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부들은 왜 축구에 투자를 하는 것일까? 정말 투자는 축구를 발전시킬까?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으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마뉴엘 페예그리니는 자신의 새로운 팀이 이적시장에서 보여준 행보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매년 세, 네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팀도 이제 21세 이하의 유망주들에게 눈을 놀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페예그리니가 현재 지도하는 클럽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을 모두 영입할 수 있다. 원한다면 유스 시스템의 규모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식 유스 시스템을 만들었다).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셰이크 만수르라는 갑부 구단주가 있기 때문이다.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함께 축구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세이크 만수르는 시티 팬들의 영웅이다. 부채로 망해가던 시티를 약 2억 1000만 파운드에 인수한 후 클럽의 모든 빚을 갚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해 진정한 꿈의 구단을 만들기 시작한 그가 팬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나의 꿈은 필드 안과 필드 밖에서 최고의 사람들이 맨체스터 시티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My intention is that Manchester City has the very best people at its disposal, both on and off the field”). “우리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없으면 인수할 클럽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여러분의 목소리가 클럽 고위층의 귀에 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 (“We are very aware that without you there would not be a club to buy, and your voice will be heard by the organization at the highest level”). 맨체스터 시티라는 클럽을 세계적인 구단으로 만들고 팬들의 목소리까지 들어주겠다고 말한 셰이크 만수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의 약속들은 모두 지켜졌다.
줄리온 레스콧, 카를로스 테베즈, 에딘 제코, 다비드 실바, 야야 투레, 세르히오 아구에로, 사미르 나스리, 그리고 헤수스 나바스 모두 셰이크 만수르의 자금력이 있었기에 영입이 가능했던 선수들이다. 스쿼드와 경기력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이고, 맨체스터 시티라는 클럽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높인 그들이 만약 없었더라면 여전히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평범한 클럽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만수르의 지갑은 끊임없이 열려야 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2007/2008 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지불한 이적료의 총합은 약 1조 200억 원으로, 약 6억 7000만 파운드에 다다른다. 반면 선수들을 이적시켜 받은 돈은 겨우 2600억 원이다. 그렇다고 만수르의 온화한 미소는 사라졌나? 아니, 그의 미소는 팀의 순위가 상승할 때마다 더 해맑아졌다.
만수르는 선수들과 팬들의 간편함과 편안함을 위해 영입 외에도 많은 분야에 투자했다. 전 좌석이 퍼스트 클래스인 클럽 전용기를 구입하며 선수들의 피로를 덜어주려고 했고, 팬들이 춥지 않기 위해 스타디움에 있는 대부분의 좌석들을 히터 의자로 교체했다. 그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재규어 신모델 제공,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이 갈 수 있는 펍 오픈, 간편한 이동을 위해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등, 정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들여 맨체스터 도시에 유나이티드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화려하게 알렸다.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홀, 카지노, 초호화 호텔, 셰익스피어 극장, 그리고 게임센터의 건립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만수르가 보여준 행보를 고려하면 모두 건설될 수 있는 시설들이다.
프랑스의 맨체스터 시티인 PSG로 눈을 돌려 보자면, 역시 그들에게도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구단주가 있다. 굉장한 양의 개인 재산을 보유 중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리는 PSG의 구단주지만 카타르의 국왕이기도 하다. 그도 셰이크 만수르와 다르지 않게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이적시장에 쏟아붓기 시작했는데, 하비에르 파스토레, 티아구 모타, 블레이즈 마투이디, 케빈 가메이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티아구 실바, 에제퀴엘 라베찌, 루카스, 에디손 카바니, 요앙 카바예를 몇 시즌에 걸쳐 모두 영입하며 팀 전력을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쟁팀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2011/2012 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선수 영입에만 들인 돈이 약 6200억 원이다. 그 기간 동안 지불한 연평균 이적료는 2066억 원 정도로, 같은 기간 동안 맨체스터 시티가 기록한 1132억 원보다 약 900억 원이나 더 많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마리오 발로텔리, 카림 벤제마, 폴 포그바 같은 선수들을 영입해 클럽의 큰 야망을 채우려고 노력 중이다. 김정남, 김환, 그리고 서형욱 해설위원은 PSG를 2013/2014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또는 준우승 팀으로 선택했다.
클럽이 아닌 구단주에 다시 포커스를 맞춰보자. 일단 우리는 셰이크 만수르와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리가 굉장한 부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각각 아랍 에미리트와 카타르 출신인 데다가 자국 내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는 중이기 때문에 개인 재산이 ‘헉!’ 소리 날 만큼 높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포브스가 2009년에 발표한 세계의 최고 부자 리스트에 따르면 만수르의 순자산 (Net Worth)은 약 5조 원이고, 알타리의 순자산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듯이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은 더 크다.
