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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특별 Jun 03. 2022

[오늘의 일기]새우의 진수 + 보물섬.

용왕도 이렇게 몰아서 먹지는 않을듯

논현동 먹자골목에서 논현초등학교 쪽으로 가면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선택해야 하는 곳이 2곳이나 있다. 새우의 진수라는 새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식당과, 보물섬이라는 보물같은 회가 나오는 횟집이 바로 그곳이다. 기본 단가가 좀 있는 관계로(보물섬은 무려 싯가) 내돈내산이 부담스러워, 누군가 사준다고 하면 무조건 형님으로 모신다. 

어제 이 2곳을 한번에 다 사주신 쾌남호걸 한 분이 계신다. 나는 첫번째 자리인 새우의 진수에서 이 분을 평생 큰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원래 4명이 모이기로 했던 1차 새우의 진수에서는 1명이 급 사정으로 빠졌고, 그래서 우리는 좀더 가성비 있게 새우를 많이 먹을수 있었다. 새우대가리 쪽은 튀기고, 나머지 꼬리 반쪽은 회로 나오는데 이쁘게 꽃이 활짝 핀것 같은 모습이다. 


회로 먹는 꼬리부분이야 말할 것도 없이 단맛이 쫙 올라오는 신선한 맛이고, 머리 튀김이 고소하고 바삭하니 별미이다. 머리 튀김 중 닭새우인지 꽃새우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낭중지추처럼 뿔 하나가 도드라진 새우머리는 가장 뾰족한 바깥부분을 한꺼풀 벗겨내고 먹으면 된다. 

<꽃새우와 닭새우 반반 올라간 모듬새우 메뉴. 원래는 도화새우도 올라가지만 지금은 철이 아니라고 했던 것 같다>


새우를 먹고나서 고추장찌개를 시켰는데, 탄수화물을 사랑하는 우리들은 그만 라면사리를 2개나 넣고 그걸 국물과 함께 다 먹었다. 그러는 와중에 이미 배가 꽉 차올랐고, 할말도 다 끝난 와중에 그렇게 일찍 끝날 분위기였던 우리 모임은 가까이 있던 지인 2명과 연락이 되면서 급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졸지에 그 2명이 붙어서 갑자기 5명 모임이 되었다. 어딜 갈까 얘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이 있는 보물섬 얘기가 나왔고 우리는 배가 많이 부름에도 불구하고(가까이 있던 지인 2명도 저녁을 든든히 먹고 왔다고 했는데) 모듬 대짜를 시켰다. 큰 형님이 계시기 때문에 사사롭게 가격 따윈 고려하지 않았고, 이미 포만중추가 알콜로 인해 마비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배가 뽈록 튀어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부른줄도 몰랐다. 


일행 중 나 빼고는 보물섬에 처음오는 사람들이었는데, 썰려 나온 회의 화려한 비주얼과 두툼한 맛을 보더니 다들 만족해했다. 그도 그럴것이 서울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횟집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2014년인가 친한 형 덕분에 처음 이곳을 알게 된 후 자주 왔었는데, 특히나 매해 겨울이 끝나기 전에는 꼭 한번씩 대방어를 먹으러 일부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보물섬의 모듬회 대짜. 역시 언제나 멋진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오른쪽으로 보이는 돌돔이 아주 맛있었다>


여기서도 우리들은 회 한점을 남기지 않았고, 뒤따라나온 매운탕도 소맥과 함께 거의다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돼지들은 좀 더 돼지가 되었고, 나를 포함 일행 중 몇명은 빨간 버스를 타야했기에 11시 20분경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왔는데, 앉아서도 배가 불렀던 것이 일어서니 토할 것 같았다.

그렇게 씩씩대면서 광역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새우와 회의 찰진 식감과 단맛이 만족스럽게 입안에 돌았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회와 곁들여 먹은 마늘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최대한 코로 조심스럽게 숨을 쉬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번에도 난 코로만 숨을 쉬며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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