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잡다가 든 생각
펜을 잡고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그런지
워드로 면접 답변과 이력서를 준비해놓고도
펜을 잡고 메모지에 다시 쓰고는
그 내용을 입으로 다시 읊어 본다.
이렇게 마무리되면 좋으련만,
오늘따라 자꾸 그 생각이 난다 ,
곧 다가오는 아버지 생일.
한 발 물러서 오빠를 통해서만 이야기하는 새언니의 모습에 섭섭하다는 그 생각.
지난 생일날,
밥만 먹고, 서둘러 돌아가던 뒷모습.
섭섭하다.
조금이라도 섭섭하다 마음 드러내려 하면
중간에서 막아서는 오빠의 모습도 섭섭…
나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동안
지나가버린 과거가 떠오를 건 또 뭐람..
아, 펜을 쥔 손가락과 손목이아프다
펜을 그냥 놓아버릴까?
힘을 빼고 펜을 놓아버렸더니
아예 글이 써지지 않는다
분명, 펜은 놓지 않고 손으로 잡고 있어야지.
근데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프면
펜에서 힘을 살짝 빼야지 뭐
펜을 잡는 힘이 강해진다해도
글이 잘 써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손이 아프니까
그 말은, 내 욕심이라는 거니까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펜에서 힘을 살짝 빼본다
글이 써지도록 최소한의 힘을 조절하는 것은 잘 한다,
평생 펜을 잡아 왔으니까, 자신있어.
이제 욕심만 안 부리면 되겠다.
관계도 그런거겠지?
섭섭함은
내가 너무 꽉 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몰라.
그렇다고 아예 놓아버리는 것은 아니고,
그저 최소한의 힘으로 붙잡는 것.
글이 이어질 만큼 ,
관계가 이어질 만큼.
그 정도의 힘이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