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와 엑셀의 방향, 그 차이(26.02.19.목요일)
우리 남편을 데리러 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늦게 출발했다.
퇴근 시간이라 막힐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안전벨트를 메고,
시동을 켜고,
사이드미러를 맞추고,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리고.
음악은 바쁘니까 생략.
지금도 초보지만,
지금보다 더 초보였던 왕초보 시절에는
항상 주문을 외우고 시작했다.
‘내 손에는 핸들이 있고
내 발에는 브레이크와 엑셀이 있다.
모든 상황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
그러고도
브레이크, 엑셀, 전조등, 깜빡이, 와이퍼…
거의 모든 기능을 한 번씩 확인해야
마음이 놓여 출발할 수 있었다.
오늘은 급하니까
그걸 다 할 수는 없었다.
당장 떠오르는 것들만 확인하고 출발한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살짝 떼며
출~발.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가 매 순간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은 뭘까.’
바로
브레이크와 엑셀의 방향 차이.
브레이크는
발을 그대로 직선으로 누르면 된다.
엑셀은
발을 오른쪽으로 꺾어야만 밟힌다.
왜 브레이크는 이렇게 직관적일까.
왜 엑셀은 한 번 더 방향을 틀어야 할까.
아마도
가장 위급한 순간은 ‘부딪침’이기 때문 아닐까.
당황하면
사람은 생각보다 먼저 반응한다.
그때 직선으로 힘이 실리도록
브레이크가 놓여 있는 게 아닐까.
운전은 흐름이다.
흐름을 맞추려면 엑셀도 중요하다.
하지만 속도를 올리는 일은
항상 한 번 더 생각이 필요하다.
발을 꺾어야만 눌릴 수 있도록
설계된 이유가 거기에 있는 건 아닐까.
관계도 그렇다.
관계의 기본값은 대화이지
분노가 아니다.
하지만 불안이 내재된 사회 안에서
대화는 생각보다 어렵다.
그럴수록
속도를 올리는 엑셀이 먼저가 아니라
언제든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가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상대의 말을 끊기 전에
내가 멈출 수 있는 힘.
감정이 치고 올라오기 전에
잠깐 멈추는 선택.
관계든 운전이든
사고보다 예방이 먼저이니까.
그리고 오늘 나는
급하게 출발했지만
브레이크의 위치만은 잊지 않았다.
아마
관계도 그렇게 연습하는 중인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속도보다는 멈춤을 연습하는 중이다
어쩌면 백수라서 이게 더 마음에 드는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