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56일차:번외-관계를 이해하는법, 운전연습(2)

아슬아슬했지만 결국 지나온 모든 사람들에게 (26.1.26.월요일)

by Preni


좌측 신호 깜빡이를 넣고

운전대를 돌리던 순간,

내 바로 뒤에 있던 택시도

동시에 깜빡이를 넣고

같은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나 보다.


당황스러워

나도 모르게 속도를 늦추었다.

한 번에 차 한 대씩만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순간,

택시도 나와 같은 속도로

내 차 뒤에서

천천히 속도를 늦추며

내가 먼저 진입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좁은 골목길로 진입할 때에도

택시는 함께였다.

나의 버벅거리는 속도에도,

연거푸 밟히는 브레이크에도

단 한 번의 클랙션 없이

천천히 뒤를 따라와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청색 신호를 받은

도로 한복판에서

차선 변경을 하다

갑자기 멈춰 선 내가

얼마나 민폐였던가.


그런 나를

한 번의 경적 소리 없이

내 속도에 맞추어 주며

내 바로 뒤에서

다른 차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아주기까지 했던 것.


좁은 골목을 지는데

갑자기—

택시가 나를 추월해

앞으로 나아갔다.


아..??

드디어 화가 나신 건가…???


아니었다.

뒤에서 고속버스가

따라오고 있었다.

좁은 골목에서

두 대의 차가 버스를 막을 수는 없으니

택시는 이쯤에서

자리를 물러나 준 것이었다.


택시 기사님은

얼마든지 나를

더 일찍 추월할 수 있었음에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나를 지켜주었던 것이다.


고마움도 잠시,

백미러에 다 담기지도 않을 만큼

거대한 고속버스의 존재에

나는 압도되었다.


좁은 골목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왜 이렇게 사잇길과 골목길들은 많은지…!!!!!!!


사잇길이 보일 때마다

잠시 멈춰

사람들이 오는지

저기 오는 저 차들을 어디로 가는지를 확인한 뒤

그제서야 움직여야 했다


가뜩이나 느린 속도,

연거푸 밟은 브레이크로

끊긴 흐름.


버스 기사님은…

지금쯤 화가 많이 나셨겠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저렇게 큰 대형버스가

그저 조용히

내 뒤를 따라와 주었다.


그러다 딱 한 번,

사거리에서

반대편 차량의 양보에도

내가 지나가지 않자

아주 약한 소리로

“빵~“

딱 한 번의 경적 소리.


길막 수준의 초보 운전자에게

보낸 그 한 번의 경적.


“이제 가도 된다”라며

뒤에서 어깨를

살짝 토닥여 주는 느낌을 받고

그제서야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출발해본다.


그렇게

영겁 같던 시간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골목 주행에도

끝은 있었다.


대형버스는

무사히 터미널 주차장으로 들어갔고,

나 또한

주차장 안으로

무사히 들어왔다.


모든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등에 땀이 찬다.


이제 와서야 느껴지는

아슬아슬했던 순간들.

이제야 느꼈다는 건,

그 순간들을

얼굴도 이름도 모를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의 배려로

무사히 지나왔다는 뜻일 것이다.


후아…


삶도 그러하겠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사람들의,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배려들 덕분이었던 거야.


오늘

나의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신

택시 기사님과 버스 기사님,

그리고 도로 위에서 만났던

수많은 기사님들께


감사와

행복과

행운을 드리며

차 문을 열고 나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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