만수르와 알타리는 자국의 돈을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이 있다. 가장 좋은 예는 국부펀드와 나라의 투자청. 실제로 PSG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카타르가 운영하는 스포츠 투자청,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 (Qatar Sports Investments, 줄여서 QSI)다. QSI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PSG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곳은 QSI라고 나온다. “ QSI는 PSG 지분의 70%를 2011년에 구입하며 클럽의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콜로니 캐피털과 버틀러 캐피털 파트너가 소유하고 있었던 남은 30%의 지분을 사들여 클럽의 유일한 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QSI를 설립한 인물이 바로 알타리다. 현재 대표 (President)는 알 케라피라는 인물로 나오지만 결국 QSI의 실질적인 리더는 알타리라는 말이다. 즉, 그는 나라의 스포츠 투자청을 이용해 PSG를 인수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도 마찬가지다. 클럽 공식 홈페이지에는 “셰이크 만수르는 맨체스터 시티 풋볼 클럽을 100% 소유하고 있다.” (“Manchester City Football Club is owned 100% His Highness Sheikh Mansour Bin Zayed Al Nahyan.”)라고 적혀 있지만, 만수르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 (Abu Dhabi United Group, 줄여서 ADUG)의 자본을 사용해 시티를 운영 중이다. 구단주는 셰이크 만수르 일지 몰라도, 시티를 운영하고 있는 자금력은 ADUG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함정 카드 발동. 만수르의 ADUG는 아랍 에미리트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인베스트먼트 어소리티 (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 줄여서 ADIA)의 산하기관으로 추정된다. ADUG는 아부다비 정부와의 관계가 없다고 적극 부인했지만 그리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지 않는 상태다. QSI도 카타르의 국부펀드인 카타르 인베스트먼트 어소리티 (Qatar Investment Authority, 줄여서 QIA)의 자본력을 빌려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머리 아프게 왜 ADUG와 ADIA, QSI와 QIA의 관계에 대해 말하냐고? 결론은 ADUG와 QSI가 갑자기 없어지거나 망해도 만수르와 알타리는 ADIA와 QIA의 자금 일부분으로 맨체스터 시티와 PSG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QIA와 ADIA의 규모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아래에 있는 표를 보길 바란다. 모든 기록은 SWF Institute에서 참조했다.
만수르와 알타리는 맨체스터 시티와 PSG를 위해 100조 원까지는 쏟아붓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국가가 돈이 많다고 해도 한 축구 클럽을 위해 100조를 쓰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행보를 보면 향후 5년 동안 약 2~3조 원 정도는 가뿐히 쓸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팅 인텔리전스의 글로벌 스포츠 주급 조사 2013 (Sportingintelligence’s Global Sports Salaries Survey, 줄여서 GSSS)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주는 스포츠 클럽 3위는 맨체스터 시티로, 1군 선수들에게 약 2100억 원을 쓴다. 최근 3년간 이적시장에서 지불한 연평균 이적료는 약 1132억 원인 데다가 시티 TV (City TV), 홈페이지, 스타디움, 그리고 훈련 시설의 운용 비용 또한 내야 한다. 2100억 원x5 + 1132억 원x5 + 클럽의 각종 시설 운영 비용 + 기타이니 1조 원, 아니 2조 원 정도는 가뿐히 넘긴다. PSG도 맨체스터 시티와 다르지 않다. 향후 5년간 지불할 금액이 시티에 비해 더 적을 수는 있겠으나 최소 1조 원은 넘긴다.
우리는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왜 셰이크 만수르와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리는 맨체스터 시티와 PSG를 인수한 것일까? 절망해가는 팬들을 위해서? 부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어서? 또는 축구라는 스포츠를 너무 좋아해서? 답은 간단하다. 돈. 그들은 돈을 위해 축구 클럽을 인수한다. 아, 물론 만수르에 따르면 그는 축구팬이다. 그가 팬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 이런 내용이 있지 않나. “나는 축구팬이고, 조금 있으면 여러분들의 눈에 맨체스터 시티 팬으로도 보였으면 한다” (“I am a football fan, and I hope that you will soon see that I am now also a Manchester City fan”). 하지만 편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냉정하게 말해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상품이고, 우리는 이것 (맨체스터 시티 인수)이 효과적인 비즈니스 투자라고 생각한다” (“In cold business terms, Premiership football is one of the best entertainment products in the world and we see this as a sound business investment”).
그런데 아랍 에미리트나 카타르 같은 중동 지역 국가들은 석유 사업으로 인해 이미 엄청난 양의 돈을 벌고 있다. 국부펀드의 규모도 이미 큰데다 나라 자체도 굉장히 부유하다. 돈을 더 벌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맨체스터 시티와 PSG는 수익 대신 적자만 안겨주고 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맨체스터 시티가 2012/2013 시즌에 기록한 적자는 무려 52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930억 원이다. 이적시장에서 시티보다 더 많은 돈을 쓴 PSG도 이를 능가하거나 비슷한 양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다. 돈을 벌 필요도 없을뿐더러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축구에 투자를 하고 있는 셰이크 만수르와 셰이크 알타리는 과연 바보일까?
아니, 그들은 매우 똑똑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똑똑하다. 투자와 비즈니스에서만큼은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토마스 에디슨 저리 가라다. 그들은 항상 나라의 미래를 위해 움직이고, 후손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미래.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투자와 비즈니스는 과거와 현재도 아닌,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 만수르와 알타리는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상품인 축구를 이용해 투자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알다시피 카타르와 아랍 에미리트는 자국의 석유를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는 중이다. 하지만 석유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일정 양의 석유를 모두 발굴하거나 사용하면 중동 국가들의 수입은 끊기게 된다. 향후 몇 년 간은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에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말이다. 유 앤 미래포럼의 대표인 박영숙 씨는 2017년부터 중동의 석유가 고갈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고, 한 칼럼니스트는 석유를 땅콩에 비유해 박영숙 씨의 말과 뜻이 다르지 않은 글을 썼다. "땅콩으로 꽉 차있는 방이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땅콩 껍질을 방 밖으로 버리지 않는 한 그곳에 있는 모든 땅콩을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땅콩을 먹을수록 먹지 않은 땅콩을 찾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빈 땅콩 껍질은 방에 남아 있으니까요. 결국 먹지 않은 땅콩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과 노력을 모두 낭비할 것입니다. 그러고는 자처해서 방을 떠나겠죠.”
