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미로 역대급이었던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를 분석한다
2016/2017 시즌, 리그 네 번째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며 시즌 첫 번째 맨체스터 더비를 가졌다. 물론 맨체스터 지역 라이벌 간의 대결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경기가 가지는 상징성은 대단했지만, 무리뉴와 펩이 EPL에서 가지는 첫 대결이라는 점도 이 경기에 상징성과 중요성을 더했다. 간략하게 말해 결과는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해 여러 의미로 역대급이었던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의 승패를 좌지우지했다.
1. 린가드와 미키타리안 기용 실패
무리뉴가 이번 경기에서 노린 건 확실했다: 뒷공간이 많이 열리는 펩 축구를 상대로 측면 중심의 역습을 구사해 공격을 풀어가는 것. 단점이 거의 없는 펩 전술을 상대로 낼 수 있는 최고의 플랜이었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 시절, 펩이 지향한 축구는 경기 주도권을 쉽게 가져오게 했지만 역습에 능한 팀들 --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 상대로는 뒷공간에 엄청난 불안감을 노출하며 번번이 패배를 기록했다. 즉, 무리뉴의 플랜은 이론적으로 완벽했다.
측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아는 무리뉴는 마샬과 마타 대신 린가드와 미키타리안을 선발 출전시켰다. 마샬의 폼이 최악에 가깝다는 점과 마타가 역습 상황에서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대신 출전한 린가드는 큰 경기에서 강하고 스피드가 위협적이고, 미키타리안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양질의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자원이다. 래쉬포드 대신 린가드를 선택한 건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지만, 며칠 전에 U-21 대뷔전을 가진 래쉬포드의 체력을 생각하면 그 또한 납득이 갔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였던 무리뉴의 플랜은 이 둘 때문에 무너졌다. 린가드는 터치 실수를 수차례 범하고 왼쪽 측면에서 아무런 공격 찬스를 잡지도, 만들지도 못했고, 미키타리안은 간단한 압박에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였다. 점유율을 많이 가져간 시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했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무리뉴의 신임을 받은 이 둘은 수비 가담에도 소극적이며 맨체스터 시티가 측면을 지배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과장 없이 말해 지난 시즌 데파이 두 명이 나온 수준이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린가드와 미키타리안이 얼마나 부진했는지 볼 수 있다. 터치 수를 보여주는 원의 크기를 보면 린가드는 현미경으로 봐야 할 수준이고, 미키타리안 또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린가드의 원 크기는 데 헤아의 원 크기보다 작다.
후반전에 교체 출전한 래쉬포드가 미키타리안과 린가드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 걸 고려하면 무리뉴의 플랜이 이 둘에 의해 좌절된 것은 더더욱 아쉽다. 축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래쉬포드가 린가드를 대신 선발 출전했다면 무리뉴의 플랜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무리뉴 특성상 린가드와 미키타리안의 선발 출전은 시간이 많이 지나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2. 무리뉴의 플랜 좌절
린가드와 미키타리안의 부진은 무리뉴의 플랜을 좌절시켰다. 측면 중심의 역습 공격만 좌절시킨 게 아니라 경기 주도권을 맨체스터 시티에게 완전히 내줬다. 공격은 물론이고 압박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선수가 두 명이나 있으니 맨체스터 시티는 자유롭게 측면을 쓸 수 있었고, 이 결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자연스럽게 경기장 중앙으로 움츠리며 전반 내내 수비에만 집중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는 더 확실해진다. 유나이티드는 측면에서 원활하게 경기를 풀지 못하고 경기 주도권을 내줬기 때문에 패스 수 자체가 적고 측면으로 향하는 패스가 한정적이다. 반면 시티는 유나이티드를 중앙으로 가두고 측면을 제한 없이 이용한 덕분에 측면으로 성공적으로 간 패스가 기록적으로 많고, 경기장 전체를 넓고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다른 자료를 봐도 이는 확실하다. 아래 사진들을 보면 유나이티드와 시티가 공격 전개와 볼 소유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기록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유나이티드는 후반전이 돼서야 시티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티는 여전히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갔고, 과르디올라가 의도적으로 수비 라인에 힘을 보태며 유나이티드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짧게 말하면 이렇다: 린가드와 미키타리안은 무리뉴의 플랜을 좌절시켰고, 이는 역으로 과르디올라의 플랜과 전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줘 유나이티드가 경기력과 전술에서 완패하게 했다.
