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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수 Apr 15. 2016

위대한 실패,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

유럽을 평정하기 위해 "은하수 정책"을 펼친 레알 마드리드 이야기

지금의 맨체스터 시티, 첼시, PSG, 그리고 모나코는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돈에 의해 만들어진 팀이며, 돈으로 선수들을 영입하고 돈 때문에 트로피 경쟁자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세계 최고액 이적료는 이번 여름 가레스 베일에 의해 깨졌고 에디손 카바니나 라마델 팔카오 같은 선수들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고 소속팀을 옮겼다. 이제는 이적하는 클럽의 명성이나 스쿼드는 중요하지 않은, 돈의 시대가 온 것이다.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돈의 시대를 연 클럽으로 지목하는 첼시는 분명 막강한 자금을 투입해 세브첸코나 드록바 같은 슈퍼스타들을 영입했다. 그러나 첼시를 돈의 시대를 연 클럽으로 지목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돈의 시대를 연 클럽은 바로 레알 마드리드, 일명 은하수 정책인 갈락티코를 시행한 클럽이다. 약간의 프리뷰 성으로 갈락티코를 설명하자면 갈락티코는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인 플로렌티노 페레즈의 야망으로 시작했다. 마지막이 만족스러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는 세계 축구계를 발전시키고 악화시켰다. 




갈락티코의 시작, 플로렌티노 페레즈의 약속:



2000년 당시 레알 마드리드 회장 선거 후보였던 플로렌티나 페레즈는 만약 자신이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으로 당선되면 라이벌 팀 선수였던 바르셀로나의 주장, 루이스 피구를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바탕으로 바르셀로나를 문제없이 훌륭하게 이끌던 피구의 영입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플로렌티나 페레즈가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으로 당선되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싶었던 피구의 요구를 바르셀로나가 들어주지 않자 피구가 바르셀로나에게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 플로렌티나 페레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페레즈는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액 이적료 5위에 올라있는 6천8백만 유로를 바르셀로나에 지불하며 바르셀로나에서 루이스 피구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당시 세계 최고액 이적료였다. 루이스 피구에 대해 조금만 설명을 하자면 그는 완벽한 윙어였다. 피구는 천재적인 발재간과 발군의 스피드로 상대 수비수들을 현란시킨 후 소속팀의 득점 루트를 다양화했다. 비록 많은 골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득점 찬스는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2000/2001 루이스 피구, 52,800,000 파운드

2003/2004 데이비드 베컴, 33,000,000 파운드

2000/2001 클라우데 미케렐레, 12,320,000 파운드

2004/2005 월터 사무엘, 20,240,000 파운드

2001/2002 지네딘 지단, 64,680,000 파운드

2004/2005 마이클 오언, 10,560,000 파운드

2002/2003 호나우두, 39,600,000 파운드

총합 = 4억 3천만 파운드


루이스 피구를 영입하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 판매수는 엄청난 수직 상승을 보이며 플로렌티나 페레즈를 만족시켰다. 진정한 돈의 맛을 본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더 거침없는 영입을 이어나갔다. 밸런스 잡기의 달인인 클라우데 마케렐레를 비롯해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지네딘 지단, 축구 황제 호나우두,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수준급의 수비수 월터 사무엘, 그리고 무결점 스트라이커 마이클 오언을 영입하는 데만 3억 7천만 파운드가 들었다. 루이스 피구의 것까지 합치면 4억 3천만 파운드다. 게다가 이 정도의 이적료가 5~10년 정도 전에 거래가 되었으니 사실상 5천억, 아니 6천억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레알 마드리드는 적자가 아닌 흑자를 기록했다. 팀의 하얀색 유니폼은 미친 듯이 팔려 나갔고 수많은 스폰서들이 레알 마드리드와 손을 잡았으며 관중 수는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팬들은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고.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이며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유럽 축구계를 주름잡았다. 조직력이 한때 우려가 되긴 했지만 클라우데 미케렐레라는 미드필더가 레알 마드리드의 모든 스타플레이어들을 하나로 뭉쳤고, 팬들은 이렇게 완벽하고 잘 나가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들어 올린 트로피들을 보자면 2001년과 2003년 라리가, 2002년 챔피언스리그, 2002년 슈퍼컵, 2001년과 2003년 스페인 슈퍼컵, 그리고 2002년 인터컨티넨탈컵이 있다. 특히 공격진의 파괴력은 엄청났는데, 라울과 피구, 지단, 그리고 호나우두 등이 이끄는 공격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플로렌티노 페레즈가 부임한 후 이렇게 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되자 축구 팬들은 레알 마드리드의 성적이 계속 나아질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레알 마드리드를 최고로 만든 페레즈의 실수 때문에 갈락티코 1기는 아쉽게 없어지게 된다.


