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전화에 문득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오후 5시가 되어가는 시간
잠이 올 듯 말 듯
볼의 솜털에 닿을 듯 말 듯한 바람에
기분이 좋을 듯 말 듯하던 그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엊그제 주문한 옷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며
얼마 주고 샀냐며, 금액을 얘기해 달란다
채 2만 원도 안 되는 금액에 괜찮다고 했더니
분명 2만 원은 더 할 테고
그리고 백수인 놈이 왜 이리 자주 쏘느냐는
엄마의 경쾌한 핀잔
만 9천 원으로 합의보고 바로 전화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아 좀만 더 따뜻하게 대해줄걸
옷이 그렇게 마음에 든다는데
옷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지
옷의 촉감은 마음에 드는지
뭐가 되었든 옷에 대해
한 번만 물어볼걸
옷이 그렇게 마음에 든다는데
기분 한 번 맞춰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냥.. 그렇게.. 했나 싶다
그러다 문득
엄마와 싸운 날들을 떠올린다
그래, 엄마가 너무했네
그러니까 엄마한테 그럴 수 있었던 거야
엄마도 할 말 없을 거야
이제껏 숨어있던 나의 무의식이 발현된 거야
엄마도 할 말은 없을 거야
그럴 거야
그렇지?
다시 문득
이런 내가
꼭 5살 어린아이 같았다
장난감 화장대랑 장난감 채소, 야채 등 아이용 조리도구도 들고 와서는
‘엄마는 여기 앉아, 내가 요리사하는 거야 ~알겠지?
보글보글~ 지글지글~
아이 엄마 보고만 있으면 어떻게 해
내가 주면 엄마가 맛있다고 하는 손님역할을 해야지~
알았지~?‘
장난감들을 잔뜩 나열해 놓고
그 속에서 원하는 대로 놀고 있다가
심심하니까 엄마를 부르는
내 세상 전부가 엄마인
5살짜리 아이 _
아니
3살짜리 아이라고 봐야 하겠다
그냥 그런 생각에
가슴이 몽실몽실_
그런 날_