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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Sep 05. 2019

다양성의 도시 ‘파리’

예술과 문화, 역사 속에 스며있는 에너지


파리는 다양성이 숨 쉬는 도시다. 파리 자유여행도 어느덧 5일째다. 이곳저곳 정신없이 돌아보면서 느끼는 공통적 속성은 예술과 문화, 역사가 간직한 다양성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디테일의 흐름이다. 디테일은 다양성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늘 빨리 먹고, 일에 몰두하고, 즉시 행동하고, 빠른 평가와 보상을 실행한다. 파리는 늘 차분하고, 개인적이면서도 가정적이고, 남녀의 활동과 모습이 늘 따라다니며,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역동성보다는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이유다.

심지어 노숙인들조차 특별한 인상을 준다. 파리 시내 건물에는 노숙인들의 공간이 더러 보인다. 침대 자리만큼 이불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은 주로 지하 공간에서 그냥 신문지나 포장박스를 깔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어떤 곳에서는 노숙인들이 이웃과 교류하기도 한다. 비록 노숙인이지만 이웃과 함께 하는 구성원으로으서의 지위를 얻고 있다는 얘기다. 이웃은 밝게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노숙인들을 위한 쉼터가 따로 있지만, 그곳에 갇혀있기를 거부한다고 한다.

파리의 거리에는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도로에는 아예 버젓이 화장실 박스가 만들어져 유료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아마도 다양한 인종들이 넘쳐나는 곳이기에 취하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특히 지하철역에는 화장실이 있는 곳을 못 봤다.

파리의 지하철은 한국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다. 출입 개찰구는 1~2개에서 많아봐야 5~6개 정도다. 전동차 문은 수동으로 여는 데가 많다. 전동차 문을 승객들이 자리 별로 수동으로 열면 닫을 땐 자동으로 닫힌다. 자동과 수동이 결합된 문화의 힘이 작동하는 셈이다.

전동차 문을 수동으로 습관적으로 열다 보면, 어떤 불의의 사고가 생길 때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9호선처럼 요즘 나오는 전동차들은 자동 개폐이지만, 수동이 공존하는 다양성은 특별하다. 인간적인 면모가 아닐 수 없다.


파리 시내 곳곳에 보이는 킥보드, 시내 재활용 수거 대형 쓰레기통


대중교통 문화의 행렬은 인상적이다. 특히 곳곳 전동 킥보드의 이동이 특별하다. 일반 도로에서 금발을 휘날리며 빠르게 이동하는 파리의 여성들의 모습을 흔히 본다. 자동차는 광장을 중심으로 다소 행렬이 많을 뿐, 대부분의 도로가 질서 정연하다. 어떤 곳은 중앙 분리선이 없어도 차량 질서는 순조롭다.

자전거, 오토바이, 킥보드, 자동차가 적절하게 이용되고 있는 파리의 차량 문화다. 지하철역에는 상업광고라기보다는 문화나 예술을 드러내는 포스터가 적절하게 보기 좋게 붙어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비치된 쓰레기통조차 다양하다. 벽걸이형, 스탠드형 등 모양도 제각각이다.

개를 산책하듯 데리고 지하철로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시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애완동물들이 가장 대우받는 곳이 파리다. 개는 사람을 물지 않게 가정에서 훈련시킨다고 한다. 개나 고양이들은 출생부터 코드가 심어진다고 한다. 누군가 버린다면 추적이 가능한 셈이다. 유기동물이 없다는 얘기다.

파리는 커피를 에스프레소로 마신다. 아메리카노가 거의 없다. 먹는 행위를 비유하기에는 그렇지만, 아마도 미국에 대항하는 유럽 정서가 문화에 스며든 이유가 아닐까 싶다. 스타벅스에나 가야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다. 에스프레소를 먹다 보니 그 맛도 꽤 괜찮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자주 애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기차 좌석은 1인석, 2인석, 3인석, 순방향과 역방향, 1층과 2층 등 다양하다. 생수통 하나에도 크기별로 뚜껑의 디자인이 다양하다. 열차는 칸에 문이 없이 하나로 길게 연결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에어컨 문화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다지인과 활용이 다양하게 스며있는 파리의 문화가 너무 부러워졌다. 공공건물의 화장실 물 내리는 키는 레버나 버튼이 아닌 면적이 있는 판으로 돼있어 보기 좋고 작동도 용이하다. 샹젤리제 거리는 인도가 차도만큼 넓어 ‘사람이 먼저’가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파리의 다양성은 현재진형형이다.


9월 4일 저녁 파리 상젤리제 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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