플로렌티노 페레즈의 실수:



아무리 수입이 많았다고 해도 페레즈 회장은 무지막지한 양의 돈을 계속해서 투입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자 영입시장에서의 손실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던 클라우데 마케렐레를 팔아버렸다. 당연히 페레즈는 마케렐레를 판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대신 그는 마케렐레의 롱 패스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며 감독과 코치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이적시켰다. 이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갈락티코 1기 기간 동안 레알 마드리드는 2001년과 2003년 사이 모든 트로피를 따냈다. 공교롭게도 레알 마드리드는 마케렐레가 이적한 2003/2004 시즌부터 레알 마드리드는 단 한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 했다. 일단 페레즈가 마케렐레를 팔지 말았어야 할 이유는 바로 마케렐레가 스타 플레이어들로 구성돼있는 갈락티코의 정신적, 전술적 밸런스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해보자.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 루이스 피구, 카를로스, 호나우두, 그리고 마이클 오언 등의 선수들은 모두 스타플레이어다. 그들은 선수로서의 자존심이 매우 강하며, 팀 플레이를 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미케렐레는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뭉칠 수 있었다. 그는 전술적인 움직임이 완벽했으며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모두뛰며 전술적인 지능이 부족한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완벽한 팀 플레이어들로 만들어나갔다. 당연히 지단이나 호나우두 같은 선수들은 미케렐레가 없을 때나 있을 때나 화려한 개인기를 펼쳤지만 마케렐레가 없는 레알 마드리드는 항상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게다가 이미 피구라는 초특급 윙어가 있음에도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하며 더 심한 전술적 불균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지네딘 지단과 루이스 피구가 계속해서 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데 미케렐레가 없는 갈락티코 1기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났다. 


더 큰 성공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갈락티코 2기:



2009/2010 사비 알론소, 31,152,000 파운드

2010/2011 메수트 외질, 15,840,000 파운드

2009/2010 카림 벤제마, 30,800,000 파운드

2010/2011 앙헬 디 마리아, 29,040,000 파운드

2009/2010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82,720,000 파운드

2010/2011 사미 케디라, 12,320,000 파운드

2009/2010 히카르두 카카, 57,200,000 파운드

2012/2013 루카 모드리치, 26,400,000 파운드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2006년, 심각한 성적 부진으로 레알 마드리드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페레즈가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시즌들을 보내지 못 했다. 스타성도, 성적도 없어진 레알 마드리드에 크게 분노한 팬들은 결국 2009년, 다시 플로렌티노 페레즈를 믿어보기로 하고 그를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으로 뽑았다. 잠시 잊혀있던, 레알 마드리드 갈락티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년도였다. 페레즈는 6년 전과같이 폭풍 영입을 시작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발롱도르까지 받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9400만 유로에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는 사비 알론소, 카카, 라울 알비올, 그리고 카림 벤제마까지 영입했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다시 한번 지구 방위대를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이들은 몇 년 전처럼 엄청난 양의 수입을 걷어 올리며 스타플레이어들로 다시 한번 돈맛을 보았다. 하지만 이때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팀의 가장 큰 악마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로벤과 슈나이더를 팔고 말다:



