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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tlude Aug 29. 2022

소녀시대 정규 7집 [FOREVER 1]

영원한 건 없다지만,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소녀시대 정규 7집 [FOREVER 1]

발매 2022. 8. 5



오랜 기다림이었다. 소녀시대의 데뷔 15주년을 맞은 정규 7집 앨범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다른 아이돌 그룹의 앨범 발매라고 했다면 콘셉트의 새로움이나 그룹 내부에서의 도전, 혹은 음악적인 변화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었겠지만 이번 앨범은 마냥 비슷한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다른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는 작품인 듯하다. 이 앨범은 '그' 소녀시대가 아직도 건재한지, 오래 걸린 단체 활동의 결과물은 어떠할지, 그 유명세에 맞는 퀄리티를 선보였는지에 더욱 화제성을 갖는다.


바로 직전 앨범이었던 정규 6집 [Holiday Night]과 비슷한 맥락 속에 놓여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굳이 다른 설정을 꼽아 보자면 정규 6집은 여자 아이돌로서는 이뤄내기 쉽지 않은 데뷔 10주년을 기념하여 소녀시대의 역사를 돌아보는 느낌이 강했었고, 이번 앨범은 15주년을 맞이하고 완전체로 뭉친 것이 기념이 되는 일이기에 그룹 활동에 대한 반가움과 그리움, 또 '소녀시대'라는 이름을 향한 헌사에 가깝다. 전작 타이틀곡 'Holiday'와 전반적인 이미지, 가사나 안무에서 느껴지는 콘셉트 같은 것이 겹치는 건 아쉽다. 그러나 이번 타이틀곡인 'FOREVER 1'이 현재의 소녀시대와 그리고 그들의 팬들에게 여러모로 꼭 필요한 노래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곡은 정공법이다. 유행한다는 소문자 제목도, 은유적인 표현도 없다. 보컬의 화려함 말고는 음악 내부에서 크게 도전적인 사운드도 없고, [Lion Heart]나 [Holiday Night] 같은 전 앨범들과 크게 궤를 달리 하지도 않는다. 대문자로 큼지막하게 박아둔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FOREVER 1'은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의 전부다.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다시 만난 세계) <-> 널 생각하면 강해져 (FOREVER 1)


가사도 마찬가지이다.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연상케 하는 구절부터, 'We are one' 같은 직설적인 캐치프레이즈까지. *여담이지만 'We are one'은 같은 회사 타 그룹의 인사법을 연상시킨다. 사실은 매우 위험한 구절이다.

사실 이런 것들은 다소 진부하다. 대중들이 소녀시대에게 갖는 기대는 크다. 워낙에 히트곡이 많은 데다가 소녀시대라는 브랜드의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인지하기 어려운 사실 중에 하나는, 소녀시대는 데뷔 직후부터 엄청나게 도전적인 콘셉트와 타이틀곡을 많이 시도했다는 점이다. 제복 콘셉트의 '소원을 말해봐', '그 시절'처럼 들리지 않는 'The Boys', 가사나 음악 구조가 독특한 'I GOT A BOY' 등. 한창 열심히 활동하던 시기와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소녀시대의 스펙트럼은 이렇게나 넓다. 그래서인지 정규 6집과 비슷한 이 앨범이 마냥 독창적이고 새로운 맛은 되어주지 못한다. 하지만 앞서 꾸준히 말했듯 이 앨범은 완전체 활동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렇게 이제껏 뻗어나간 수많은 가지들을 뒤로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온다. '소녀'들의 '시대'로. 소녀시대로.


소녀시대에게 어쩔 수 없이 '변하는 것'에 대한 미련은 없다. '우리 변치 말자'가 아닌, '우리 영원하자'가 이 앨범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가 되어 주는 이유다. 소녀는 성장한다. 이 앨범을 위해 모두가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은, '팀'이라는 존재의 일시적 부재를 이해하고 멤버의 개인 활동을 존중해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향을 향한 나아감을 응원하는 것.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내가 온전히 옆에 있지 않아도 말이다.


우리는 수많은 선례에서 '그룹 활동의 어려움'이 어떤 건지 충분히 느꼈다. 특히나 그룹 멤버들이 더 이상 한솥밥을 먹지 못하게 된 사례에서 얼마나 많은 그룹이 무너지는지 많이도 보아 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계약 위에서 언제나 그 공식이 모두에게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소녀시대’라는 네임밸류가 그를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름에만 그의 인생이 있는 것은 아니듯 말이다.


