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서 쌀을 씻을 때에
쌀을 씻고 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간장계란밥을 먹어야겠어
쌀을 물을 붓고 씻는 데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사랑의 시작과 끝을 계절성 우기로 표현한 노래 ..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찌 그래 내 마음 같은지..
왜냐면
어제도 내 서류가 광탈했기 때문이지..
흐아
실연당한 사람의 마음같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잡고 싶은데
잡히지 않는
그 안타까움
어느순간 쌀을 박박 씻고 있었다
과연 내가 이 쌀을 먹을 자격이 있는가
문득 든 생각
적어도 쌀을 씻고, 짓는 과정에서 이러면 안 되지 않을까
쌀을 씻는다는 것, 밥을 먹겠다는 의지
밥을 먹겠다는 것, 힘을 내겠다는 의지
힘을 내겠다는 것,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
잘 살아보겠다는 것, 웃으면서 밝게 살겠다는 의지
웃고 밝겠다는 것,
그것은
언제나 무엇이든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얘기하는 게 아닐까
기대했던 회사의 서류 광탈을 아쉽지만
계속 거기에 머무를 수는 없어
계속해서 다른 문을 두드려야 해
삶은 계속 흘러가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내가 먹을 쌀을 박박 긁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을 쌀이니까 평소처럼 부드럽게 저으며
맛있어지라는 마법의 주문을 걸어야지
나는 이 밥을 먹고 힘을 낼 것이니까
힘을 내서 계속 문을 두드려 볼 것이니까
나도 머무르지 않고 계속 흘러가야 하니까
그러니까
백수는
쌀을 씻을 떄에도
실망보다는
희망으로 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