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한 낮의 소풍, 햇빛을 찾아서
엊그제 설날
앞마당에 모두 모여 가족사진을 찍고서
마당에 남아 이야기도 하고, 놀이도 하던 중에
유난히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햇볕이 참 따뜻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 끝없이 펼쳐진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데 , 그를 감싸는 뭉게구름들
정말 하얗고
정말 파랗다
선연한 색깔들이 이렇게 안정감을 주는 구나
내 발밑의 잔디들
푹신푹신해서 자꾸만 걸음을 걷게 된다
내 뺨을 스치는 겨울바람
이제는 차갑다기 보다는
시원하고, 상쾌하다는 느낌
내 몸에 에너지가 채워진다는 느낌이 이런걸까
—
어제 행정복지센터 다녀오는 길
설날에 쬐었던 햇빛이 생각나
일부러 가로수길로 걸어다녀왔다
한가로이 다니는 자동차들과 자전거들
평소엔 차갑다 느끼던 차소리였는데
살랑거린다는 느낌의 차소리로 들리네
가로수길의 햇빛도 참 따뜻하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잠에 취해서 잠이 들었지
코를 골면서
—
그리고 오늘 점심을 먹고 가방을 메고서
길을 나서본다.
햇빛을 찾아서
백수의 소풍.
생각해둔 오르막길까지 닿았는데
그 뒤로 펼쳐진 다른 길이 있었다
다른 동네도 이어진만큼 더 많이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떄마침 초록불로 바뀐 신호를 따라 더 걸었다
식당 앞에 모인 비둘기들
학교 앞 정문 벽을 보수공사중인 인부들
선글라스를 끼고 산보중인 아주머니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할아버지
나란히 걸으며 대화하는 대학생들
그리고
햇볕을 찾아 열심히 걷고 있는 백수 한 명
반환점을 돌아 마음이 놓였는지
등에 땀이 채여있는 것이 그제서야 느껴졌다
하하
얼마만에 땀인지
기분 좋다
햇빛을 찾아 연신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예전에는 이렇게 산책하는 게 내 소원이었는데
그걸 잊고 살았네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그걸 잊고 있었어
그토록 원하던 평일 오후의 산책을 하고 있으니
나도 꿈을 하나씩 이루고 있는거야’
나는 지금 백수만이 아니라
시간을 되찾은 사람일지도.
집으로 오는 길에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집에 도착해서는
점심에 돌려놓았던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어
햇볕에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말려놓으며
그제서야 자리에 앉아 물을 한 잔 마신다
입에서 흙맛이 난다.
내일부터는 입을 좀 덜 벌리고 다녀야겠어
오늘
햇빛을 찾아 소풍을 다녀온 백수의 다짐이다.
그리고
오늘도
내 서류가 광탈했네
그래도 괜찮아
오늘은 푸른 하늘도 보고
원하던 한 낮의 산책도 실컷하고
햇빛도 실컷 쬐었으니까
오늘은
살아있어서 땀을 흘린, 즐거운 금요일인거야
삶은 계속 흘러간다구
머물지만 말고 움직여보자고_ 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