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82일차:번외-관계를 이해하는법,운전연습(6)

‘쟤는 왜 그럴까’가 아니었다

by Preni

부쩍 화가 많아졌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차선을 물고 가는 차들을 절대 참지 않는다.

물론 속으로만.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게.

나는 평화주의자니까.


이상하게도

잘 가다가 갑자기 선을 밟는 차들이 있다.

정차 후 출발하면서 슬쩍 넘어오는 차,

아예 넘나드는 차도 있다.


아, 왜 저래.

불안하잖아.


그럴 때면 남편은 옆에서 말한다.


“저 차 앞에 뭔가 있었을 거야.”

“사람이 내려서 피한 걸 수도 있고.”

“차선이 애매하게 그려져 있네.”


이유가 있었구나.

그래도 화는 났다.


그러던 어느 날.


차가 많지 않던 4차선 도로.

우회전을 위해 4차선으로 들어가던 순간,

주차된 차의 운전석 문이

정말, 갑자기, 활짝 열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옆 차선으로 빠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한순간이었다.


또 한 번은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달려오던 길.

걱정이 되어 살짝 옆 차선으로 비켰다.

뒤에 있던 중형차는

조용히 속도를 맞춰주었다.


그제야 알았다.


‘쟤는 왜 저래’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였다는 걸.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하면서도

순간순간 흔들린다.


요즘 부쩍 화가 많아졌는데

좀 부끄러웠다

나는 모르면서 화만 내왔던거지

그 상황에서는

나라도 그렇게 했을텐데 말이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그랬던 것 뿐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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