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68일차 (26.02.07.토요일)

백수로서 쌀을 씻을 때에

by Preni


쌀을 씻고 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간장계란밥을 먹어야겠어


쌀을 물을 붓고 씻는 데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사랑의 시작과 끝을 계절성 우기로 표현한 노래 ..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찌 그래 내 마음 같은지..


왜냐면

어제도 내 서류가 광탈했기 때문이지..

흐아

실연당한 사람의 마음같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잡고 싶은데

잡히지 않는

그 안타까움


어느순간 쌀을 박박 씻고 있었다

과연 내가 이 쌀을 먹을 자격이 있는가


문득 든 생각

적어도 쌀을 씻고, 짓는 과정에서 이러면 안 되지 않을까

쌀을 씻는다는 것, 밥을 먹겠다는 의지

밥을 먹겠다는 것, 힘을 내겠다는 의지

힘을 내겠다는 것,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

잘 살아보겠다는 것, 웃으면서 밝게 살겠다는 의지

웃고 밝겠다는 것,

그것은

언제나 무엇이든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얘기하는 게 아닐까


기대했던 회사의 서류 광탈을 아쉽지만

계속 거기에 머무를 수는 없어

계속해서 다른 문을 두드려야 해

삶은 계속 흘러가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내가 먹을 쌀을 박박 긁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을 쌀이니까 평소처럼 부드럽게 저으며

맛있어지라는 마법의 주문을 걸어야지

나는 이 밥을 먹고 힘을 낼 것이니까

힘을 내서 계속 문을 두드려 볼 것이니까

나도 머무르지 않고 계속 흘러가야 하니까


그러니까

백수는

쌀을 씻을 떄에도

실망보다는

희망으로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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