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45일차(26.01.24.수요일)

백수에게 새숨이란

by Preni

새숨이란

새로 숨을 쉰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나에게 새숨이란, 빨래하는 시간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다.


가능하면 이틀에 한 번은 꼭 빨래를 한다.

매일 하고 싶지만, 빨래 후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호흡기에 좋지 않다고 해서

이틀에 한 번으로 양보했다.


백수가 되고 나서 오히려 옷차림에 더 신경을 쓰고

겨울이라 두꺼운 옷과 내복을 자주 입다 보니

세탁망이 가득 차는 시간도 점점 빨라진다.


가득 차면 비워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세탁기에 넣기 위해 세탁망을 비우는 순간의 시원함,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넣고 버튼을 누른 뒤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

세탁된 옷과 수건을 탈탈 털어 널 때의 상쾌함,

건조되는 동안 은은하게 퍼지는 섬유유연제 향,

문득 돌아봤을 때 오후 바람에 살랑 살랑 흔들리는 티셔츠의 모습,

마른 옷과 수건을 개어 옷장에 넣으며 느끼는 든든함,

하루를 마무리하며 ‘적어도 오늘 빨래는 했다’는 뿌듯함.


세탁하는 과정의 모든 순간이

저마다의 이유로 즐겁고, 편안하다.


백수가 되어 비어 있는 시간들 속에

원치 않은 기억과 감정이 차오르기도 하지만

그걸 원치 않는다.

그럴 때가 바로 새숨이 필요한 순간이다.


매일 혹은 격일로 이어지는 빨래 시간 동안

나의 마음과 머리도

자연스럽게 함께 새숨을 쉬는 것 같다.


백수인 내가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될 새숨의 시간,

세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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