이러한 이유로 중동 국가들은 미래에도 수익을 안길 수 있는 비즈니스 상품을 찾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들이 찾은 최적의 비즈니스 상품은 축구. 특히 중계권료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 쏠려 있는 라 리가나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막고 있는 분데스리가 대신 투자가 쉽게 가능한 바클레이즈 프리미어리그와 리그앙을 적극적으로 이용 중이다. 그리고 축구에 투자한다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적자와 흑자를 포함한 맨체스터 시티의 경제적인 기록을 보기 전에 모든 자료는 정확하고 신빙성 있는 곳에서 가져왔다고 말하고 싶다. 금융 기록에 있어서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주는 딜로이트 (Deloitte), 스포츠 전문 미디어 ESPN, 그리고 축구화 뉴스 외에도 각종 축구 소식을 전달하는 사커 바이블 (Soccerbible)의 자료를 적극적으로 썼다.
ESPN에 따르면 맨체스터 시티는 2012/2013 시즌에 약 9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1/2012 시즌에 기록한 1750억 원의 적자보다 훨씬 더 낮은 금액이다). 딜로이트의 풋볼 머니 리그 리포트 2014 (Deloitte Football Money League 2014)는 시티가 그 시즌에 기록한 수입은 약 4700억 원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숫자가 오직 매치데이, 중계, 그리고 광고 수입으로만 인해 만들어진 숫자라는 것이다. 시티가 매년 25만 장 이상의 유니폼을 팔고 있다는 사커 바이블의 말을 들어 유니폼 판매 수입만 더해도 4700억 원은 5150억 원으로 증가한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유니폼은 99.88 파운드, 한국 돈으로 약 18만 원이다. 18만x25만은 450억). 각종 액세서리 판매, 스폰서, 컵대회 출전료/보상금 등까지 더하면 6000억 원은 물론 7000억 원 이상도 가능하다. 그래서 결국하고 싶은 말은 맨체스터 시티가 2012/2013 시즌에 기록한 수입은 6000~7000억 원 사이, 즉 그 시즌에 지불한 총 금액은 7000~8000억 원 사이라는 것이다 (적자가 약 930억 원였다는 것을 기억하라).
세상에. 2012/2013 시즌에만 지불한 금액이 7000~8000억 원 정도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가레스 베일 일곱 명을 영입할 수 있는 거액이다. “스콧 싱클레어나 잭 로드웰 대신 같은 에당 아자르나 얀 베르통헨이나 영입하지...”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친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수입을 보라. 최소 6000억 원이다. 매치데이, 중계, 그리고 광고로 벌어들인 금액만 해도 약 4700억 원이다. 그런데 그들의 수입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2009년에 약 1500억 원 (매치데이+중계+광고 수입)을 기록한 후부터 2250억 (2010년), 2500억 (2011년), 4200억 (2012년), 그리고 4700억 원 (2013년)의 높은 수입을 올리는 중이다.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야야 투레 같은 팀의 슈퍼스타들이 안겨주는 유니폼 판매 수입과 각종 보너스도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가고 있다. 또 중계권료는 계속 높아질 예정이며, 맨체스터 시티의 각 시즌 리포트에 따르면 광고와 매치데이 수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둘째, 맨체스터 시티라는 클럽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동시에 더 많은 스폰서들이 그들과 스폰서십을 맺고 싶어 한다. 포보스 (Forbes)는 2013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축구 클럽들 리스트에 맨체스터 시티를 9위에 올려놓았는데,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이에른 뮌헨같이 10위권 이내에 당연히 있어야 할 클럽들만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브랜드 파이낸스 (Brand Finance)는 시티를 8위에 랭크했다. 이를 보고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나이키는 맨체스터 시티의 유니폼을 6년간 후원하는 스폰서십을 채결했다.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비하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금액은 절대 아닌 연간 1200만 파운드 규모의 딜이다. LG와도 2년 스폰서십 계약을 맺으며 스타디움과 각종 빌딩에 설치될 TV와 LED 스크린을 후원받는다. 그야말로 연이은 대박 스폰서십 계약 체결 행진이다.
우리가 놓친 마지막 부분은 적자가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가 매년 발표하는 리포트 (MCFC Annual Report)에 따르면 2010/2011 시즌에 기록한 적자는 약 2900억 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후부터 숫자를 낮춰갔다. 우승을 거두며 환상적인 시간을 보낸 2011/2012 시즌에는 약 1750억 원을 기록하더니 2012/2013 시즌에는 약 930억 원을 기록했다. 두 시즌만에 적자 액수를 1990억 원이나 낮췄다니, 정말 놀랄만한 발전이다. 에딘 제코, 세르히오 아구에로, 알바로 네그레도, 스테판 요베티치가 모두 장기 부상을 당해 특급 스트라이커 영입이 절실해지지 않는 한 맨체스터 시티의 적자는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이 사실들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두 가지다. 맨체스터 시티의 수입이 해마다 높아지는 동시에 지출은 떨어지고 있는 것. 적자가 2011년부터 연평균 995억 원이나 떨어지고 있으니 이번 시즌에는 100억 원 내외의 적자, 또는 심지어 흑자까지 기록할 수 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거론한 국내 트레블을 위해 리그와 리그컵까지 우승하면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확실시된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예선을 통과했으니 얼마 정도의 중계권료도 받을 수 있다.