타이틀곡 체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한 청량함을 지닌다. 마치 청량한 핑크 레모네이드의 캔 뚜껑을 시원하게 터트리는 장면 같다. 탄산음료를 넘기느라 눈물이 맺힐 쯤엔 <다시 만난 세계>의 코드음이 흘러나온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이 앨범도 모두를 만족시킨다고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소녀시대라는 팀의 전체 맥락 속에서 분명한 변곡점은 되어 주겠지만 그들을 어딘가에서 드러내고자 했을 때 대표할 만한 앨범이 돼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소녀들은 아직도 유효한 이름을 내걸고, 예전보다 더 단단해진 목소리로, 더욱 곧아진 자세로 외친다. ‘영원하자’고. 5년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이고, 모두가 SM에 남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도 똑같이 들었던 이야기이다. 수많은 무대에서 외친 그들의 구호와도 같다. 하지만 저 외침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고 어떤 세월이 녹아 있는지는 우리가 똑똑히 지켜봐 왔다.




타이틀곡 뮤비에서 소녀시대 멤버들은 다 각자 다른 위치에 있다. 옷도 다 다르고 모습도 다 다르다. 그들이 모여드는 장면은 군무를 제외하고 딱 한 번. 위의 장면이다. 평소에는 다 다른 활동을 한다. 누군가는 솔로 가수를, 누군가는 연기를, 뮤지컬을, 공연을, 방송을. 멤버들의 개인 컷은 이처럼 모습은 달라 보여도 모두 화려하다. 반짝이는 개인 컷들이 계속 쏟아지는 동안, 의상과 무대 배경 모두 담백한 군무 씬이 오히려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뮤직비디오는 딱 소녀시대의 지금을 조명한다.


SM에서의 소녀시대, [Lion Heart]까지의 활동을 소녀시대의 1부라고 친다면 각자 다른 회사로 가서 활동을 영위하고자 하는 노력은 2부에 해당할 것이. [Holiday Night] 1부와 2부를 연결해주는 독자적인 인터루드(간주곡) 같은 역할을 했다면, 2부의 진정한 시작은 이번 앨범이라고 말할  있겠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과 자신의 소속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던 여성들이 모여 영원하자고 노래한다. 여기에는 소녀시대의 기도가 담겨 있다.

기도라는 건 원하는 것이 정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데서 나오는 행동이지만, 우리는 그 단어에서 왠지 모르는 무력함과 나약함, 현실에 묶여 있지 못하고 떠다니는 추상적인 갈망 같은 이미지를 함께 얻는다.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앞으로의 소녀시대가 어떻게 된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소녀시대의 리더 태연은 소녀시대 완전체 활동에 대한 질문에 "개인 활동 5년 만에 뭉친 것이기에, 과거도 미래도 생각할 시간이 없다. 이번 활동에서 느끼고 배운 점을 토대로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 녹록지 않다는 점을 안다.



타이틀곡 1 트랙 ,  고르기도 직전에 쏟아지는 2 트랙 도입부의 아카펠라가 인상적이다. 청아하고 단정한 목소리는 타이틀에 멈춰 섰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려는 우리를 잡아끈다.

‘기다려온 소원들이 오늘로 다 이뤄졌듯이 알잖아 우린 Lucky like that’

이 곡은 타이틀곡에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말들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타이틀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다시 한번 마음의 태엽을 감는다. 이 곡은 타이틀곡을 빛내줌과 동시에 스스로도 제법 괜찮은 팬송이다. 콘서트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관객석 곳곳을 돌아다닐 때, 이 곡이 흘러나올 것만 같지 않은가?


5 트랙 'You Better Run'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2011 'Run Devil Run' 후속곡이다. 8 트랙 '완벽한 장면 (Summer Night)'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수록곡이다. 수록곡이나 앨범의 구성 등이 마치 엑소의 2017 앨범 [THE WAR] (타이틀곡 Ko Ko Bop)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이것은 오직 그들만을 위한 파티다. 이 파티는 대중음악사의 어느 한순간에서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지금과 앞으로, 그리고 영원의 바람을 외치는 소녀들을 다시 한 곳으로 모이게 한 것만으로 행운이 돼준다.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그런 잔소리 없이도 이 앨범은, 너무 멋진 한여름의 초상이다.





소녀시대는 핑크다. 당연해 보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이건 그들이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쌓아온 그들만의 컬러다. 핑크에는 어린 소녀가 있다. 남자아이 내복은 파란색, 여자아이 내복은 핑크색으로 맞추던 시절의 오래된 관습이 있다. 핑크에는 사춘기의 모습이 있다. 딸기우윳빛 핑크 틴트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색인 줄 알던 미성숙의 아름다움이 있다. 핑크에는 소녀의 모습이 있고, 소녀가 우뚝 선 핑크에는 온 바다를 같은 색으로 물들인 사랑에 대한 답장을 보내는 설렘이 있다. 마침내 출시를 약속한 아이폰의 ‘핑크색 하트’처럼, 하루에 단 한 번, 떠오르는 태양 주위를 물들이는 발그레한 여명처럼.



Track List

1. FOREVER 1 ★

2. Lucky Like That ★

3. Seventeen

4. Villain

5. You Better Run ★

6. Closer

7. Mood Lamp

8. 완벽한 장면 (Summer Night) ★

9. Freedom

10. 종이비행기 (Paper P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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