보인다. 물과 가까이해서 분리가 잘돼서 그런지 지방의 질도 좋다. 불포화지방이 뛰어나다. 오리고기를 요리해보면 부드럽고 풍미가 좋다. 가성비 대비 어떤 고기보다 정말 속이 든든한 이유다.
오리는 주로 가축으로서 고기와 깃털을 위해 사육됐다. 오리는 걷는 모습이 귀엽다. 뒤뚱거리는 모습에서 ‘레임덕’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오리가 뒤뚱거리며 걷는 이유는 물갈퀴 달린 다리가 물속에서 좀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무게중심보다 뒤쪽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오리는 닭과는 달리 상당히 머리가 좋고 주인의 얼굴을 알아본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큰 개체를 어미로 인식하기 때문인데, 새끼오리가 사람을 어미처럼 따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머리가 좋은 만큼 호기심이 많아, 닭처럼 겁을 준다고 달아나지 않는다.
오리털은 여전히 각광받는 옷의 소재다. 오리는 물 위에 잘 떠다니며 깃털이 잘 젖지 않는 특징이 있다. 몸이 배처럼 물에 떠다니기 쉬운 구조로 돼 있다. 깃털에는 늘 기름칠을 하며 물에 잘 젖지 않도록 관리한다. 야생오리는 80년대 이후 환경보호 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돼지고기는 잡다하고 시끄러운 재료다. 돼지는 식성이 좋아 뭐든 잘 먹는다. 돼지우리를 빗댈 만큼 지저분한 동물로 알고 있는데, 편견이다. 실제로 축사가 적당한 면적이라면 용변도 한 곳에서만 보는 매우 청결한 동물이다. 돼지가 자신의 배설물에도 뒹구는 것은 몸에 땀샘이 없는 탓이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뒹구는 것이다.
돼지는 후각이 뛰어나다. 흙속의 동식물을 쉽게 찾아낸다. 프랑스 요리에서 최고의 재료로 치는 송로버섯을 찾는 일에 돼지가 이용됐다. 땅속의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을 가진 송로버섯은 땅속에서만 자란다. 돼지가 버섯을 먹어버리는 일이 많아서, 지금은 훈련받은 개가 송로버섯을 찾아낸다.
돼지는 잡식성이다. 인류의 가장 큰 먹이 경쟁자 중 하나였을 정도다. 돼지가 뒤늦게 가축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돼지는 본능이 남아있는 가축 중 한 종류다. 이 야생성 때문에 인간은 가축화에 애를 먹었다. 돼지는 식육 외에는 쓰임이 별로 없는 편의 동물이다.
소는 농경사회의 중요한 동력원이었고, 식육에서 가죽과 각종 부산물까지 버릴 것이 없었다. 때문에 세밀한 품종개량이 이루어졌고 다양한 품종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소는 품종 간의 외형 차가 크며, 많은 품종이 야생에서는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유순하게 변했다.
닭 역시 식육 외 용도가 적은 편이지만, 세대교체가 빨라서 품종개량에 용이하다. 반면 돼지는 거의 식육을 목적으로 키워졌다.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순종성만 있으면 충분했기에 야생성이 남은 것이다. 소나 개, 고양이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품종이 있지만, 돼지는 품종의 분화가 덜 되고 품종 간의 외형 차이가 적다.
소고기는 안정과 휴식, 평화를 상징하는 재료다. 초식동물인 소는 그저 순하기 짝이 없다. 소는 신석기시대에 가축화되어 고기와 우유를 얻거나 농사일을 돕기 위해 사육되었다. 한국에서는 BC 200~100년경부터 사육되었으며, 오랫동안 농사를 돕는 데에 주로 이용되어 왔다.
소는 4개의 위를 가진 초식 반추동물이다. 먹이를 되새김질해서 소화를 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소의 수명은 15~25년이다. 소는 부분 색맹으로, 청색과 황색은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적색과 다른 색을 구분하지도 못한다. 투우에서 빨간색 망토를 흔들어 소를 유인하는 것은, 소가 아닌 사람들을 흥분시키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