PSG의 기록도 눈여겨볼만하다. 딜로이트의 풋볼 머니 리그 리포트 2013까지만 해도 수입률 TOP 20에 없었던 PSG는 2014 리포트에 갑자기 등장했다 (이상하게도 2013 리포트에는 순위권 밖에 있었지만 2014 리포트의 2011/2012 시즌 섹션을 보면 PSG의 이름이 있다. 리포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거나 시즌이 지나며 수입이 갑작스럽게 증가한 것 같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순위. PSG는 첼시,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같은 클럽들을 따돌리고 5위에 랭크되었다.
매치데이에서는 약 782억, 중계에서는 약 1350억, 광고에서는 약 3800억 원의 수입을 올리며 총 5900억 원 정도의 돈을 번 PSG의 광고 수입은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보다 더 크다. 조금 더 간단하게 말해 2012/2013 시즌에 PSG보다 더 큰 광고 수입을 올린 클럽은 없었다. 클럽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매치데이와 스폰서십으로 버는 돈이 더 많아지면 맨체스터 시티와 비슷하게 몇 년 후에는 흑자를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만수르와 알타리는 돈을 벌고, 맨체스터 시티와 PSG는 클럽의 규모를 크게 만들고 있으니 결국에는 윈-윈 딜이 아닌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답은 NO에 가깝다. 만수르와 알타리가 든든한 후원자로 계속 남는다면 시티와 PSG는 번창하겠지만, 어떠한 이유 때문에 손을 떼 버리면 클럽은 망하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말라가를 보자. 2010년 당시 카타르 출신의 갑부 셰이크 압둘라 알타니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 말하지만 그는 현 PSG의 구단주가 아니다)가 클럽을 약 520억 원에 인수했을 때만 해도 말라가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줄리우 밥티스타, 마르틴 데미첼리스, 요리스 마테이선, 제레미 툴라랑, 호아킨 산체스, 산티 카솔라같이 클래스 있는 선수들은 팀 전력을 아주 강력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받았고, 감독으로 선임된 마뉴엘 페예그리니는 비야레알과 레알 마드리드를 지도해본 적이 있는 대형 감독이었다. 이스코라는 초특급 테크니션의 등장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한 말라가의 2011/2012 시즌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2010/2011 시즌까지만 해도 리그 11위를 기록한 말라가의 순위는 4위로 껑충 뛰어올라 오직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발렌시아만이 그들 앞에 있었다. 바로 다음 시즌인 2012/2013 시즌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리그 순위는 다소 하락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말라가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역시 문제는 구단주. 압둘라 알타니는 스페인의 중계권료 문제 때문에 큰 화를 냈는데, 중계권료 대부분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게 배분되는 라 리가에 화낼 만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화를 이상한 방법으로 풀기 시작했다. 이적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더니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주급까지 주지 않았다 (중계권료도 만족할 만큼 받지 못했을뿐더러 사업도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구단주의 지원이 끊긴 것뿐이었는데 말라가는 UEFA로부터 징계를 받는 동시에 심각한 자금난으로 나초 몬레알, 이스코, 제레미 툴라랑, 호아킨 산체스, 마르틴 데미첼리스 같은 주축 선수들을 팔았다. 압둘라 알타니의 인수 전 상황이 훨씬 더 나아 보일 정도로 클럽이 쑥대밭이 되고 만 것이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와 말라가는 다르다. 맨체스터 시티는 몇 년에 걸쳐 완성된 완벽한 팀이지만, 말라가는 압둘라 알타니 덕분에 세상에 알려진 작은 클럽이다. 셰이크 만수르가 클럽을 인수하기 전에도 맨체스터 시티라는 클럽의 이름은 지역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덕분에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시끄러운 이웃’ (‘Noisy Neighbor’)이라는 별명도 꽤나 유명했다.
하지만 위상이 높으면 구단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금액도 높듯이 만수르 없는 시티는 압둘라 없는 말라가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클럽 지분 100%가 모두 셰이크 만수르의 손에 있기 때문에 만약 그가 압둘라처럼 아무 말없이 지원을 끊으면 시티를 금전적으로 도울 사람은 사라지게 된다. 가끔씩 뉴스를 보면 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클럽의 뉴스를 접할 수 있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클럽은 맨체스터 시티다. 웬만한 선수들은 주급 2억 이상을 받고, 대부분의 서브 선수들도 1억 이상의 주급을 받는다. 감독인 마뉴엘 페예그리니도 상당한 금액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루리 컨설토리아 (Pluri Consultoria)는 페예그리니의 연봉을 약 60억 원으로 발표했다.
