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stlude Jun 06. 2022

레드벨벳 [Feel My Rhythm]

지극히 아름다운 봄의 전령


출처: SM엔터테인먼트


 요즘 '예쁜' 여자 아이돌이 없다.

 얼굴이 예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뭔가 하나 정도는 대충 잘하는 와중에, '예쁘기까지 한' 멤버들만 골라서 데뷔시켰는데 어디가 예쁘지 않겠는가. 새로 데뷔하는 그룹들이 점차 소규모로 구성돼 이른바 '알짜배기' 멤버만 모아 데뷔시키는 추세로 가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화려하던 아이돌 3세대의 흥행공식, "이 중에 네 마음에 드는 애 하나쯤은 있겠지" 는 이제 쉽게 통하지 않는다.


 비단 여자아이돌뿐 아니다. 레드벨벳과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 다른 아이돌들의 컨셉을 살펴보자. 음원차트를 올킬한 (여자)아이들은 '나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그저 나야'를 외치는 TOMBOY, '나사 빠진 것처럼 굴어'라는 스트레이키즈의 MANIAC, SNS를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빌리의 긴가민가요까지.



 화려하고 반짝이는 봄의 정원을 뛰노는 뮤비 속 레드벨벳처럼, 마음 놓고 그저 예쁘기만 할 수 있는 팀은 흔치 않다. 그리고 점차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으로는, 대중이나 아이돌이나 피차 즐겁자고 만들어놓은 무대에서 굳이 정색할 필요가 없다. 강한 소리와 비주얼로 시청각을 '점령'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만개한 꽃처럼 봄이 오고 있음을, 그들 스스로가 봄의 '전령'이 되어 온몸으로 외치고, 자연스러운 웃음과 부드러운 음악으로 포근히 감싸안는다.


 물론 레드벨벳이 이렇게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컨셉을 자연스럽게 시도할  있었던 이유에는 '피카부', '덤덤', '러시안룰렛'  수많은 히트곡으로 촘촘하게 쌓아올린 레드벨벳만의 아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마냥 평온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있듯, 앨범 전체의 컨셉인 봄과는 대조되는 오브제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각종 명화를 오마주하여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또한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 오마주가 레드벨벳이 즐겨 하는 묘한 공포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명확한 메시지를 곳곳에 심어놓았기에 자칫 처질  있는 긴장감 앞으로 당겨오는  또한 충분히 충족하였.


출처: SM엔터테인먼트


 ' 마이 리듬'에는 분명, 시간이란 불가항력적 잣대를 이겨낸 바흐의 “명선율”, ‘G선상의 아리아' 의탁하는 지점이 있다. Ab-Bb-Db-F를 오가는 후렴구의 선율은, 곡을 관통하는 ‘후크’가 되어주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하지만 짧게 짧게 끝맺음하는 가창 선율의 빈틈에는 기다렸다는 듯, 바흐의 선율이 등장한다. 대체로 케이팝의 인스트로멘탈 사운드에 등장하는 선율은 호흡이 짧은 게 특징이지만, 악보를 보다시피 (제대로 된 악보는 아니지만) 바흐의 선율은 호흡이 꽤 길다.

 바흐의 아리아가 스트링 사운드 위에서 유영하는 순간 청자는 이 곡을 다시 한 번 고쳐 듣는다. 바흐의 선율을 캐치한 후에는 귓가에 레드벨벳의 가창 멜로디와 바흐의 아리아가 동시에 들린다. 심심하던 가창 멜로디를 G선상의 아리아가 보완하고, 다소 고전적인 음의 도약을 갖는 바흐의 선율을 차분한 가창 멜로디가 시대적으로 앞당긴다.

 


 필 마이 리듬은 레드벨벳이 이 새로운 봄에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페스티벌의 개막으로 더할 나위 없었다. 코로나 관련 이슈로 인해 무대를 몇 번 하지도 못한 채 유야무야 활동을 접어버리는 바람에 이 곡으로 추가적인 프로모션이 더 없었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레드벨벳은 항상 흥미롭고 듣기 좋은 음악들을 선보이는데, 그로 인한 단체활동이 눈에 띄게 부진하여 팀으로써 뭔가를 보여줄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음이 씁쓸하다. 



작가의 이전글 태연 정규 3집 [INVU]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