3. 미친 폼의 케빈 더 브라위너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 역할을 100% 수행한 더 브라위너는 펩 아래에서 크게 변화했다. 우선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꿨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프리롤을 맡는 대신 중앙에서부터 팀의 중심을 잡고 1선과 3선 사이에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전천후 자원으로 변화했다. 문제는 더 브라위너가 새로 부여받은 역할에서 다소 아쉬웠다는 점이다. 물론 그의 활약은 여전히 뛰어났지만 다소 어정쩡한 포지셔닝과 기대 이하의 폭발력을 보여주며 귄도간이 부상 복귀하면 주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겠다는 전망도 있었다. 간략히 말해 펩 축구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던 그가 이번 경기에서 완전히 터졌다. 90분 동안 경기장을 성실히 누빈 그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완벽했다.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페르난지뉴와 똑같이 두 번의 인터셉션을 기록했고, 공격에서는 찬스를 다섯 번이나 만들어 냈으며, 유나이티드의 수비 라인을 붕괴시키는 침투를 수차례 보여주며 시즌 첫 번째 맨체스터 더비를 자신의 경기로 만들었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시티 선수들의 이름이 나와 있는데, 이름이 클수록 영향력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콜라로프와 오타멘디 등 다른 선수들도 눈에 띄지만 더 브라위너의 이름 크기 또한 결코 작지 않은 게 보인다.
74분 정도에 나온 골대를 때리는 아쉬운 슈팅은 더 브라위너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사네가 처음 공을 잡을 때만 해도 더 브라위너는 경기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지만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의 견제를 피한 후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위치로 침투해 위협적인 슈팅을 때렸다. 오프 더 볼 움직임, 침투, 위치 선정, 활동량 등을 포함해 공격을 이끌어가야 하는 선수가 가져야 하는 장점을 모두 보여준 것이다.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하면 더 브라위너보다 귄도간이 펩 축구의 3선에 더 적합하지만, 경기가 지날수록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는 더 브라위너를 보면 귄도간의 주전 자리 확보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간단히 말해 현재 더 브라이너는 이런 선수다: 첼시의 어떤 공격형 미드필더 같이 경기장 전체를 활발히 누비고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이지만 그 선수와는 다르게 지공과 역습 상황을 가리지 않고 항상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동료들과의 연계와 지능적인 오프 더 볼 움직임과 침투에 능한 월드 클래스 선수.
4. 유일한 아쉬움, 브라보
조 하트를 토리노로 보내고 카바예로를 다시 벤치 멤버로 전락시킨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데뷔전을 가졌다. 이미 바르셀로나와 대표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브라보는 큰 어려움 없이 PL에 적응할 것 같았지만 벌써부터 주말 예능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골을 허용하는 결정적인 실책은 물론이고 불필요하게 큰 터치 한 개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을 수차례 보여줬다. 어제 경기만 보면 리버풀 시절 페페 레이나의 예능 대장 모습이 생각났다.
브라보가 부진했던 이유는 결국 새로운 팀과 리그 적응 문제다. 이제 막 팀에 합류한 브라보는 시티의 수비수들과 호흡을 맞춰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기게 했다. 또, PL 식 압박은 라리가 식 압박과 다르다. 상대 선수, 특히 골키퍼가 공을 잡고 있다면 공을 향해 뒤도 보지 않고 달려드는 곳이 바로 PL인데, 라리가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이런 형식의 압박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브라보에게는 지나치게 적극적인 PL 식 압박이 많이 생소했을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쉬운 활약을 펼친 브라보가 앞으로도 예능을 펼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활약은 부정할 수 없이 최악에 가까웠고, 이는 시티가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하는데 큰 걸림돌이 됐다. 블리처 리포트는 브라보의 활약을 아래의 사진으로 표현했다.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를 완벽한 승리로 장식한 맨체스터 시티와 펩: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는 맨체스터 시티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무리뉴의 플랜 붕괴와 펩의 전술, 그리고 더 브라위너의 활약이 눈에 띈 경기였다.
무리뉴를 가지고 논 펩은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고, 무리뉴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축구(빠르고 정확한 역습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양 팀에게 실보다는 득이 더 큰 경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글: 프리사이스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