조금 더 상세한 데이터를 통해 ‘셰이크 만수르 없는 맨체스터 시티는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계속해보자. 티에스엠 플러그 (TSM Plug)에 따르면 맨체스터 시티의 주축 선수들 중 주급이 가장 낮은 선수는 존 구이데티인데, 그는 1800만 원 정도의 주급을 받는다. 그러나 그와 코스텔 판틸리몬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모두 1억 원 이상의 주급을 받는 중이다 (잭 로드웰과 스콧 싱클레어의 주급인 5만 5천 파운드는 약 9천8백만 원이지만 1억 이상으로 분류했다). 만 20살인 마티야 나스타시치도 약 1억 3천만 원을 받고, 팀 내 최고 주급을 받고 있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주급은 약 3억 9천만 원이다. 따라서 1군 선수들의 연봉이 약 2100억 원이라는 스포팅인텔리전스의 글로벌 스포츠 주급 조사가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볼 것은 바로 홈페이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맨체스터 시티의 홈페이지는 한국어로도 운영된다. 촌스럽고 업데이트되지 않는 홈페이지가 아니라 영국판 홈페이지처럼 세련되고 매일 업데이트되는 웹사이트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을 포함해 총 13개 언어로 운영되는 중이다.
13개 언어로 운영되는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 클럽은 맨체스터 시티가 유일할 것이다. 만약 있더라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페이지처럼 복잡하고 조잡하게 생겼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게다가 시티의 홈페이지에는 폭넓은 언어 선택 외에도 여러 가지 컨탠츠가 있다. 이달의 골 영상,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축하하기 위해 만든 그의 모든 골 영상, 선수들의 인터뷰, 셔츠와 부츠를 나눠주는 각종 이벤트, 긴 유니폼 세일 기간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어떤 기간에는 숍에서 구매한 상품을 무료로 국제 배송해준다 (비 이벤트 기간에 지불해야 하는 스탠더드 국제 배송비는 약 11000원이다. 익스프레스 딜리버리 즉 ‘퀵 서비스’는 약 20000원).
맨체스터 시티가 홈페이지를 위해 지불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금액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무료 국제 배송은 클럽의 손실을 의미하고, 여러 가지 영상과 이벤트를 준비하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선수 영입 때 필요한 만큼의 돈은 아니지만 분명 “억!” 소리 나는 금액이다.
우리는 시티가 2012/2013 시즌에 지출한 금액이 얼마인지 알고 있다 (7000억~8000억 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주급과 홈페이지에 들어갈 돈을 보는 것은 그만큼 시티가 다양한 곳에 많은 양의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기 위해서다. 만약 셰이크 만수르와 ADUG의 자본력이 없다면 무료 국제 배송 같은 서비스는커녕 2100억 원에 다다르는 선수들의 연봉조차 주지 못할 것이다. 구단 운영 자금을 위해 주축 선수들은 당연히 팔아야 한다. 6000~7000억 원의 수입 대부분이 광고와 매치데이에서 왔기 때문에 수입 또한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PSG도 똑같은 상황에 있다. QSI가 클럽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 자금을 계속 지원해주지 않으면 빠르게 몰락한 팀이 돼버리고 만다. 돈의 효과로 빠르게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쟁팀이 된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한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해 말하겠다; 셰이크 만수르와 알타니가 클럽을 사랑해 투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돈을 쓰지 않는 한 철저한 비즈니스 맨들인 그들은 언제든지 클럽에 손을 떼 팬들을 절망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쯤 첼시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왜? 그들이 응원하는 클럽의 구단주는 수익을 원하는 것 같지도 않고,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중동 출신의 인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그저 첼시를 사랑하고 있는 해맑은 러시아인으로 보인다.
해맑은 러시아인... 해맑은 러시아인... 러시아인... 러시아인...
러시아. 소치 올림픽으로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러시아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역시 정치다. 편파 판정으로 인해 ‘러시아’라는 나라를 대변하는 말은 욕설이지만, 그전부터 러시아가 유명했던 것은 정치란 말이다. 참고로 미리 말해두는데,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단순히 축구를 좋아해 첼시를 인수한 것은 아니다. 첼시 인수의 백 그라운드에는 러시아의 정치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1986년,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망가진 고국을 위해 ‘개혁’과 ‘변화’를 의미하는 페레스트로이카를 주장했다.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의 일부분은 국가가 아닌 개인도 사업과 기업 활동을 통해 나라의 경제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인데, 공산주의의 반대인 자본주의에 성향을 띠고 있기도 하다. 신흥재벌들을 의미하는 ‘올리가르히’들이 나타난 이유도 페레스트로이카 때문이다.
올리가르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소 심플했다. 국가의 국유 산업들을 사유화한 러시아가 당시 대통령이었던 보리스 엘친과 거래를 한 사람들에게 기업과 사업을 헐값에 넘겨주는 것이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올리가르히들은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는데,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물론 안지의 구단주인 술레이만 카리모프도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해 만들어진 올리가르히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시작되기 전,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올가라는 여자와 결혼해 그녀의 갑부 아버지와 함께 사업도 하고 돈도 벌었다. 올가와 이혼했을 무렵 올리가히들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가장 영향력 있는 올리가르히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대통령 보리스 옐친과 손을 잡고 막대한 부와 권력을 얻은 그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수월하게 힘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잘 나가던 로만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 일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2000년). ‘강한 러시아’를 주장해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푸틴은 올리가르히, 특히 가장 영향력이 큰 베레조프스키를 없애려고 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유럽으로 도망갔고, 그와 같은 올리가르히었던 로만은 위험을 느끼고 푸틴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가 정치자금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산업에 들어가는 돈을 대주는 점은 푸틴이 러시아 내에서 얼마나 막강한 인물인지 설명한다.