갈락티코 2기의 시작은 2009/2010 시즌부터였다. 호날두와 카카 등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레알 마드리드에 왔던 시즌도 그때였고 플로렌티노 페레즈가 다시 한번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으로 부임했던 때도 2009/2010 시즌이었다. 하지만 그 시즌에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다른 팀으로 나가기도 했다. 그들의 이름은 웨슬리 슈나이더, 아르연 로벤, 클라스 얀 훈텔라르, 하비 가르시아, 그리고 알바로 네그레도였다. 당연히 훈텔라르와 가르시아, 그리고 네그레도는 레알 마드리드에 남았으면 후보 선수로 전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백업 선수들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지금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성장하며 레알 마드리드를 완벽하게 골탕 먹이고 있다. 이들과 함께 나간 아르연 로벤과 웨슬리 슈나이더는 레알 마드리드의 성적을 좌우했던 선수들이다. 플로렌티노 페레즈가 2009년, 다시 회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이들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페레즈는 몇 년 전 클라우데 미케렐레처럼 이적시장에서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로벤과 슈나이더를 각각 바이에른 뮌헨과 인테르로 팔아버렸다. 그리고 이들은 바이에른 뮌헨과 인테르의 역사적인 트레블을 이끌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의 황금 날개 조합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만약 아르연 로벤이 레알 마드리드에 남았다면 역사에 영원히 남을 황금 날개 조합을 더 빨리 볼 수도 있었다. 왼쪽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오른쪽 아르연 로벤은 득점력과 스피드, 발재간, 그리고 밸런스를 모두 갖추고 있다. 만약 슈나이더가 남았더라면 레알 마드리드는 메수트 외질이나 이스코를 영입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웨슬리 슈나이더는 인테르 시절의 웨슬리 슈나이더가 아니지만 한때는 리오넬 메시를 제치고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이 있었던 그다. 비록 슈나이더는 공격형 미드필더 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지만 미케렐레처럼 충분히 레알 마드리드를 하나의 팀으로 뭉칠 수 있었던 선수다. 아르연 로벤과 웨슬리 슈나이더의 이적이 레알 마드리드의 성적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다시 팀의 핵심 선수를 팔아버리며 팀을 망쳐버렸다. 


카카의 예상치 못한 부진과 또다시 신통치 않았던 성적:



히카르두 카카는 AC 밀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선수였다. 그는 넓은 시야와 발군의 패스 능력, 그리고 뛰어난 발재간으로 세계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라 불렸고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2기를 완성할 선수로 기대 받았다. 그러나 카카는 잦은 부상과 현저히 떨어진 실력으로 후보 선수로 밀렸다. 메수트 외질이 엄청난 활약을 하며 그의 자리를 최소화했지만 어쨌든 카카의 부진은 레알 마드리드 성적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부진한 성적이 모두 카카의 탓은 아니지만 어쨌든 선수들은 무리뉴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성공하지 못하며 2012/2013 시즌을 끝으로 갈락티코 2기의 유럽 정복 꿈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갈락티코 3기를 만들기 위해 2013/2014 여름 영입 시장에 또다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이스코, 이야라멘디, 그리고 가레스 베일을 영입했지만 역대급으로 호화로웠던 갈락티코 1기와 2기에 버금가는 스쿼드는 만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이자 최악이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은 축구계에 커다란 임팩트를 주었다. 오일머니로 구단을 인수한 로만이나 만수르 같은 구단주들은 갈락티코에 버금가는 최강의 스쿼드를 만들고 있고, 이제 이적시장에서는 스타플레이어들이 거의 매일 이적한다. 바르셀로나와 인테르,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도 엄청난 스쿼드를 만들며 갈락티코의 꿈이었던 트레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이제 갈락티코는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팀으로 회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최고이자 최악이며, 돈의 시대를 연 레알 마드리드의 은하수 정책, 갈락티코를 말이다. 




글: 프리사이스 패스

http://blog.naver.com/kunno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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