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70일차:번외- 청소는 나의 힘(7)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채우면 비울 수 있다. (26.02.09.월요일)

by Preni

상쾌한 월요일 아침

바람은 아직 차가우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청소기를 돌리다보니

내 기분도 덩달아 따뜻해진다

히히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오늘따라 더 깊숙하게 청소기를 돌리다보니

우리 집을 채 한 바퀴 다 돌기도 전에

충전된 청소기 전원을 다 써버렸다


그럴 줄 알고 , 이미 미니청소기를 준비해놨지

청소기가 작으니 더 먼지들을 잘 찾아내고, 잘 치워버린다

오히려 좋구먼


청소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청소기의 먼지 필터 부분을 부분 분해해본다

오늘은 씻어야 할 게 2배구먼


우리집 다라이에 비누를 넣고

따신 물을 한껏 받아놓고

청소기의 먼지 필터부분과 다른 부품들을 넣어본다

새하얀 거품들 그 사이

두둥실~ 두둥실~


깨끗한 물로 헹궈낸 후 마르도록 널어둔다


기분이 묘하다

별 것 아닌데 , 상쾌해진다

이쑤시개와 내 손톱으로도 꺼내지지 않더 필터의 먼지들이

물에 말끔하게 씻겨 내려간다, 모두

손으로 문질러 봐도 그대로이던 작은 먼지들도

물에 말끔하게 닦여진다, 모두


잔여 먼지, 그 무게가 얼마나 된다고

씻기 전과 씻은 후의 먼지필터와 부품들의 무게 차이가 분명하다


사실 씻겨지는 필터들을 보며 생각했다

‘끼여있는 오래된 슬픈 기억들도 씻겨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 씻겨진 먼지필터에 나도 상쾌함을 느꼈던 걸까


매일 아침 청소기 먼지필터 속 먼지들을

털어내고

씻어내며

생각하고 , 다짐한다


비워졌으니 채울 수 있지만

채워졌다면 다시 비울 수도 있겠다

아니,

비워야 하는 용기를 가져야겠다


우리는 언제나 흘러가는 존재잖아

머무르는 존재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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