하지만 로만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회사를 사들이며 자신의 재산을 해외로 옮기는 작업을 했는데, 이 과정 중 인수한 클럽이 바로 첼시다. 첼시는 잉글랜드에서는 물론 유럽 전체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받는 클럽이었고,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팀이었기 때문에 투자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하필 왜 첼시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의 축구 사랑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로만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들여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3/2004 시즌에 영입한 선수들만 해도 조 콜, 글랜 존슨, 클라우데 마케렐레,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에르난 크레스포, 아드리안 무투 등이 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는 빠르게 성장했다. 리그, 유로파리그,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우승한 것을 보면 그들이 왜 스페셜한 팀인지 볼 수 있다. 그러나 첼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로만이기도 하다. 맨체스터 시티와 PSG에게 만수르와 알타니가 있다면 첼시에게는 로만이 있다. 첼시 축구를 보며 환하게 웃는 그이지만 클럽을 인수한 이유는 다름 아닌 정치 때문이었기에 현재 지지를 잃고 있는 푸틴이 힘을 잃으면 러시아로 돌아가 다시 사업가의 삶을 걸을 수 있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말과 행동 뒤에는 항상 악한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유럽축구연맹인 UEFA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잘 알고 있다. 축구계가 중동 갑부들의 사업판이 되고, 정치에 관련된 인물들이 구단을 사들이고 있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 (Financial Fair Play, 줄여서 FFP)라는 정책을 만들었다. 사실 이 정책이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돈 판이 되고 있는 축구계를 막기 위해서지만, 다른 속마음이 있는 구단주들의 투자를 억제시키기도 하는 역할도 한다. FFP의 주목적은 이렇다. ‘번 돈보다 더 큰 금액을 지출하지 마라’. 세금을 내지 않거나 선수나 직원들의 주급을 주지 않아도 룰을 어기는 것이 된다. “FFP는 클럽이 선수를 사는 것을 막지 않는다. 그들의 예산이 허락하는 만큼 쓸 수 있다”가 플라티나가 말한 말이다.
적자를 기록하면 클럽의 재정은 무너지게 되고, 이와 같은 행동을 억제시켜주는 룰이 없으면 이적시장같이 돈과 연관되어 있는 마켓은 과열될 뿐이다. FFP는 이런 현상을 방지하는 동시에 점점 커지고 있는 축구계의 돈 판을 축소시키고 클럽의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만들고 싶어 한다. 룰을 어기면 경고 - 벌금 - 승점 삭감 - 상금 지급 거절 - UEFA 대회에 새로운 선수 등록 금지 - 대회 참가 금지로 이어지는 처벌을 받는다.
지금은 두 시즌의 적자가 45m 유로만 초과하지 않아도 룰을 어기지 않지만 향후에는 30m 유로 제한선을 지켜야 한다. 만약 이를 심각하게 넘어가는 적자를 기록한다면 UEFA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클럽의 발전을 위해 쓰는 돈은 클럽의 지출액에 포함하지 않는다. 유스 시스템 투자나 스타디움 건설이 좋은 예다. 아직도 모든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이들은 UEFA가 정의하는 수입을 보도록 하자.
입장료 수입: 시즌 티켓, 클럽 멤버십, 당일 경기 판매 티켓 수입이 여기에 포함된다.
스폰서 수입: 기업들과 스폰서십을 체결해 받는 돈을 의미한다.
광고 수입: 간판이나 전광판에 광고를 걸어주며 받는 돈을 의미한다.
상업 수입: 유니폼을 비롯한 각종 클럽 용품, 복권, 행사를 통해 버는 돈을 의미한다.
기타 수입 : 위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영업익이 포함된다. 배당금과 렌트 등으로 버는 돈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적료 수입: 선수를 이적시켜서 받는 돈을 의미한다.
유형 자산 처분: 클럽 자산을 처분해 받는 돈을 의미한다. 경기장이나 훈련장을 처분해 받는 돈은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 수입: 클럽이 보유한 자산이 수입을 내는 돈을 의미한다.
페어 밸류 (Fair Value) 평가: 구단주가 가지고 있는 회사와 클럽이 스폰서십을 체결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딜을 맺는다면 그 딜에는 브레이크-이븐 룰 (Break-Even Rule)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다른 클럽들이 50m 유로 규모의 유니폼 스폰서십을 맺는 동안 어떤 클럽이 관계사와 300m 유로 규모의 딜을 체결하면 그 클럽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딜의 규모를 더 작게 인정할 수도 있다.
축구가 아닌 것을 통해 얻는 수입은 제외한다: 축구 이외의 것으로 얻는 수입은 제외한다. 그러나 클럽의 경기장 혹은 훈련장 내 부대시설에서 (호텔, 레스토랑, 회의장, 헬스장 등) 나오는 수입은 인정해준다. 또, 클럽의 이름이나 브랜드를 걸고 하는 이벤트를 통해 얻는 수입도 인정된다.
UEFA가 정의하는 지출은 이렇다.
클럽 영업 비용: 클럽의 영업에 필요한 비용을 의미한다.
고용 비용: 클럽에 고용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쓰는 돈을 의미한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보드진, 감독, 스태프들에게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이적료 지출: 이적료 지출 부분에서는 두 가지 선택을 만들 수 있다. 1) 전체 이적료를 그 해의 지출에 모두 포함시킨다. 2) 계약기간에 따라 나누어 계산한다.
금융 비용: 이자나 부채 상환 등을 의미한다. 관계사와의 거래는 페어 밸류로 평가한다: 수입과 마찬가지로 관계사와의 거래로 발생한 비용은 페어 밸류로 평가해 조정한다.
