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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tlude Jun 06. 2022

책임감 없는 아이돌 공연

관객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위드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다. 침체되어 있던 공연계도 활력을 되찾았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페스티벌, 전 세계 도시를 도는 해외 투어, 거리두기 없는 공연 좌석 오픈 등 공연계는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케이팝 공연도 예외는 아니다. 유독 대중음악 공연에만 엄했던 잣대 속에 공연을 개최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고, 거리두기 좌석으로 인해 관객이 반 토막 난 것은 물론이요 함성도 지르지 못하고 숨죽이며 공연을 지켜봐야 했던 일이 최근까지도 있었다. 그러나 공연 관련 규제가 차츰 풀리면서 관객석의 함성도 가능해졌고, 인원 제한도 많이 조정되었다. 규제가 완화되자 자연스럽게 관객이 아무도 입장하지 못했던 음악방송 녹화 현장도 다시 공개되었고, 해외 투어는커녕 콘서트 자체가 불가능했던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콘서트와 팬미팅을 개최하며 여러 도시에 있는 팬들을 만나러 가고 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공연을 개최하는 주체의 책임감 문제이다. 예전부터 간간히 혼자 고민해왔던 문제인데, 마침 분야가 다른 공연들이 공연의 세부사항 변경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던 기회가 있어 어떤 것이 다른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공연은 관객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형태의 예술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었던 코로나 시대에 공연계가 '침체'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고, 더 넓은 공연장에서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는 것은 공연자와 공연의 성패와 직결되는 '성적'으로 남는다. 하지만 관객을 대하는 공연 주최 측의 태도가 달갑지 않게 다가오는 장면을, 유독 케이팝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공연에서 수도 없이 봐 왔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글에 사용된 사진은 그 누구도 비방하거나 비하하고자 선택한 것이 아니며, 이 글의 목적 또한 특정 아티스트 비하나 비방의 의도가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 예시로 든 사진 선택의 기준은 비교적 최근에 인터넷 상에서 발견한 예시를 사용했을 뿐임을 알리고자 한다.  



먼저 서울시향의 예시를 보자.


• 서울시향 지휘자 변경 안내

출처: 서울시향 인스타그램


서울시향 정기공연 지휘자 변경에 관한 안내사항이다. 4월 21일과 22일 공연에 관한 안내사항을 공연 시작 일시보다 여유 있는 일자인 4월 14일에 공지하였고, 취소나 환불 규정에 관한 사항도 명확하게 공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매 당시에 공지되는 수수료 규정과는 별개로 지휘자 변경에 관련하여 예매를 취소하거나 환불받고 싶은 예매 고객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취소/환불할 수 있는지 글에 명시하고 있다.



반면 아이돌 공연의 예시를 보자.


• 더보이즈 멤버 공연 불참 안내

출처: IST엔터테인먼트


글에 사용된 사진은 그 누구도 비방하거나 비하하고자 선택한 것이 아니며, 이 글의 목적 또한 특정 아티스트 비하나 비방의 의도가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 예시로 든 사진 선택의 기준은 비교적 최근에 인터넷 상에서 발견한 예시를 사용했을 뿐임을 알리고자 한다.  


공연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는 것과 공연에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은 어떤 분야든, 어떤 주최사든, 어떤 공연자든 똑같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부득이한 예외가 생길 수 있고, 공연을 예매하는 관객 역시 그 점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의 어디에도 취소나 환불 규정에 관한 안내사항은 없다.

첨언하자면, 해당 아티스트는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건강상의 이유로 애초에 멤버  명이 부재한 상태이다. 콘서트장에서  멤버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공연에 전원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완전체' 맞추어두었던 안무나 곡에서의 파트 분배 등을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곡과 안무가 원래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가 달라질  있는  아닌가? 5명이   있는 것과 6명이   있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공연도 하나의 '상품'이다. 공연의 티켓을 판매하면서 이익을 얻는 , 공연이라는 형태의 상품을 구매하는 , MD 굿즈 등을 제작하는 업체  소비 관계가 정해져 있으며 티켓을 예매할  취소수수료에 관한 규정, 본인예매에 관한 규정, 티켓 판매를 제한하는 규정, .퇴장에 관한 규정  상호가 지켜야 하는 항목이 명확하게 존재한.

공연이 상품이라는 맥락에서  , 원래 주인공  명이 출연하기로  있는데 아홉 명만 출연한다면 그것을 '완제품', 완성된 공연으로 취급할  있겠는가? 특히 공연자로서의 개개인이 무대와 공연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 5명이면 5, 9명이면 9, 15명이면 15 그룹의 모두가 공연의 무게를 동등하게 나눠 갖고 있다. 5명이 4명이 되고, 9명이 8명이 되고, 15명이 14명이 된다면 그것은 '제대로 만들어진' 공연이 맞는가? '너그러운 양해'라는 단어 아래, 정당한 보상 없이 관객들이 이해해주어야 하는 상황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다른 예시도 마찬가지이다.


•NCT 127 멤버 공연 불참 안내

출처: SM엔터테인먼트 관련기사

글에 사용된 사진은 그 누구도 비방하거나 비하하고자 선택한 것이 아니며, 이 글의 목적 또한 특정 아티스트 비하나 비방의 의도가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 예시로 든 사진 선택의 기준은 비교적 최근에 인터넷 상에서 발견한 예시를 사용했을 뿐임을 알리고자 한다.  


