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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수 Apr 14. 2016

2014년 최고의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014년,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그들의 이야기

2014년은 여러모로 아주 인상적인 한 해였다. 우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해 수년 전부터 신경 써온 유소년 정책과 리그 발전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세르히오 라모스 등을 앞세워 그토록 바라던 '라 데시마'를 달성했다. 또,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루이스 수아레즈의 재능이 각광받았을 뿐만 아니라 감독들의 대이동이 일어나 유럽 주요 리그의 경쟁력이 상승한 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축구 팬들이 가장 기억할 만한 순간은 AT 마드리드가 라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치열한 혈투를 보여주었을 때 일 것이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팀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의 흐름을 완전히 깨버렸다. 비록 각종 수상식에서 시메오네 감독과 그의 선수들은 철저히 외면당했지만 2014 축구계가 그토록 재미있었던 이유는 그들 덕이 크다. 나는 감히 AT 마드리드가 2014년 최고의 팀이라고 주장한다.




모두가 탐내는 리더, 디에고 시메오네:



축구 잡지 '월드 사커'의 전문가들이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감독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기의 99%는 선수들이 만든다. 감독의 역할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독이 없으면 100%가 될 수 없다." 이는 축구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말이다. 아무리 팀이 좋아도 올바른 감독이 없으면 제대로 일하지 못해 결국 실패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시즌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 말에 딱 들어맞는데, 그들은 앙헬 디 마리아와 웨인 루니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루이스 판 할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전술로 심한 비난을 받고 있다. 루니의 공격 재능은 중원에서 빛을 잃고 있고, 디 마리아는 최적의 포지션에 배치되지 않아 자신의 최대 장점인 드리블 및 볼 운반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반면 2014년 최고의 팀 AT 마드리드는 달랐다. 팀의 감독인 디에고 시메오네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리드해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 AT 마드리드 경기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장면 두 개가 바로 시메오네 감독이 직접 선수들에게 소리쳐 지시를 내리고 큰 손짓으로 관중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지칠 대로 지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관중들의 함성을 유도했다. 비록 그 날 경기의 승자는 세르히오 라모스의 결승 헤딩골에 힘입어 '라 데시마'를 이룬 레알 마드리드였지만 축구인들과 미디어는 시메오네 감독과 그의 선수들에게 엄청난 찬사를 보냈다. 빌리 헤이즐리 (Billy Haisley) 칼럼니스트는 디에고 시메오네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Dopest") 감독이라고 주장했다.

  


"아틀레티코는 항상 훌륭한 선수들을 보유해온 팀이었다. 그런 바탕 위에 시메오네가 투쟁심을 심었다. 지금까지 아틀레티코가 우승하지 못했던 이유는 실력만 갖췄지 투쟁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메오네가 그걸 변화시킨 것이다." - 크리스티안 안살디


나는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날아가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내가 나의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나누는 열정이자 기본 사상이다. 나는 항상 구단이 당장 내일이라도 나를 해임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로지 다가오는 주말 경기에서 이기는 일에만 집중한다. 나는 항상 그렇게 살아간다." - 디에고 시메오네


팀을 완성시키는 완벽한 이적생들:



AT 마드리드는 지역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는 달리 가레스 베일이나 루카 모드리치를 영입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것은 아니지만 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6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팀 운영 정책에 맞지 않을뿐더러 거대한 오버 페이를 할 재정적 여유도 없다. 비록 최근 들어 늘어난 스폰서 계약과 각종 대회에서의 성공으로 더 큰 돈을 선수 영입에 쓰고 있지만 여전히 AT 마드리드가 지출한 역대 최고 이적료는 앙투안 그리즈만을 영입하기 위해 지불한 418억 원이다. 게다가현재 그가 보여주는 활약과 아직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 그리고 그 때문에 벌어진 치열한 영입 경쟁을 보면 418억 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다. 지금까지 AT 마드리드는 앙투안 그리즈만 같이 적절한 이적료로 팀을 완성시키는 선수들만 골라 영입해 큰 재미를 봐왔다.  


2011/2012 가비, 2,640,000 파운드

2013/2014 토비 안데르베이럴트, 6,160,000 파운드

2011/2012 아르다 투란, 11,440,000 파운드

2013/2014 다비드 비야, 1,850,000 파운드 

2011/2012 라다멜 팔카오, 35,200,000 파운드

2014/2015 앙투안 그리즈만, 26,400,000 파운드

2011/2012 티보 쿠르투아, 임대

2014/2015 마리오 만주키치, 19,360,000 파운드


지난 시즌에도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영입된 다비드 비야가 최고의 활약을 펼쳐 디에고 시메오네 식의 4-4-2를 완성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기량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날카로운 움직임과 결정력을 뽐내 디에구 코스타와 이상적인 투톱 라인을 구축했다. 리그 기록만 13골 4어시스트. 전문가들은 그가 2010/2011 시즌 이후 최초로 다비드 비야만의 활약을 보여주었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그가 없었다면 코스타를 향한 집중 수비 때문에 AT 마드리드 만의 빠른 공수 전환이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AT 마드리드는 비교적 적은 이적 자금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려는 팀들의 이상적인 롤모델이다. 