유스에 투자하는 금액은 제외한다: 유스 아카데미나 훈련장을 위해 지불하는 돈은 클럽의 지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지불한 금액은 제외한다: 지역을 위해 교육이나 병원 등 각종 시설이나 캠페인, 혹은 프로그램에 돈을 쓰면 클럽의 지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형 자산 건설에 들어가는 금액은 제외한다: 새 스타디움이나 훈련장을 건설할 때 드는 비용은 클럽의 지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UEFA는 FFP를 유럽 축구계에 정착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12년 9월쯤에는 AT 마드리드, 말라가, 스포르팅 리스본, 페네라베체같은 명문 클럽들을 포함한 총 23개의 클럽을 FFP 룰 위반으로 적발해 유럽 대회에서 받은 상금 지급을 보류했고, 이를 본 다수의 빅클럽들은 이적 예산을 낮춰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겉으로만 완벽한 이 룰은 (사실 겉으로도 완벽해 보이지 않는다. 미셸 플라티니는 모든 클럽, 정치인, 심판, 그리고 EU가 만장일치로 이 규정에 동의했다고 말했지만, 그들을 어떤 방법으로 설득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FFP를 ‘장난’으로 보고 있다.) 문제 투성이다. 한때 아스날이 FFP 정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하며 룰에 호감을 표시한 아르센 벵거마저 등을 돌렸다.
FFP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PSG가 카타르 관광청 (Qatar Tourism Authority, 줄여서 QTA)과 연간 2억 유로에 다다르는 스폰서십을 2013년 10월에 체결한 것이다. 이 딜은 최대 2016년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FFP를 피해 가고 싶은 PSG의 플랜을 크게 돕게 된다. 2억 유로로 말할 것 같으면 약 3000억 원 정도의 금액이자 딜로이트 풋볼 머니 리그 2014에 기록된 PSG 수입의 0.5배 정도다. 모든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연간 2억 유로 이상의 스폰서십 딜은 여태까지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현재 아디다스에게서 받고 있는 금액도 연간 3700만 유로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쉐보레와 체결한 딜도 7년 3000억 원 정도의 규모다. 따라서 PSG는 유나이티드의 7년 계약 규모를 단 1년 만에 따라잡을 수 있다 (사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에게 모든 돈이 가는 것도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사람들은 3000억 원 중 고작 1500억 원 만이 클럽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나머지는 글레이저 가문의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 중이다. 아니, 그냥 그렇단 말이다).
PSG가 과연 한 기업으로부터 연간 3000억 원을 받을 수 있는 큰 클럽인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요앙 카바예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의 존재를 제외한다면 그들의 가치는 뚝 떨어지고 만다. 캄프 누나 알리안츠 아레나 뺨치는 거대 규모의 스타디움도 가지고 있지 않고, 유럽 빅리그들 중 가장 관심도가 떨어지는 리그앙 클럽이며,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이 보유하고 있는 역사와 옛 영광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 “풋볼멘” (“The Football Men”)의 저자이자 “축구 전쟁의 역사” (“Football Against the Enemy”)의 저자이기도 한 사이먼 쿠퍼 (Simon Kuper)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들은 자국이 1998년 월드컵을 우승하자 대회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친 지네딘 지단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했다지만 사실 자국 클럽에게는 그리 큰 관심을 주지 않는다. 리그 규모도 리그 규모이지만 프랑스의 경제 자체가 좋지 않으니 축구라는 사치에 신경을 쓸 시간도 없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면 모를까, PSG는 카타르의 부유한 왕의 지원만 빼면 지극히 평범한 클럽일 뿐이다.
너무나 당연히 맨체스터 시티도 이와 비슷한 스폰서십을 2011년에 체결했다. 그들의 스폰서 파트너는 에티하드 항공사였는데, 계약 규모는 10년 400m 파운드다. 우리 돈으로는 약 7100억 원에 육박하는 거금이다. 당시 스폰서십으로 상당한 양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에게 충격을 준 것은 물론이고, 유럽 의회의 의원회 (committee of the Council of Europe)까지 ‘부적절하다’ (‘improper’)라는 단어를 꺼내게 만들었다. 에티하드라니,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그렇다. 에티하드 항공사는 아랍 에미리트 왕족 소유의 항공사다.
잠깐 생각해보면 이러한 스폰서십들은 충분히 제재받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페어 밸류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맨체스터 시티와 PSG는 언론과 축구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을 뿐, UEFA로부터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특히 PSG는 UEFA로부터 그 어떤 경고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거론해야 할 인물이 바로 너무나 존경스러운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이다.
그는 PSG는 물론이고 라다멜 팔카오, 주앙 무티뉴, 하메스 로드리게스, 제프리 콘도그비아를 모두 영입한 신흥 재벌 클럽 AS 모나코에게도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약간 다른 쪽으로 흘러갈 수 있지만 플라티니는 앞으로도 PSG와 모나코 같은 갑부 프랑스 클럽들을 욕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프랑스 클럽들이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더 많은 경기들을 이겼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고, 프랑스 축구로 인해 조국의 경제를 조금이나마 회복시키길 원한다. 전문가들도 플라티니가 회장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 그와 그의 일행들이 UEFA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앤드류 제닝스 (Andrew Jennings)의 폭로 책이 나오기 빌뿐이다. 설마 구금 선고를 또 받을까.