만약 멤버가 7명인 아이돌 그룹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6명이서만 콘서트 투어를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무대에 6명만 출연한다는 사실을 미리 밝히고 관객들이 그 사실을 아는 상태에서 티켓 판매를 진행했을 경우, 7명일 때의 티켓값과 6명일 때의 티켓값이 같을 수 있다는 것은 '너그러운 양해'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본다. 완전체인 7명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콘서트를 보고 싶지 않은 관객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한 특정 멤버를 보려고 콘서트에 가려고 했던 관객은 아예 예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 애초에 공연의 타겟층이 감소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해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7명이 출연한다는 사실로 인해 공연을 예매한 관객이, 공연 며칠 전에 -심하게는 몇 시간 전에- 사실은 6명이서만 공연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겠는가? 아이돌 그룹 7인 (편의상 A, B, C, D, E, F, G로 가정하자.) 중 D를 보기 위해 공연을 예매한 관객이 ‘D’가 불참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공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물론 예시로 든 해당 공연들도 관련하여 취소나 환불을 문의한다면 주최 측에서 충분히 진행해줬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JYP, 블록베리엔터테인먼트의 멤버 공연 불참 안내

 

하지만 대중들이 모두 접할  있는 공지사항에 관련 안내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나는 앞선 예시들을 검색해보면서 취소나 환불 관련한 추가 공지가 올라왔다거나 티켓을 환불해주었다거나 하는 얘기는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배우를 보기 위해 공연을 예매하는 경우가 빈번한 뮤지컬 또한 공지사항의 내용이 케이팝 공연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뮤지컬 팬텀 캐스팅 변경 안내


출처: 샤롯데씨어터 공식 홈페이지


위 글에는 캐스팅 변경으로 인한 취소 및 환불은 수수료 없이 가능하다는 점과 문의처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앞서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한 공연 세부사항 변경에 관련하여 취소 및 환불 규정을 명시하지 않은 예시로 제시했던 아이돌 공연 같은 경우, 공연 며칠 전이나 몇 시간 전에 급박하게 올라온 공고이다. 애초에 공연이 원래대로 예정돼 있었기에, 해당 안내사항을 예매 전에 일찌감치 공지할 수 없었던 상황임을 시인하겠다. 또한 공연자의 건강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니 불참하는 처사가 당연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공연에 대한 관객의 권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주최 측에서 먼저 관객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게 맞지 않은가? 원하는 관객의 전체 취소나 환불이 가능함은 물론이고, 예를 들면 공연 굿즈를 관객에게 제공하는 등의 대안을 통해 ‘완벽하지 못했던 공연’에 대한 조치를 취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배우가 하나의 배역을 맡는 뮤지컬 공연의 캐스팅과는 달리 아이돌 멤버의 부재는 그 어떤 것으로도 메꿀 수 없다. 다른 멤버가 부재한 멤버의 파트를 땜빵하거나 아예 비워두는 등의 긴급 조치는 가능하겠지만 그것이 팬들과 대중들이 익히 알던, 공연장에서 보고 싶어 했던 그들의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NCT 127 경우 멤버가 부상으로 콘서트에 참여하지 못했던 시기에 콘서트를 개최하였고, 더보이즈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쉬고 있는 멤버가 있음에도 해외 투어를 시작하였다. 나는  점이 부재한 멤버에게도, 그룹 전체를 사랑하는 팬덤에게도 분명히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연 자체로서의 상품성 또한, 멤버가 부재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가치를 드러내기 어렵다고 본다. 한국 아이돌 산업에는 멤버와 멤버가 갖는 유대 관계, 팀워크를 중시하는 측면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 단독 콘서트는 특히나  자유롭게 관객과 소통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와 그들만을 보기 위해 모여든 팬덤이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알기에, 더욱 콘서트와 완전체 그룹이 가지는 원래 가치를 지켜주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심지어 아이돌 콘서트는 갈수록 그 티켓값이 오르고 있다. 그리고 VIP석, S석, A석 등 무대와 가깝고 관람하기 좋은 순서에 따라 티켓값을 차등으로 책정하는 여타 공연과는 달리, 대부분의 아이돌 공연은 코앞의 스탠딩석부터 ‘하느님석’이라고 불리는 고층 끝자락 좌석까지 전부 일괄적으로 같은 금액을 받고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그마저도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인터넷 상에서 원 가격에 추가금을 얹어 티켓을 거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일까.


멤버 몇이 없어도 티켓값이 그대로고, 멤버가 부재함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생각조차 않는 아이돌 공연의 오만함은 탄탄하고 고정적인 수요층에서 온다. 팬덤이 그들의 공연을 소비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가격은 자꾸 오르고, 관객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감수하다 보니 경호 업체가 팬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빈번하고 국적에 따라 팬들을 차별하는 등의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 ‘탄탄하고 고정적인 수요층’은 절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모든 아이돌 공연이 매진되는 게 아닌 것처럼.


관객에게 예의를 지키자. 공연을 보러  관객은 누군가의 팬이기 이전에 공연에 을 내고 시간을 들여 일종의 서비스를 받으러  고객이다. 마음먹지 않고서야 쉽게   없는 금액의 예술, 그것도 관객이 없고서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공연 개최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공연을 제공해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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