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의 변천과 포화•불포화지방 인식의 변화
현대 요리에는 식용유만큼 중요한 재료도 없다. 특히 한식은 나물 요리에 들기름을 풍부히 사용해 왔다. 들기름, 참기름은 좋은 기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참기름은 참깨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비싸다. 고급 요리에 주로 사용된다. 잔치음식인 잡채에는 마지막에 늘 참기름을 둘러 맛을 낸다.
들기름, 참기름은 영양과 요리에 중요해서 부모님들은 대량으로 짜서 나누어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나는 생협에서 구입해 먹기도 하지만, 장모님께 들기름을 부탁하곤 한다. 친구분들이나 친지들이 협의해서 나누게 되는 것이다. 나름 네트워크가 돼 있어서 양질의 기름을 그래도 싸게 이용할 수 있다.
보통 기름은 재료가 되는 씨앗을 고열로 볶아 압착해서 짜낸다. 참깨를 으깨면 소량의 기름이 나오는데, 200ml 한 병을 짜내려 해도 많은 깨가 필요하다. 참깨 한 가마니 정도를 압착해도 나오는 양은 몇 병 되지 않는다. 참기름이 비쌀 수밖에 없다. 참기름은 들기름보다 더 고소하다.
볶거나 튀기는 용도에는 별도의 기름이 있다. 나는 한동안 포도씨유를 쓰다가 생협에서 유채유를 사다 요리에 이용한다. 포도씨유는 이태리산으로 수입되는 것을 썼다. 비용도 만만찮고 구입하기에도 번거로웠다. 유채유는 카놀라유라고도 하는데, 영양이나 가격 면에서 뒤질 게 없다.
식용유는 현대 인류의 입맛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명절 때 전 요리가 대표적이다. 각종 재료로 만든 전은 과식의 주범이기도 하다. 기름에 입혀진 맛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치킨이 사랑받게 된 것도 후라이드가 나오면서부터다. 기름에 튀겨진 입맛은 현대인들의 먹거리 문화로 정착했다.
사실 식용유의 대량생산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근대 이전엔 물리적인 힘으로만, 그것도 가내수공업의 노동력으로만 기름을 짜내야 했다. 곡물이나 식물 원료 자체도 그리 풍족하지가 않았다. 곡물로 손수 기름을 짜내는 작업은 엄청나게 고된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식용유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다. 식물성 지방은 몸에 좋고 동물성 지방은 나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트랜스지방이다. 고온고압을 가해 정제하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살 때 제원을 꼼꼼이 잘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
트랜스지방은 기름 자체에 어느 정도 트랜스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버터가 대표적이다. 반추동물의 장내 세균에 의해 유지방은 자연적으로 트랜스지방을 함유한다. 문제는 조리 과정이다. 고온에서 튀기거나 조리하는 방식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 논란도 있다. 포화지방은 나쁘고 불포화지방이 좋다는 견해다. 세상에는 어느 하나로 종결되는 진리는 없다. 늘 조건에 따라 가변 되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불포화지방이 많은 쪽으로 선택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포화지방이 잘못돼서가 아니다. 감칠맛은 포화지방이 더 좋을 때가 많다.
불포화지방은 단일지방과 다중지방으로 나뉘는데, 단일지방은 포화지방과 함께 정자 생산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임상실험일 뿐 일반화할 필요는 없다. 단일지방은 올리브유, 땅콩기름,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등이 있다. 다중지방에는 오메가3류의 들기름, 생선기름이 대표적이고, 오메가6류의 참기름 등이 있다.
언젠가 mbc스페셜 2부작 방송 ‘지방의 누명’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포화지방을 많이 먹을 것을 권했기 때문이다. 근래 다이어트의 상식을 뒤집은 보고였다. 덜 먹는 다이어터들에겐 희소식이었다.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암튼 문제는 실천일 것이다. 저탄수화물이든 고지방이든 실천을 꾸준히 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하다.
근데 지방은 사실 생각보다 많이 섭취하지 못한다. 고기를 먹어보면 알지만 포만감이 빨리 온다. 또 지방의 느끼함 때문에 한국인들은 특히 더 그렇다. 김치와 고추장 유전자로 무장된 한국인은 지방 섭취에 대해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외국여행을 가보면 금방 하소연하는 이유다.
반면 탄수화물은 섭취에 제한이 없다. 주로 달달하거나 짭짤한 인스턴트 식품이야말로 정말 기가 막히게 섭취 무한대다. 아무리 포만감 중추신경이 작동해도 과자나 술, 음료가 들어갈 여유는 충분하다. 탄수화물의 섭취 증가는 곧 인슐린 저항을 불러온다.
고지방 식단을 의식해 볶음밥을 준비해보는 것도 좋다. 일명 대파 볶음밥이다. 식용유 대신 버터를 이용하고 대파를 듬뿍 넣어 만드는 볶음밥이다. 계란은 스크램블로, 새송이버섯과 당근을 곁들이면 더 좋다. 느끼할수록 대파를 더 쓰면 된다. 현미잡곡밥이면 흡수 때 지방과 더 잘 어울릴 수 있다.
팬에 계란 3개를 스크램블로 먼저 준비해 따로 담아놓는다. 그 팬에 적당량의 버터를 녹인 후 대파를 먼저 볶고 간장을 넣어 1차 간을 하고 당근, 밥을 넣고 마저 볶는다. 스크램블을 올리고 소금으로 최종 간을 하고 후추와 통깨를 뿌리면 완성.
볶음밥은 식은 밥 처리를 위해서도 요긴하다. 볶음밥은 재료를 많이 준비하면 좋겠지만, 최소화해도 기본적인 맛에는 큰 차이 없는 메뉴다. 이유는 기름 때문이다. 버터와 대파의 조화가 흥미롭다. 느끼한 중화요리 볶음밥보다 훨씬 맛이 좋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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