맨체스터 시티는 AS 모나코와 PSG와 달리 UEFA 회장의 눈감아주기가 없으니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만드는 중이다. 특히 뉴욕 시티 FC의 창단은 FFP를 피해 가려는 맨체스터 시티의 대표 프로젝트다. 여러 소스에 따르면 뉴욕 시티 FC의 지분은 오직 두 기업만이 소유하고 있는데, 20%는 지역 야구 구단인 뉴욕 양키스가, 나머지 80%는 맨체스터 시티가 가지고 있다. 뉴욕 양키스가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더라고 해도 뉴욕 시티 FC의 최대 주주는 맨체스터 시티이고 클럽의 창단을 가장 크게 도운 인물이 셰이크 만수르이니 새로 만들어진 뉴욕의 축구 클럽은 만수르와 그의 일행들에게 컨트롤될 것이다. 게다가 뉴욕 양키스는 2013 시즌 포스트시즌에 탈락하며 야구 외의 다른 일에 신경 쓸 처지가 되지 않는다.
맨체스터로부터 약 5355km나 떨어져 있는 뉴욕 시티 FC가 도대체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 것일까? 발전하고는 있지만 미국 프로 축구 리그인 메이저리그 사커 (Major League Soccer, 줄여서 MLS)의 수준과 규모가 아직 유럽 리그들에 비교해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뉴욕 시티 FC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내줄지 아무도 모른다. 만수르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더라고 해도 그의 메인 팀은 여전히 맨체스터 시티이니 뉴욕 축구팀이 생각하는 것만큼의 성적을 낼 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접어 치워라. 뉴욕 시티 FC의 목표 자체가 리그 우승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맨체스터 시티에게 좋은 선수들을 공급하며 소액의 수익이라도 내는 축구 클럽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과거, 그러니까 한참 전 과거 메이저리그에는 (그래 봤자 100년 정도 전이다) 한 구단주가 한 개 이상의 구단을 소유하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들의 전략은 한 팀에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놓고 다른 한 팀에는 평균 이하이거나 최고의 팀에 필요하지 않은 선수들을 넣는 것이었다. 당연히 최고의 선수들이 있는 팀은 더 많은 승리를 거두었고, 다른 한 팀은 발굴한 유망주를 주거나 기량이 폭발한 선수를 계속 공급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뉴욕 시티 FC의 관계도 이렇게 될지 모른다. 이제 메이저리그 구단주는 오직 한 개의 구단밖에 소유하지 못하지만, 아직 축구계에는 이런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룰이 없다. 돈의 냄새를 귀신처럼 맡는 셰이크 만수르는 이런 허점을 놓치지 않는다.
정확한 수익 예산 자료는 없지만 현재 맨체스터에 건설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소유의 건물들도 FFP 룰을 따돌릴 수 있는 클럽의 재산이자 큰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축구에 관련된 건물이 아니더라도 클럽 소유의 건물이면 그 클럽의 수익원에 포함되니 만약 완공되면 맨체스터 시티의 수입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반면 분데스리가와 라리가의 중상위권 이하의 팀들은 맨체스터 시티처럼 교활하게 돈을 이용해 FFP를 피해 갈 수 없다. 바클레이즈 프리미어리그의 최하위권 팀들도 중계권료로 인해 막대한 양의 수입을 얻지만 분데스리가와 라리가 클럽들은 자금력과 규모 자체가 워낙 작기에 건물을 짓거나 위성 구단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은 예외다). 분데스리가에서 10위를 기록하고 있는 헤르타 베를린이 구자철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인츠 04가 약 500만 유로를 아우크스부르크에 제시하자 몸값이 너무 올라갔다며 영입 경쟁에 손을 뗀 것을 보면 몇몇 클럽의 자금력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FP의 룰에 따라 이제 50억 원의 수입을 거두는 클럽은 100억 원을 쓸 수 없다. 이에 따라 작은 규모의 클럽들은 과감한 투자로 빅클럽으로 성장할 수 없게 되고, 반대로 이미 엄청난 수입을 거두고 있었던 빅클럽은 많은 양의 돈을 써 영원히 빅클럽으로 남을 수 있다. 룰의 목적은 클럽들 간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작은 클럽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클럽이 축구계를 지배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금 극단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FFP는 정말 무용지물이다. 취지는 좋지만 결과는 좋지 않은 룰의 대표다.
축구계가 갑부들의 사업 아이템이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는 팬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감독과 전문가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현상을 두려워하고 있다. 축구가 한 사람의 인생에 필요하지 않은 사치라고 해도 지금까지 우리는 축구를 보며 울고 웃고 열광하며 살아왔다. 힐스버러 참사와 이스탄불의 기적을 모두 맛본 리버풀 팬은 격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의 ‘신들의 전쟁’도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제 축구는 단순히 우리의 것, 즉 스트레스 해소와 재미를 위해 보는 팬들의 것이 아니다. 점점 그들의 것이 되고 있다. 팬들의 즐거움 대신 그들이 속해 있는 집단이나 국가, 또는 자기 자신의 이득을 위해 축구를 사용한다. 그들이 축구계를 차지해도 과격한 훌리건들이나 열성 팬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아라. 최소한 지금까지 보이는 것만으로는 축구는 우리의 것이었다. 돈과 권력이 축구계를 지배하기 일보 직전인 지금, 과연 갑부 구단주들과 사업가들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글: 프리사이스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