시대에 맞춰 진화한 4-4-2 포메이션:


4-4-2 포메이션은 AT 마드리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2선을 중심으로 한 공격 전개와 수적 우위를 위한 전략 대결이 중요시되는 현재, 4-4-2를 중용하는 빅클럽이 거의 없지만 시메오네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보았다. 그는 선수들의 체력과 조직력을 키우는 것에 포커스 둔 후 코스타를 활용하는 선 굵은 축구를 개발해냈다. 결과는 대성공. 시메오네의 팀은 아리고 사키의 AC 밀란을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으로 라리가에 붐을 일으켰다. 끊임없이 패스하고 공간을 찾으려는 기술적인 라리가 선수들도 맹수처럼 달려오는 AT 마드리드에게 공을 뺏겨 실점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라인을 높게 올려 상대를 압박하는 라리가 팀들의 특성도 AT 마드리드 식의 4-4-2 포메이션의 성공을 불렀다. 아래의 장면은 AT 마드리드의 압박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는 비야레알과의 2013/2014 시즌 13라운드 경기 스크린샷 세 장이다.


 

압박에 성공해 공을 뺐으면 다비드 비야와 디에구 코스타의 움직임이 빛을 발했다. 포메이션의 꼭짓점에 위치해 있는 둘은 미친 듯이 뛰어 롱볼을 받거나 최전방에서 AT 마드리드의 공격 전개를 풀어주었다. 특히 볼을 받은 코스타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 때 다비드 비야가 반대편 사이드에서 앞 공간으로 침투를 해 위협적인 득점 찬스를 만드는 모습은 전매특허였다. 이러한 공격 작업은 코스타의 저돌적인 드리블을 살릴뿐더러 피지컬적으로는 약한 다비드 비야의 약점을 보완하고 둘의 호흡을 극대화시킨 최고의 전술. 비록 말로는 단순해 보여도 코스타-비야 공격 라인의 파괴력과 플레이 스타일은 시메오네식 4-4-2를 가능케했다. 


뒷문을 든든히 지킨 유럽 최고의 수비 라인:



"수비"하면 떠오르는 팀은 역시 첼시다. 아스필리쿠에타-테리-케이힐/주마-이바노비치 라인에 주제 무리뉴의 완성도 높은 전술이 더해져 첼시의 수비가 무너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 시즌에도 리그에서 27실점 밖에 허용하지 않아 리그 최소 실점 팀에 올랐고 (리그 평균 52.6실점), 이번 시즌에도 22실점만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AT 마드리드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2013년을 포함한 지난 시즌의 기록과 성과를 보면 오히려 첼시보다 더 견고한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고 말할 수 있다 (리그 평균이 52.25실점이었지만 고작 26실점만 허용했다). 


AT 마드리드의 수비 라인은 조직력과 활동량에서 최대 강점을 보였다. 필리페 루이스-미란다-고딘-후안프란이 형성하는 포백 라인은 수년간 발을 맞춰 왔기에 큰 흔들림 없이 시메오네 감독의 4-4-2 전술을 지킬 수 있었다. 특히 고딘의 압도적인 제공권과 미란다의 수비 능력, 그리고 후안프란과 루이스의 활발한 공수 가담으로 인해 현대 축구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포백 라인을 구현해냈다.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는 유기적인 압박은 덤이었다. ESPN 칼럼니스트 마이클 콕스는 오프 더 볼 상황의 AT 마드리드가 축구 역사상 가장 조직적인 팀이라고 평가했다. 


위대한 발자취를 남길 팀의 화려한 시작:



라리가는 더 이상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만의 무대가 아니다. 이미 카리스마와 리더십 넘치는 디에고 시메오네 밑에서 AT 마드리드가 무섭게 성장해 이미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아쉽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계속 발전하는 AT 마드리드를 보면 그리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 늘어난 스폰서와 팬도 AT 마드리드의 재정을 도와 꾸준한 전력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세계 최고의 감독과 가장 꾸준하고 성실한 팀이 만들어내는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향후 몇 년간 축구 팬들이 가장 흥미롭게 지켜볼 요소다. 




글: 프리사이스 패스

http://blog.naver.com/kunno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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