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가 의미하는 것
솔직히 욕실 청소가 어렵다.
어렵다고 안 할 수는 없다.
나와 타협을 해본다.
욕실 바닥과 욕조 바닥 닦는 것으로.
나도 안다,
얍삽한 모습.
그래도 해야 함과 하기 어려움 그 사이에 있으니,
그게 그거라 생각하기로 하자.
0.5가 반올림으로 1이 되는
수학적 기적도 있잖니
근데 오늘,
왜 이리 청소가 하기 싫냐.
바닥만 닦으면
오늘의 일정 중에서 무려 하나를 완료하는 것이니
겨우 바닥만 닦아본다.
닦다 보니
하수구의 머리카락들이 눈에 거슬려
한번 치워본다.
휴우, 훨씬 낫네.
그리고 저녁.
여느 때처럼 생각 없이 샤워를 하려는데
오늘따라 깨끗한 느낌.
아, 세면대 머리카락이 말끔하게 치워졌지.
오, 나 오늘 청소 잘 했네.
겨우 머리카락 한 번 치웠을 뿐인데
욕실 분위기가 밝아졌어
하수구에 모여 있던 머리카락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내 마음에도
치우지 못한 것들이 있을까.
아니면
치워도 치워도
계속 남으려는 것들이 있을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구직활동,
예전 직장에서의 관계들,
떠올리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 장면들.
바닥만 닦자고 시작한 작은 출발에도
결국 눈에 보이는 건 치우게 된 결말이 있으니
어쩌면 나도
지금 할 수 있는 것만 하다 보면
치우지 못할 것 같던 마음들도
하나씩 정리될지 모르겠다.
오늘 나는
완벽히 깨끗해지진 않았지만
눈에 보인 것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청소란
꼭 쓸고 닦는 일만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다른지
‘확인’하는 일.
그리고
확인한 것을
그냥 두지 않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