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100일차(26.03.10.화요일)

엄마의 전화에 문득

by Preni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오후 5시가 되어가는 시간

잠이 올 듯 말 듯

볼의 솜털에 닿을 듯 말 듯한 바람에

기분이 좋을 듯 말 듯하던 그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엊그제 주문한 옷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며

얼마 주고 샀냐며, 금액을 얘기해 달란다

채 2만 원도 안 되는 금액에 괜찮다고 했더니

분명 2만 원은 더 할 테고

그리고 백수인 놈이 왜 이리 자주 쏘느냐는

엄마의 경쾌한 핀잔

만 9천 원으로 합의보고 바로 전화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아 좀만 더 따뜻하게 대해줄걸

옷이 그렇게 마음에 든다는데

옷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지

옷의 촉감은 마음에 드는지

뭐가 되었든 옷에 대해

한 번만 물어볼걸

옷이 그렇게 마음에 든다는데

기분 한 번 맞춰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냥.. 그렇게.. 했나 싶다


그러다 문득

엄마와 싸운 날들을 떠올린다

그래, 엄마가 너무했네

그러니까 엄마한테 그럴 수 있었던 거야

엄마도 할 말 없을 거야

이제껏 숨어있던 나의 무의식이 발현된 거야

엄마도 할 말은 없을 거야

그럴 거야

그렇지?


다시 문득

이런 내가

꼭 5살 어린아이 같았다

장난감 화장대랑 장난감 채소, 야채 등 아이용 조리도구도 들고 와서는

‘엄마는 여기 앉아, 내가 요리사하는 거야 ~알겠지?

보글보글~ 지글지글~

아이 엄마 보고만 있으면 어떻게 해

내가 주면 엄마가 맛있다고 하는 손님역할을 해야지~

알았지~?‘

장난감들을 잔뜩 나열해 놓고

그 속에서 원하는 대로 놀고 있다가

심심하니까 엄마를 부르는

내 세상 전부가 엄마인

5살짜리 아이 _


아니

3살짜리 아이라고 봐야 하겠다


그냥 그런 생각에

가슴이 몽실몽실_


그런 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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